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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활동 참여자의 다문화 학습에 관한 사례연구*

하란**, 김진희***
Ran Ha**, Jinhee Kim***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전) 한양대학교 다문화교육연구센터 연구원(주저자), gkfks1@hanyang.ac.kr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교신저자), drkjh@kedi.re.kr
**Former Research Assistant, Center for Multicultural Education & Research
***Research Fellow,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 Copyright 2020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r 07, 2020; Revised: Apr 09, 2020; Accepted: Apr 10, 2020

Published Online: Apr 30, 2020

요약

본 연구에서는 글로벌 이주가 보편화한 현대사회에서 20대 청년이 어떤 목적으로 국경을 넘어 이질적 문화 속에서 봉사활동을 하는지를 살펴보고, 다문화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통해서 다문화 학습경험의 내용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아동보호 시설에서 약 1년간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하였고 각자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던져진 타문화를 조우하며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연구 결과, 해외봉사활동 참여자들은 좁은 일상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사적인 관계에 몰입하게 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국제사회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편견의 틀을 깨지 못했다. 다문화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를 성찰할 기회가 부족했으며 국제사회의 빈곤, 성폭력, 인권, 힘의 불균형 등 지구적 문제를 이해하는 세계시민의 정체성을 기르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펼쳐지는 전환적 경험과 다문화 학습의 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앞으로 국제이해교육학의 학술 지평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Abstract

This study seeks to explore the changes in terms of the multicultural learning experience in overseas volunteer work. Participants who participated in overseas volunteer work in child shelters for about a year have developed personal relationships in their individual contexts, widening their understanding of other cultures. However, there was a lack of opportunity to reflect on the structural problems of poverty and prejudice that they had previously. It has been revealed that there is a limit to developing a global citizenship to understand global issues such as poverty and sexual violence in the global society. We need to expand the academic horizons of international understanding education by studying the transformative experiences and multicultural learning on the ground.

Keywords: 해외봉사활동; 다문화 학습; 세계시민; 국제이해
Keywords: overseas volunteer work; multicultural learning; global citizen; international understanding

Ⅰ. 서 론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의 초국가적 경계 넘기와 이동이 자유로워진 글로벌 사회에서 이주(migration)는 보편적이다.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떠나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움직이는 이러한 현상이 곧 글로벌 이주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이주는 하나의 혁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하인리히 가이젤베르거 외, 2017). 거시적인 사회변화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국가에 정박된 소속감과 정체성을 다층적으로 확장하며, 자신의 일상의 생태계를 바꾸면서 삶의 지위를 변화시키게 된다(김진희, 2019).

이처럼 글로벌 이주가 과거보다 보편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조우하기에 현대인들은 직간접적으로 다문화적 환경에 놓인다. 특히 청년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사회관습적으로 보수화된 기성세대와 달리, 정보통신의 발달과 기술혁명의 산물을 일상 속에서 향유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글로벌’이라는 지구촌의 구성체를 직간접적으로 인식해 온 경향이 크고, 학업, 취업, 해외봉사 등 여러 사회적 선택지 속에서 초국적 경험을 감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낮은 측면이 있다(김진희, 2019). 그 가운데 본 연구는 해외봉사라는 행위 속에서 20대 청년이 어떤 목적으로 국경을 넘어 이질적 문화 속에서 봉사활동을 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들이 봉사활동 경험을 통해 어떠한 인식의 변화를 했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글로벌에 대한 일상의 감각이 있기 때문에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편견과 차별 의식도 없을까? 해외봉사활동을 통해서 조우하는 다문화적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으로 다문화 학습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세부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봉사활동 참여자들의 해외봉사활동 참여 동기는 무엇인가? 둘째, 해외봉사활동 현장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통한 어떠한 인식의 변화가 있는가? 이를 통해서 해외봉사활동 참여 경험이 다문화 학습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고찰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배경

