Ⅰ. 서 론
2020년은 전 인류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해이자, 2015년 유엔에서 선언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의 남은 10년이 시작되는 해이다. 또한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20년을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250만 명을 넘어섰는데(법무부, 2020), OECD가 다문화사회 진입 기준으로 제시한 전체 인구의 5%에 다다른 셈이다. 세계시민으로서 소양과 역량을 발현해야 할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세계시민으로서 전 지구적 관점에서 일련의 사회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세계시민으로서 요구되는 세계시민성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 세계적인 담론이라 할 수 있다(Natalie, 2017; UNESCO, 2015). SDGs가 전 인류의 공동목표로 합의되면서 환경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시민성 함양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시민성 함양을 통한 17가지 SDGs 달성에 있어서 세계시민교육이 그 중심에 있다는 주장이 교육계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박종효 외, 2018; 박순용 외, 2019).
이에 따라 세계시민교육 실천방안에 대한 국내외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천사례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박순용 외, 2019; Natalie, 2017; Schulz et al., 2018). 국내에서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민주시민교육과 맞물려 지역 간 다양한 양상으로 추진되고 있다(박환보 외, 2020). 교육현장에서는 인성교육을 구심점으로 세계시민교육적 요소를 담은 교육과정 개편을 실행 중이며, 특정 교과에 한정하기보다는 전 교과에 걸쳐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을 확장하는 추세다.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의 학습목표 및 교육내용을 다룬 연구들은 양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박경희, 2019).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의 가치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학생을 비롯한 성인 학습자 대다수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자기주도적 요구는 높지 않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학교교육에서의 정책적 실천은 8.3%, 평생교육에서의 참여는 2% 정도에 그친다(박환보 외, 2020).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낮은 요구는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재미 또는 흥미로움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관심은 있으나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들로 인해 참여가 낮다는 조사결과들이 있다(조대훈 외, 2018; 한숭희 외, 2019).
특히, 고등학생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생 및 중학생에 비해 학계와 실천 현장 모두 다소 낮은 경향이다. 관련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초·중학생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연구들은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이은경 외, 2015),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세계시민교육 연구는 유진영, 박경희(2020), 이성흠 외(2017) 이외에는 드물며, 초·중·고등학생을 청소년으로 통합하여 시민성을 분석한 연구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김미희, 김성훈, 2017; 모경환 외, 2010; 이쌍철 외, 2019). 이러한 연구동향은 고등학생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실천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방증한다.
한편, 학교에서 진행되는 시민성 함양을 위한 일련의 교육들이 일회성 특강이나 행사, 캠페인 등에 그치는 실정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이현정, 김장회, 2018).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은 지식 습득이나 주지 중심의 강연이나 훈화보다는, 체험 중심적인 실천적 활동, 대인관계기술이나 감정조절 프로그램 등과 같이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과정의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김형숙, 2018, 이쌍철 외, 2019).
이에 본 연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세계시민교육’과 학습자의 관심과 요구가 높으면서 다양한 체험과 정서적 경험이 가능한 ‘예술교육’이 융합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를 인식하였다. 세계시민교육과 예술교육의 융합은 사회·정서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추상적 개념을 다양한 차원으로 표현토록 하면서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의 세계시민성을 내재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김형숙, 2018). 또한 세계시민교육에서 강조하는 문화다양성 추구의 학습목표가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과 연계될 경우, 학습자의 문화예술적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세계시민교육과 예술교육이 융합된 교육이 고등학생의 세계시민성의 변화와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차원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을 정량적으로 효과분석 하였고, 동시에 학생들의 자기성찰 기록이 종합된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분석을 병행하였다. 이상의 교육효과 분석과 참여 학생의 잠재적인 변화 탐색을 통해서 세계시민의식의 성장을 일으키는 교육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고등학생 대상 세계시민교육 실천을 위한 시사점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세계시민은 더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지향하고, 사회적 책임과 자기인식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전 지구적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개념 지을 수 있다(Schulz et al., 2018; UNESCO, 2015). 여기서 사회적 책임은 인권, 평등, 평화, 문화다양성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덕목을 의미하는데(Morais & Ogden, 2011), 이러한 개념적 특성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덕성, 인성 및 역량 차원의 논의들과 맞물려 관련 교육정책이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다양하게 추진되어 온 것에 비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세계시민성은 낮은 편이며, 초등학생 및 중학생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김미희, 김성훈, 2017; 모경환 외, 2010). 세계시민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개인 수준이나 학교 수준, 정책 차원에서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세계시민성이 낮아지는 현상은 고등학생의 세계시민성이 부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로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환경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있다(이은경 외, 2015). 입시를 위한 학교풍토에서 고등학생들은 인지적 영역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를 지향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비인지적 영역의 시민성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또는 특정의 학교풍토가 시민성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해석도 있다. 학교풍토를 조성하는 학교장의 특성이 학생들의 시민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여성 학교장이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국내 고등학교 환경에서는 양성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민감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김수진 외, 2016).