1. 다문화 학습

Banks(2007)는 학습자가 다문화 학습을 통해 인종차별, 성차별, 빈곤,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다문화 학습은 주류문화에서 배제된 소수문화를 기존 체제 안으로 포함하고자 노력하며(Pai, 1990), 동시에 사회정의를 근간으로 학습자가 직접 행동하도록 하는데 방점을 둔다(Sleeter & Grant, 2009). 다문화 학습이 지향하는 바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다문화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 태도, 기능을 갖춘 다문화 시민성 함양이다(이민경, 2013; Banks, 2007). Kymlicka(1995)는 다문화 시민성은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요소로, 기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권리’가 다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에게도 있다는 전제로 모든 시민이 다문화 시민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직간접적으로 다문화적 환경에 노출되며 인식의 변화를 경험한다. 다문화적 경험은 다문화 학습의 시작이자 끝이다. 다문화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한 개인은 끊임없이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고 서로 다른 유기체 간의 문화적 경계 넘기를 하며 학습한다(Giroux, 1992). 다른 문화와 만나며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Banks(2007) 역시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문화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론을 펼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의 초점인 20대 성인기의 해외봉사활동은 적극적 다문화 학습이 기획되는 지점이다. 이들이 국경을 넘어 다문화적 경험을 조우하며 맞이하는 전환적 인식은 다문화 학습을 이해하는데 유의미하다. 기존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본 연구에서는 다문화 학습을 교육의 제공(education provision) 관점보다 학습자 중심관점으로 인종, 민족, 문화, 종교적 차이와 다양성이 확장된 환경에서 다문화 시민성을 성장시키고 학습자의 지식, 태도, 기능에 전환을 주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2. 해외봉사활동과 학습

봉사활동은 행위자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하여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유 의지로 제삼자가 이득을 얻도록 하는 행위이다(Dingle et al.. 2001). 해외봉사활동은 국경을 넘어 다른 문화에서 일어난다는 특징이 더해지면서 무보수성과 자발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국경을 초월한 행위로 정의된다(Sherraden et al., 2006). 해외봉사활동의 목적, 기간, 유형은 천차만별이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Plewes & Stuart, 2007; Sherraden et al., 2006) 참여자는 이타주의(altruism)와 자신의 개인적 또는 전문적 성장 혹은 자아실현 등의 참여 동기를 가지고 새로운 문화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기대한다(오단이, 2014; Tiessen, 2012). 현대사회에서 해외봉사활동은 개발협력이라는 기치 아래 그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흐름이다(Plewes & Stuart, 2007).

이에, 해외봉사활동을 통한 학습에 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봉사활동에서 구체화되는 봉사학습(service learning)은 경험학습을 기본 철학으로 한다(Kiely, 2005). 해외봉사학습은 주로 학교 차원에서 지역 사회봉사와 학문을 결합하는 형태로 논의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간문화적 상호작용 등을 통한 세계시민성 함양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는다(Bringle et al., 2011). 개별 연구에서도 해외봉사활동을 통한 학습 결과로 타문화 이해, 소통능력 향상, 스트레스 관리, 글로벌 리더십 등의 개인적 역량 강화를 언급한다(김향미 외, 2018; 이지연·연경심, 2017).

그러나 해외봉사활동에 접근할 때 참여자의 능력 개발에만 치우쳐 신자유주의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지역사회와의 평등한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Schech, 2017). 시혜적 태도를 견지한 선한 의도가 오히려 특권을 만들어내면서 현지인들을 타자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Sin, 2009). 의사 결정 과정에서 현지 주민을 배제하거나 참여자의 도움에 의존하게 하고, 참여자의 고정관념을 강화하여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Guttentag, 2009).