또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낮은 편이며, OECD 국가 중 학업성취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데 비해 가장 불행하다 느낀다(염유식, 김경미, 2018; Schleicher, 2019). 청소년들은 사회적 압박, 반복된 실패경험과 무력감을 경험하며 학교적응 뿐 아니라 나아가 청소년 우울, 자살충동 등 심각한 정서적 문제까지 나타나게 된다(김재엽, 박하연, 2017; 서인균, 이연실, 2017).
관련하여 사회적 문제로 드러난 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써 세계시민교육의 사회·정서적 교육목표들이 인성적 측면에서 강조되어왔다(이성흠 외, 2017). 또한 학생 간 상호작용,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증진될수록 학생들의 시민성이 성장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다(이쌍철 외, 2019). 그리고 청소년 세계시민교육 실천에 있어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로 자기인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김보명 외, 2020).
고등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공식적인 교육을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단계로 국가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청소년의 인성과 가치관 성립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는 참여형 수업, 주제중심 체험활동이 활성화된 초·중학교 교육환경에 비해 세계시민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교육여건이 현저하게 낮다(이성흠 외, 2017). 이에 고등학생들이 대학입시 문제를 넘어서서 건강한 사회적 정서를 형성하여 불예측 미래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 경험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세계시민으로서 소양과 역량을 발현해야 할 지금은 팬데믹 등 세계 공통의 위기를 파악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구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한 때라 할 수 있다. 이에 전 지구적 범주에서 타인, 사회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요구된다. 더불어 세계시민으로서 발현되는 가치와 태도, 실천을 일상화할 수 있는 학교풍토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융합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교과 간 통합과, 여러 교과에서 요구되는 지식, 기능, 태도의 동시적 함양을 추구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강승연, 백성혜, 2019). 융합교육은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각 영역에서 기를 수 있는 소양을 균형있게 갖추도록 하고,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교육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학습자의 적극적 탐구활동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하도록 한다(조대현, 2017). 이러한 융합교육의 특성과 가치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융합교육의 실천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나 단기적 성과에 치중된다는 지적과 함께(이희용, 2012),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교육 개발, 교육효과 및 평가의 다각적 분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김혜영, 2013).
체계적인 융합교육 실현은 융합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 융합역량의 요소에는 융합현상에 대한 이해, 다양한 시각에 대한 존중과 타인과의 조화와 책임감, 새로움에 대한 분석적 사고와 탐구, 현상에 대한 거시적 시각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서정목, 권영수, 2012). 이에 융합교육은 정보 암기나 지시적 학습이 아닌 학습자가 융합교육의 과정적 주체가 되어 직접적인 경험 활동을 지향한다(조대현, 2017). 이에 따라 융합교육의 실천에 있어 환경적 요소가 중요하다. 융합교육 환경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학습자가 수용하는 환경이 아닌, 창의적으로 설계된 학습내용을 정서적 체험과 함께 경험하도록 하는 장이어야 한다(홍병선, 2017). 또한 학습자 스스로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유연한 학습 분위기가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논의하는 ‘융합형’은 이상의 실천적 시도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이질적인 교육과정의 융합, 상호작용을 강조한 교수학습방법의 적용으로서 융합적 교육, 그리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시도한 수업방식의 융합을 포함한다.