이러한 지점에서 참여자가 자신을 낮추고 겸허한 자세로 해외봉사 현장에 있어야 함이 강조된다. Willis & Allen(2011)은 해외봉사활동 현장에서 참여자가 자신을 구원자나 전문가로 인식하기보다 학습자로 인식할 때 불공평한 관계가 생길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Bennett et al. (2018)은 시혜적 태도보다 학습을 더 강조하고 현지의 상황 안에 평생학습자로서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봉사와 학습의 조화는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학습을 위해 구성된 프로그램을 넘어 해외봉사활동이라는 경험 자체에서 참여자가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문화적 맥락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으로 뛰어들어 혼란스러운 딜레마를 직면하고 자신의 관점을 재구조화하는 전환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은 시사점이 된다(Kiely, 2005; Taylor et al., 2018).

3. 해외봉사활동에서 다문화 학습

Bamber & Pike(2013)는 문화중심주의에서 문화상대주의로 발달해 간다는 Bennett(2004)의 간문화 감수성 발달모형을 바탕으로 해외봉사활동 참여자의 언어 사용 변화를 포착하였다. 문화중심주의라고 볼 수 있는 부정(Denial), 방어(Defense), 최소화(Minimization)의 단계를 거쳐 문화상대주의의 영역에 있는 수용(Acceptance), 적응(Adaption), 통합(Integration)의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Taylor et al. (2018)은 다양한 인종, 성, 사회경제적 계층으로 구성된 해외봉사 참여자들이 현장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화적 상호작용을 해석하면서 자식의 문화와 사회적 정체성을 전환해가는 과정을 겪음을 발견했다.

허창수(2010)는 국제청년캠프라는 해외봉사활동을 다문화를 경험하는 장으로 규정하고 단순한 문화 이해 교육의 편협함에서 벗어나 타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다문화 학습을 통해 지식, 가치, 실천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읽고 쓰고 토론하는 전통적인 학습 환경에서 학습자가 인종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보다 봉사 참여 등을 통해 편견을 줄여나가는 경험학습이 인식 전환에 더 효과적이다(Smith et al., 2014). 결국,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문화 학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여 관련 연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사례연구

질적 연구는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해석하고 실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맥락성을 발견하는 연구 방법으로서 학습에 대한 의미구조를 탐구하는데 적절하다(Merriam, 1998). 특히, 질적 사례연구는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하나 또는 복수의 사례를 심도 있게 탐색하는 질적 연구 방법이다(Merriam, 1998; Yin, 2014). 사례란 ‘경계가 분명한 체계(bounded system)’ 안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동시대의 현상(contemporary phenomenon)’을 의미한다(Yin, 2014). 시간이나 장소의 경계가 분명한 사건, 프로그램, 국가, 가족 또는 개인 등이 개별 사례가 될 수 있다.

경계가 확실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해외봉사활동 현장에서 분명한 특성이 있는 해외봉사활동 참여자는 하나의 개별 사례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두 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해서 두 개의 사례로 이루어진 다중 사례연구이다. 따라서 각각의 사례가 보여주는 특수성을 발견하면서 동시에 서로 교차시키며 해외봉사활동 경험을 풍부하게 이해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심층 면담, 현장에 내부자로 있었던 연구자의 일기, 참여자의 강의록을 비롯한 각종 문서도 주요 자료로 분석했다.

먼저, 학습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구조화된 면담의 방식을 사용하기보다 반구조화된 면담 방식을 사용했다. 반구조화된 면담 방식을 사용했을 때 삶의 흐름이나 맥락적 상황을 보다 융통성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Seidman, 2006). 연구 참여자와 각각 3차례에 걸친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연구 참여자를 비롯한 본문에 언급된 이름은 가명을 사용한다. 연구 참여자 김여울과 2018년 3월 17일, 2018년 4월 25일, 2018년 6월 17일 3차례 면담을 하였고, 연구 참여자 박담이와는 2018년 03월 18일, 2018년 4월 24일, 2018년 6월 9일 3차례 면담을 시행하였다. 개별 면담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연구 참여자의 심리적, 물리적 편리를 위해서 집과 카페를 오가며 면담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전화로 인터뷰를 보완했다.