융합형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한 논의 중에는 교과 간 칸막이 현상을 탈피하고 세계시민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정규 교육과정에 융합하여 전달하는 방안이 있다(박찬석, 2020). 그리고 학생 간 상호작용 속에서 세계시민성이 증진될 수 있음을 고려한 수업방식의 변화(이쌍철 외, 2019)가 있다. 그 외에 현대인의 중요한 일상이 된 SNS 활동 등을 활용한 무형식학습이 융합된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논의 등이 있다(박경희, 2019).
관련된 시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글로벌 이슈의 쟁점을 다루는 세계시민교육을 미술교육과 융합한 주제 중심의 융합교육(김형숙, 2018)이 있고, OECD가 제시한 글로벌 역량을 기르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의 요소를 영어 수업과 융합한 사례(오은주, 2019)가 있다. 또한 시간적, 경제적 자원을 할애하여 교육에 참여하는 성인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하여, 수요가 높은 문화예술교육과 융합한 세계시민교육 실천 사례가 있다(박경희, 2019). 그밖에 융합적 차원에서 실행된 세계시민교육 중에서 유사 교육운동과 연계한 형태의 교육들이 있는데, 통일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융합(박찬석, 2020),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연계(김영순 외, 2016)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인성교육 차원에서 세계시민교육을 하위영역으로 다루거나 학교교육의 사회과, 도덕과 등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요소들을 연계하여 다루는 방식이 다수 실천되어 왔다(박순용 외, 2015).
이러한 융합형 세계시민교육 실천 사례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올려 학습욕구와 교육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김형숙, 2018). 또한 기능교육이나 지식습득을 위한 교육에 세계시민교육이 목표하는 세계시민성과 융합되면 인류보편적 가치가 내재화된 글로벌 인재양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오은주, 2019). 그리고 특정 교육의 편향적 성향이나 일부분을 한정적으로 다루는 교육방식이 세계시민교육과 융합되면 학생들이 포괄적, 포용적 관점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할 수 있다(박찬석, 2020).
Ⅲ. 연구방법
본 연구의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정서적 영역의 세계시민성을 함양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세부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1학년 음악교과와 연계하여, 소설 <어린왕자>를 배경으로 시나리오 각색, 노래, 내레이션, 악기연주로 구성된 음악극 체험과 세계시민의 이해 및 자기성찰이 융합되었다. 학습목표는 <표 1>과 같이 개방적사고, 문화다양성, 연대감, 책임감, 공감-소통, 자기조절력의 세계시민성을 함양하는 것으로 설계하였다.1) 학습주제는 6가지 학습목표인 세계시민성 하위요인과 연계하여 ‘호기심, 질문’, ‘새로운 곳의 탐험’, ‘관계의 가치, 사랑’, ‘장미의 의미 재발견’, ‘마음으로 보는 것’, ‘길들여짐’으로 구성하였다. 소설 속 어린왕자가 여행을 떠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호기심에서 문화다양성으로의 성장을 경험하고, 주변 존재들을 인식하고 관계와 연대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주제이다.
이러한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은 G지역에 위치한 고등학교 1학년 1개 학급의 21명 학생이 참여하였고, 2020년 9월 2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오전 음악교과 시간에 6회기에 걸쳐 진행되었다. 회기별 100분 동안 진행되는 교육은 <표 2>와 같이 도입, 전개, 확장, 종결로 구성되며, 확장 단계에서 <어린왕자>에 내포된 세계시민성 요소를 탐색하면서 학생 주도로 음악극을 만들어가는 수업으로 구성하였다.
도입 | 교류와 이완을 위한 노래,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의 의미 상기 | 20분 |
전개 | 음악극 파트별 연습과 코칭 | 45분 |
확장 | <어린왕자>를 활용한 음악극 구성 | 20분 |
종결 | 학생 간 토론과 온라인 자기성찰 | 15분 |
이상의 6회기 수업 중에서 관계와 연대의 가치 인식을 학습목표로 한 3회기 수업 ‘관계의 가치, 사랑’을 중심으로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전개 단계의 음악극 연습과정에서 협업과 연대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악기연주, 노래 등의 활동을 구성하여 음악교육과 연대감 향상의 학습목표를 융합하였다. 특히, 확장 단계에서는 <어린왕자>를 읽고 인물 간 관계와 관련한 대사의 의미를 상기하면서 음악극의 구성요소인 가사와 내레이션을 창작하는 과정은 세계시민성 중 연대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결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학습한 세계시민성에 대해 친구와 토론하고 온라인 성찰지에 작성하는 자기성찰의 과정으로 마무리한다.
교육효과 연구에서 주로 활용되는 사전·사후 변화 비교는 교육의 투입효과를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때 참여 학생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변화나 교수자가 의도하지 않은 변화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교육의 세부효과를 면밀하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육 전·중·후 효과측정과,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된 자기성찰 기록의 결과를 병행하여 분석하였다.
첫째, 정량적인 교육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교육 전·중·후 3회에 걸쳐 측정도구를 활용한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다. 측정도구 검사는 교육에 대한 사전공지가 이루어진 1주일 전에 시행되었고, 교육 중 검사는 4회기 교육 직후 측정하였으며, 교육 후 검사는 6회기 교육 종료 직후에 실시하였다. 측정결과는 반복측정 일원분산분석(repeated measured ANOVA)과 Bonferroni 사후검정 방법을 활용하여 교육을 통한 세계시민성 성장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교육효과 측정도구는 세계시민성 측정에서 다수 활용되는 Morais & Ogden(2011)의 검사도구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개발한 검사도구(현주 외, 2014)를 학습목표에 맞게 구성하였다. 세부 측정도구는 <표 4>와 같이 6개 요인이며, 5점 기준의 Likert 척도로 구성하였다. 측정도구의 문항 간 신뢰도(Cronbach’s α)는 사전 측정을 기준으로 0.729에서 0.889까지 6개 요인 모두 수용기준에 부합하였다. 그 외 세계시민교육 관심정도는 단일 문항으로 구성하고, 세계시민교육의 개념과 의미 소개 후 5점 Likert 형태로 측정하였다.
둘째, 매회기 종결 단계마다 작성된 6회기 성찰지를 수집하고 단어 형태의 데이터로 종합하여 텍스트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방법은 네트워크 텍스트 분석(Network Text Analysis, NTA)을 활용하여 단어의 출현빈도를 확인하고, 성찰결과의 잠재적 의미를 도출하고자 중심적 역할을 하는 단어의 중요도(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TF-IDF), 연결중심성(Degree Centrality, DC)을 추출하고 시각화하였다.
IⅤ. 연구결과
먼저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의 세계시민성의 성장과 세계시민교육 관심정도를 교육 전·중·후 시점에 따라 살펴보면 <표 5>와 같다. 전체 세계시민성은 5점 기준으로 교육 전 대비 중간 평균 0.07, 중간 대비 교육 후 평균이 0.13 정도 증가하였고,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 또한 사전 대비 사후 평균 0.38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융합형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긍정적 성장도 확인되지만, 대중적인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도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구분 | 교육 전 | 교육 중 | 교육 후 | 전체 평균 |
---|---|---|---|---|
전체 세계시민성 | 4.08 | 4.15 | 4.28 | 4.17 |
세계시민교육 관심정도 | 3.67 | 3.52 | 4.05 | 3.75 |
세계시민성 하위요인의 평균을 살펴보면 <표 6>과 같이 ‘문화다양성’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교육 전-중-후 시점에서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책임감’의 표준편차는 교육 후에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책임감’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학생 간 개인차가 커서 긍정적으로 성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다양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세계시민성의 교육 전-중-후 성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표 7>과 같이 반복측정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전체 세계시민성(F=11.549, p=.000, η2=.366)’을 비롯한 ‘개방적 사고(F=7.765, p=.001, η2=.280)’, ‘자기조절력(F=3.554, p= .038, η2=.151)’, ‘공감-소통(F=5.020, p=.011, η2=.201)’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으나, ‘문화다양성’, ‘연대감’, ‘책임감’은 유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정도(F=5.640, p=.007, η2=.220)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그리고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 세계시민성 하위요인과 세계시민교육 관심정도의 세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표 8>과 같이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개방적사고’는 교육 전-후(p=.009), 중-후(p=.043) 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는데, 교육 전에서 교육 중반까지는 성장이 없었으나 중반 이후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소통(p=.038)’과 ‘자기조절력(p=.029)’은 교육 전 대비 교육 후반에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계시민교육 관심정도는 교육 중 꾸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023, .024).