또한, 연구자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자문화기술지와 같은 자전적 연구방법으로서 현장에서 작성한 일기를 참고했다(Chang, 2008). 기관에서 보낸 이메일, 시설 내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들으면서 기록했던 강의 기록, 참여자가 한국에 돌아와 한 강연의 강의록 등을 바탕으로 현장을 재구성하고 경험과 맥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자가 빠질 수 있는 편견이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자료 분석 및 해석의 과정에서 연구자의 메모를 원래 자료들과 교차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자가 실제 현장에서 얻은 기록, 면담, 다양한 텍스트 자료를 사용하여 교차적으로 검증하여 주제를 도출하였고 연구 참여자들과 지속적 소통을 통해서 연구 데이터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2. 연구현장과 맥락

연구자는 해외봉사활동의 참여자로 연구현장에 약 2년간 머물렀다. 연구현장은 중미 과테말라에 위치한다. 종교인이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로 폭력, 성폭력, 방임 등의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거나 부모와의 격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법원을 통해 이곳으로 와서 머무르게 된다.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는 아이들의 수는 그 기간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만 늘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머물며 갓난아기부터 곧 성인이 될 아이들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이 기관은 봉사자를 주기적으로 받기보다는 기관의 상황에 맞춰 봉사자를 받고 있다. 단기 해외봉사활동처럼 특별한 이벤트나 단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일상생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일과에 맞춰 봉사활동 참여자의 일정도 바뀐다. 보통 오전 일과와 오후 일과로 나뉘는데 오전 일과는 교육, 요리, 상점 운영 등 자기가 맡은 역할에 따라 달라지고 오후 일과는 모든 봉사활동 참여자들이 모여 창고 정리와 같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된다.

이 기관의 또 다른 특징은 사전교육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봉사자가 한국에서부터 중미에 위치한 이 시설까지 찾아오면 현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스페인어 구사력이 없는 대부분의 해외봉사활동 참여자들은 언어교육을 먼저 받게 되며 현지 직원들이나 아이들과 소통을 하게 된다. 봉사활동 참여자들은 1년 중에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아이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아이들의 일과에 맞춰 함께 산다.

3. 연구 참여자

연구자가 현장에 머무는 동안 함께 봉사했던 봉사자는 총 일곱 명이다. 그중에 본 연구에 참여한 참여자는 성인기의 20대 여성 두 명이다. 연구자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함께 했던 참여자로 각각 약 1년 정도 현장에 머무르며 생활했다. 두 연구 참여자 모두 각자의 전문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첫 번째 연구 참여자인 김여울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던 당시 시설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합창단 공연이었던 만큼 합창단의 지도를 맡았던 김여울의 역할은 특수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긴 공연을 마쳤기 때문에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연구에 초대했다. 두 번째 연구 참여자 박담이는 봉사활동 현장에서 요리사로서 주방을 맡았으며 다른 참여자에 비해 비교적 해외 경험이 많아 김여울과 또 다른 영역의 경험을 스스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가 될 수 있기에 연구에 초대했다.

표 1. 연구 참여자
연구 참여자 나이 봉사기간 직업 주요 역할
김여울 29세 약 1년(2016년) 음악교사 합창단 공연 지도
박담이 27세 약 1년(2017년) 요리사 요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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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구 참여자인 김여울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는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자연스럽게 음대에 입학했다.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면서 사범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게 됐다. 김여울은 이번 봉사에 참여하기 전까지 대학과 전공을 바꾼 것을 자신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로 꼽았다. 해외봉사를 참여하기 전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며 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중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전까지 원래 살던 지역을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으며 외국인과의 접촉 빈도가 매우 낮은 편이었다.

두 번째 연구 참여자 박담이는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너무 어릴 적이라 헝가리에서 살았던 기억은 없으나 친구 같은 아버지를 통해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박담이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꿈을 안고 조리를 배우기 위하여 조리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 대학을 가기보다 이탈리아 유학을 선택해 1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 관련 경력을 쌓으며 공부했다.

Ⅳ. 연구결과

1. 참여동기: 무엇이 국경을 넘는 해외봉사활동으로 이끌었나?