다음으로 학생들이 1회기부터 6회기까지의 수업 종결 단계에서 작성한 자기성찰 기록들을 활용하여 세계시민성의 변화를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자기성찰 기록을 종합하고 데이터화하여 네트워크 텍스트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분석결과는 [그림 1], <표 9>와 같다.
먼저 측정도구를 활용한 교육효과 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성장이 확인된 ‘개방적사고’, ‘공감-소통’과 관련한 ‘느끼다’, ‘감정’, ‘이해’ 등의 단어가 자기성찰 기록에서도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교육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연대감’과 관련된 ‘관계’, ‘협력’, ‘서로’ 등의 단어 출현빈도가 높은 순위로 나타났고, ‘책임감’과 관련한 ‘책임’, ‘역할’ 등의 단어도 다수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전체 학생들의 ‘연대감’과 ‘책임감’이 성장한 것은 아니나 일부 학생에게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등학생의 ‘관계’와 연관하여 ‘친구’는 출현빈도를 비롯한 중요도, 연결중심성 모두 가장 높은 단어로 나타났다. 그 외 ‘상호작용’의 중요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연결중심성이 높은 단어는 ‘자신’, ‘알다’ 등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정량적 효과분석에서 확인되지 않은 영역들을 중심으로 학생의 자기성찰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첫째, 학생 스스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는 성찰이 다수 확인되었다.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차리고 성찰하면서, 동시에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만큼 그들의 존재 또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을 아끼면서 사랑하는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과 자신에게는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배운 것 같다.”
“내가 날 믿지 않는다면 누가 날 믿어주냐는 친구들이 쓴 성찰글을 보고 무엇보다 내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신감이 없어서 저번 시간이든 언제든 항상 고민이 많았는데 친구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감정을 남에게 잘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친구에게 표현을 하면 서로 기분이 상한다는 걸 알고 있고 겪은 적도 많아서 학교에서는 속상하거나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그냥 웃고 있게 된다. (중략) 오늘 활동으로 감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학교생활에 바빠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지내고 있었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친구를 대하는 법도 이해하는 법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 더 이상 관심가질 이유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그동안 친구라는 존재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나는 친구들에게 그동안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둘째, 학생들은 융합형 세계시민교육 프로젝트라는 ‘처음으로 경험한 여러 가지 앎’에 대한 소감을 성찰하였다. 그동안 학교교육에서 느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였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문화예술적 감성이 성장하였음이 관찰되었다.
“오늘 연주할 때 처음부분에 윈드차임 소리가 정말 아름답게 났었다. 나도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연주소리를 듣는데 소리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만약 처음부터 완벽히 잘했다면 아까와 같은 생각이 쉽게 안들었을텐데 처음이 어땠는지, 얼마나 성장했고 하고 있는지를 알기에 더욱더 소리가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싶다.”
“평소에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해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과목이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로 음악으로 하는 힐링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음악극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는데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반친구들과도 더 끈끈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수업을 함으로써 항상 같은 교실에 앉아 수업만 듣다가 음악실에 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 너무 오랜만에 행복하게 2시간동안 웃고 있었다. 평소 성격이 남들 앞에서는 웃고 속으로는 우는 성격인데 이 수업을 할 때만큼은 나 자신이 행복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V. 결론 및 제언
우리사회 고등학생들은 성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선거권을 부여받았고, 불예측 시대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수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감당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에 고등학생이 직면한 입시 과업과 시민의식 함양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적 대안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이 높은 예술교육을 세계시민교육과 융합하여 고등학생에게 제공하고, 그러한 교육적 개입이 고등학생의 세계시민성 성장에 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먼저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의 참여는 학생들의 ‘개방적사고’, ‘공감-소통’, ‘자기조절력’을 향상시키는데 유의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 성장은 교육 중반 이후부터 나타났으며, 세계시민성의 성장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였다. 