성인학습자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의 필요와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이 이들을 낯선 나라의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하게 이끌었는지는 다문화 학습의 시작 지점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연구 참여자들은 개별적인 동기를 가지고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저는 공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중략) 제가 아이들보다 먼저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했고 또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제 생각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제 성격과 20대 젊은 청춘을 노량진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합해진 것이었습니다. (2017. 08. 18. 김여울의 강의록)

김여울이 생각하는 좋은 교사는 ‘지식’ 전달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을 넓혀’ 학생들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소통하는 교사이다. 김여울은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전혀 없었고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상 외국인을 만나기 어려웠다. 그런 김여울에게 해외봉사활동은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20대에 꼭 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담이: ‘언젠가 살면서 꼭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었고 주변에 친구들이 그때 코이카에서 고등학교 졸업한 지 2년 이내, 특성화고 졸업한 지 2년 이내 뭐 그런 애들을 뽑아서 코이카 해외봉사를 1년짜리로 가는 게 있었어요. 주변에서 가는 애들이 있었고 ‘아, 나도 가고 싶다.’ 했는데 (중략). 16년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조금 도망을 치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그래서 찾아봤어요. (2018. 03. 18. 1차 면담)

‘도망을 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해외봉사활동을 떠나기 직전에 박담이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 늘 시간에 쫓겨 살아야 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지쳐가고 있었다.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SNS에서 과테말라 아이들의 한국 공연 영상을 보게 됐고 “내가 걔네와 함께 있고 싶다(2018. 03. 18. 1차 면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지원했다. 다른 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이유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20년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한국에서 살았으니까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내가 선택한 나라(3차 면담, 2018. 06. 09.)”에서 살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박담이는 한국 사회에서 보여주는 지나친 관심을 버거워하기에 해외로 가는 것이 갑갑한 현실, 지나치게 경쟁적인 한국의 사회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이처럼 해외봉사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로 시작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 도피’를 정당화시키는 탈출구가 된 것이다. 이론과 담론에서 논하는 해외봉사활동이 국제사회의 발전에 동참하기 위한 세계시민적 참여나 거대한 이타주의에서 발로하기보다는 20대를 보내는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개인의 생활세계 속에서 각자의 필요와 갈증으로 인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2. 빈곤 국가에 대한 빈약한 지식과 막연한 이해

교사인 김여울은 해외에서 하는 새롭고 이채로운 경험을 원했고 요리사인 박담이는 그저 한국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김여울은 합창지도를 할 교사를 찾는 지인을 통해 해외봉사를 하게 됐고 박담이는 김여울이 진행한 합창 공연 홍보를 보고 이 시설을 알게 되어 봉사활동 참여를 결정했다. 동기와 시기가 모두 다른 두 참여자는 과테말라라는 나라의 지리적 위치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김여울: 맨 처음에 과테말라라고 했을 때 저 사실 아프리카인 줄 알았어요. 그니까 아예 몰랐어요. 과테말라가 어떤 곳인지. 어느 나라에, 어느 지역,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무슨 말을 쓰는지도 아예 몰랐는데 간다고 하고 알아봤죠. 그래서 아, 멕시코 밑에 있구나. 아, 스페인어 쓰는구나. 이런 거 알게 되고 워낙 치안이 안 좋다고 하는 얘기가 조금 많고(중략). (2018. 03. 17. 1차 면담)

박담이: (과테말라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난 지리를 못하니까. 그게 중남미인지 어딘지도 몰랐고. 난 아프리카 쪽에 있는지 알았고. 그냥 커피를 재배하는 가난한 나라. 그냥 가난한 게 포인트는 아닌데 커피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그런 전반적인 국가들이 대부분 가난하니까 그런 나라라고 생각했죠. (2018. 03. 18. 1차 면담)

두 연구 참여자 모두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는 가난하다’는 막연한 인식 속에서 아프리카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씌워진 가난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선 관념을 가진 것이다. 해외봉사활동이나 후원을 위한 광고 이미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프리카의 전형이다. 상대적으로 중남미는 한국 사회와 그다지 친숙한 대륙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남미를 떠올리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전달하는 단편적인 정보로 과테말라라는 나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빈곤’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사전교육이 없이 봉사활동 참여한 두 사람은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과 타인을 돕겠다는 의식도 막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과 지리적 정보 역시 빈약한 상태로 막연한 가난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3. 언어 역량 자체보다는 ‘관계’ 맺기

해외봉사활동을 하면서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현지의 상황에 준비 없이 오게 된 참여자들은 가장 먼저 언어의 장벽에 부딪혔다. 언어를 몰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스스로 위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낯선 타국에서 건너온‘선생님’에게 몇몇 아이들은 적의 없이 노골적으로 놀리거나 무시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심층 면담에서 도출된 아래의 진술은 두 참여자가 언어로 인해 겪었던 일화에 대한 술회이다.

김여울: 대화를 하다 보면 이건 뭐 제 반성이기는 한데 언어적으로 노력한 편이 아니어가지고. 봉사자들 사이에서도 제가 못하는 편이었는데, 애들하고 말을 하면 제가 못 알아듣고 “응? 다시 한 번 해줄래?” 하면 애들도 한 세 번 말해주다가, 단어를 모르는 거기 때문에 세 번 말해줘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애들도 그냥 “아아, 됐어, 됐어.” 이런 것들이 조금 있으니까. (중략) 그런 식으로 단절되는 소통의 단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18. 03. 17. 1차 면담)

박담이: 처음 갔을 때 언어를 못하니까 어떻게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애들이 날 따돌리는 것 같고, 뭔가 그런 느낌도 들어서 그런 게 조금 처음에…. 차라리 어른들이랑 대화하니까 편했어요. (중략) 어떤 애들은 되게 친절히 도와주고 가르쳐주고 하는데 어떤 애들은 “모르면 됐어.” 그러고 가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걔 누구지? ‘니콜’이 되게 눈치를 주고 뭔가 나를 따돌리는 느낌. (2018 .03. 18. 1차 면담)

언어는 매우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런 이유로 해외봉사자들은 현지어 부족으로 ‘소통의 단절’이나 ‘소외감’까지 느끼게 된다. 해외봉사활동 현장에서 현지 언어는 일의 능률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참여자의 초기적응에 중요하다. 그런데 1년 정도 머문 장기 봉사자들은 언어능력이 향상됐어도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관계를 전환한다는 특징이 나타났다.

김여울: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소통이 꼭 대화로만 되는 게 아니니까. 내가 걔네들을 생각하고 있구나. 그리고 또 신체 접촉을 통해서 우리가 조금 친하구나. 친근한 사람이 됐구나. (2018. 06. 17. 3차 면담)

점차 ‘친근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통해 단절과 소외감을 극복한다. 언어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의사소통역량을 함양하고 나아가 해외봉사 자체에 관한 정의를 변화시킨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으나 봉사활동과 현지인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로 정의한다.

김여울: 누구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고 그 도움이 나에게 너무나 ‘아! 역시 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 이런 마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또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사람을 알게 되는구나. (중략) 그런 하나의 경험으로 보는 거지 내가 저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존재 이런 거창한 생각은 안하고 지냈어요 (2018. 03. 17. 1차 면담)

박담이: 전에는 그냥 뭘 가져다주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그니까 뭔가 나의 노동력이라든가, 나의 돈이라든가. 이런 느낌이었다면 생활을 함께 하다 오는 것? 그냥 그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나누는 것. (중략) 제가 과테말라에 가서 모든 걸 다 주고 온 건 아니잖아요. 내가 받은 게 어떻게 보면 더 많은데. 그런 시간마저도 서로에게 되게 소중하고 좋은 시간. 봉사활동은 서로 나누는 것. (2018. 03. 18. 1차 면담)