소설 속 어린왕자가 여행을 떠나는 일련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형성되고, 내 주변에 대한 환기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 개발한 융합교육은 이질적인 교육과정의 융합,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매체를 융합한 수업방식 등의 융합적 특성을 반영하였는데, 어린왕자 소설에 내포된 세계시민성을 다양한 정서적 공감이 가능한 음악교육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정서적 공감과 감정이입을 강조하고 흥미와 몰입을 동반한 예술교육의 특성(김형숙, 2018)이 세계시민교육의 효과를 높인 것으로 이해된다. 관련하여 본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학생들은 처음으로 해 본 새로운 경험이자 학교교육에서 느껴보지 못한 즐거운 학습시간이었다는 의견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다문화사회의 도래 등 새로운 사회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의 전 지구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세계시민교육은 다른 교육에 비해 요구와 관심이 낮은 편이다. 세계시민교육에서 다루는 쟁점과 주제들에 대해 학생들은 다소 무겁거나 훈육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는데,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관련 주제들을 흥미롭게 풀어감으로써 학습에 대한 몰입과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자기성찰을 경험할 수 있는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수업의 종료 단계에서 진행된 자기성찰을 통해 참여 학생들은 ‘자신’, ‘알다’ 등을 다수 표현하였고, 해당 단어들의 연결중심성 또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나는 누구인지, 세계 안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은 세계시민교육의 선행 과정으로서 중요하다. 세계시민교육으로 체득한 자기성찰의 경험 이후에 타자와 자기를 둘러싼 사회 또는 세계에 대한 발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유진영, 박경희, 2020).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을 개발함에 있어 자기성찰의 학습과정은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본 연구를 통해 청소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친구와의 관계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이루어짐을 확인하였다.
관련하여 학생들은 본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이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리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성찰하였다. 또한 학생들의 자기성찰 기록을 통해 일부 학생들에게는 ‘연대감’, ‘책임감’의 긍정적인 성장이 있었음을 발견하였는데, ‘연대감’과 관련하여 ‘관계’, ‘친구’, ‘상호작용’ 등의 출현빈도와 중요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노래와 연주활동을 통해서 맡은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할 때는 그들의 선호, 요구와 특성을 고려한 교육 설계 및 교육환경 조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청소년의 특성을 세계시민교육 실천에 반영한다면, 세계시민으로의 성장이 나로부터 출발하여 친구, 가족, 지역, 국가, 세계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유네스코, 2015). 또한 스스로를 시민이자 삶의 주체로서 인식하는 가치가 내재화 되었을 때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감과 소통의 지구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자기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중요하다 여기는 인류보편적 가치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성찰 학습을 통해 세계시민이자 유일한 존재로서 나의 삶과 더불어 나와 같이 유일한 존재인 타인의 삶 또한 독립적이면서 공존적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고등학생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실천방안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을 통한 세계시민성 함양과 세계시민으로서 일상적 실천의 두 가지 경험은 단계적으로 연계되거나 또는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경험들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인식의 확장, 실천 및 참여를 목표로 통합적 관점에서의 인간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등학생의 경우, 학교현장에서 이러한 인지적 학습과 행동적 경험들이 연계되어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의 교과 수업은 실천과 체험중심의 학습보다는 학문 중심의 주지주의 학습을 우선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이성흠 외, 2017).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문제에 직면한 고등학생들은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세계시민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입문 단계부터 제한적이기도 하다. 이에 고등학생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은 기존의 정규 교육과정에 사회·정서적, 인성적 차원의 세계시민성 요소를 융합적으로 연계하여 경험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의 단위 교과들이 세계시민성 요소와 융합되면 학생들은 세계시민으로서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관점에서 교과의 학습주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의 재구성, 적절한 교수학습모형의 선정, 타당한 평가방법의 선택 등을 고려하여 교과 융합형 세계시민교육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세계시민교육 및 음악교육 전문가, 고등학교 음악교사가 협업하여 4개월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효과 분석을 통해서 6회기 내에 6개 영역의 세계시민성 함양이라는 목표 달성이 한계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개방적 사고, 문화다양성, 연대감, 책임감, 공감-소통 등의 세계시민성이 개별 교육목표로 설계되어 행동적 영역의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육에 관한 후속연구를 제안한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및 학교사정으로 인해 당초 계획한 통제집단과의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에는 교육효과를 대조할 수 있는 비교집단을 구성하여 세계시민성의 변화 정도를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