이러한 과정에서 간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다문화 학습을 관찰할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학습과정에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현지인과 ‘너’와 ‘나’라는 이분법으로 구분 짓기를 하는 대신 우리라는 경계를 확장해 현지인들을 수용했다. 결국, 수평적인 관계 형성은 해외봉사활동의 의미 자체를 변화시켰다. Bennett(2004)이 말하는 간문화 감수성 발달모형에 따라 처음에는 문화중심주의의 단계에 머무르며 자신의 문화를 우위에 두고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문화다원주의에 단계에서 타문화에 적응하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면서 아이들의 문화를 삶으로 통합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경험은 문화에 대한 우월감을 제거해나가는 과정이었다. 해외봉사 현장은 공여자와 수혜자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어 문화에 따른 위계가 생겨나기 쉽고 서로를 타자화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지만(Guttentag, 2009; Sin, 2009)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다름을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 간의 수평적 관계를 경험하면서 편견과 위계적 접근을 혁파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관계를 맺게 됐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학습의 역동이 아니라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역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4. 다문화를 현장에서 체험하는 과정의 제약과 한정성

과테말라 현지의 치안상 문제로 봉사참여자의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다. 지역사회와 직접적인 소통을 할 기회도 적었다. 시설은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설 안에 과테말라 문화와 한국 문화가 뒤섞여 있어 과테말라의 문화라고 정의 내리고 그 안에서 문화적 차이로 일어나는 갈등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각자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관련하여 낯선 문화적 맥락에서 생기는 갈등을 경험했으면 두 연구 참여자 모두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김여울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한국에서 지도하던 아이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 누워있거나 중간에 나가 버리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지치는 경험을 하는 일도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수업방식과 시설에서 원하는 수업방식이 전혀 달랐다.

김여울: 저도 제가 아는 방식이 있는 거고 제가 배운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가 편하고 그렇게 알고 있잖아요. 그니까 제 상식으로는 애들이 곡을 여러 가지 해야 하고 실습 노래를 할 애들인데 악보를 모른다는 게, 굳이 안 가르친다는 게.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중략) 한국에서도 다른 선생님들한테 조언을 구할 때도 “가르치면 좋지 않겠냐.” 그런 대답을 받았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간 거였는데. 그런 걸 꼭 내가 여기서 고집할 필요가 없는 걸 알게 됐죠. (2018. 06. 17. 3차 면담)

김여울은 끝까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를 얻었다. 학습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연습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수업을 구성할 때 이때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다양한 수업을 구성한다. 단지 학습자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반성을 통해 직업적 영역에서 자신의 관점을 전환했다.

박담이는 처음에 식단을 보고 “내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 같다(2018 .06. 09. 3차 면담).”라고 말할 정도로 탄수화물 중심인 전통 식단의 변화와 제한적인 재료로 식단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요리를 배우기는 했지만, 과테말라 음식은 생소하기만 했다.

박담이: 열심히 먹어봤죠. 이것저것 사 먹어 보기도 하고 책도 보고. 책을 보면서 이 재료가 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근데 요리책을 보고 애들은 재료를 잘 몰라요. 애들은 그 재료를 본 적이 없는 경우도 되게 많더라고요. 그 말 자체도 모르는 애들도 되게 많고. 그래서 공부하며 원장을 찾아가거나 선생님들한테 물어보거나 그렇게 해서 또 알아보고. (중략) 그런 식으로 조금 해서 그렇게 자꾸 접해보면서 이해했던 것 같아요. (2018. 06. 09. 3차 면담)

박담이는 과테말라 음식을 배우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그 문화를 궁금해하고 적극적으로 찾아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또한, 자신의 요리 스펙트럼을 넓혀나가면서 음식을 통한 다양성을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이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Mezirow(1991)의 전환 학습이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혼란스러운 딜레마에 빠졌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결과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즉, 자신의 관점을 전환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김여울은 교수 방법을 바꾸고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문화 역량을 키웠다. 박담이는 학습 방식으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 과정에서 간문화적 소통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연구 참여자 모두 문화 간의 경계를 넘으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학습했다(Giroux, 1992). 그리고 결국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약적이기는 하나 주체적으로 다문화 학습을 해나갈 수 있었다.

5. 여전히 남아있는 편견과 국제문화 간 위계 의식

과테말라 현지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가지는 환상이 있음을 김여울은 발견했다.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나 미션은 참여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수혜자와 공여자라는 역할에서 문화적 위계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김여울: 한국 봉사자들은 어쨌든 한국적인 거를 풀어놓고 어쨌든 한국 사람이니까 어느 정도 한국 문화가 녹아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게 봉사자들이 영향력이 되게 큰 편이잖아요. (중략) 과테말라지만 일단 한국인이면 부자로 많이 느끼고. 왜냐면 자기들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게 있죠,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환상도 있고. 드라마만 보니까.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나아질 것 같아요. (2018. 04. 25. 2차 면담)

이 문제는 과테말라 현지 직원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낙관한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김여울: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면 별로 안 좋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게 애기 때,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뭔가 듣고 보고 자란 느낌이에요. 그냥 언어를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외국인 노동자 이거. (중략)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들을 대할 때 제가 편견으로 대하지 않는데 은연중에 생각에 다 있고 뿌리는 잡혀있는 느낌? 녹아져 있는 느낌? 제가 아니라고 자꾸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그런 틀을 깨려고 노력하지만 벌써 이미 틀이 자리 잡혀 있는 느낌이랄까? (2018. 04. 25. 2차 면담)

김여울은 외국인 노동자와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바꿀 수 없었다고 진솔하게 말한다. 현장에 있으면서 그런 생각을 할 기회는 없었고 분명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관계에 더 몰입하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들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박담이는 김여울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체류한 경험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 고민해 봤고 그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공감한다.

박담이: 아! 주변에 워킹홀리데이 간 친구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냥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가 아니면 외국인이라는 그것 때문에 차별을 받기도 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 것도 같아서.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 와서 그렇게 살고 계신 거에 대해서 감사하고 조금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뭔가 미안함도 조금 들고. (중략) 우리나라에서 그 사람들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조금 미안함? (2018. 04. 24. 2차 면담)

그러면서 동시에 스스로 가진 편견이 있음을 고백한다.

박담이: 유럽은 내가 아랫사람이 될 것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중략) 과테말라에 가서 내가 산다 그러면 내가 그 사람들을 부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까 봐?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보면 동등한 입장에서 보다가 왔는데 내가 거기 가서 뭘 하면 그 사람들을 아래로 볼 것 같은, 조금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2018. 03. 18. 1차 면담)

두 연구 참여자 모두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해외봉사활동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 근본적인 편견을 해체하지는 못했다. 해외봉사활동 경험이 세계시민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학자들의 논의와 달리(김진희, 2019),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세계시민으로 지구적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세계시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전 지구적 문제에 관심을 두는 모습은 제대로 도출되지 않았다. 이는 본 연구에서 탐험한 해외봉사활동 현장이 학습을 의도하여 체계적으로 기획된 현장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으며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개인이 혼자서 완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거대한 ‘글로벌’이슈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만큼 참여자들이 성찰을 통해서 현장에 대한 문제의식만큼은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연구 참여자에게 서로 다른 경험이나 성찰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서로 다른 학습의 여정을 거쳤다. 다문화 학습을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다문화 학습은 세계시민의 정체성을 가진 다문화시민을 위한 학습이다(김진희, 2019; Banks, 2007). 단순히 타문화를 이해하고 상대주의적 관점으로 다른 문화의 존재를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차별과 억압의 구조를 이해하고 평화와 공존을 이루는 발전적 방향을 숙고하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해외봉사활동 참여자들의 참여 동기와 다문화 학습 경험의 의미를 분석하였다. 해외봉사라는 경험을 통해 다문화 역량을 갖춘 시민으로 지식, 태도, 기술을 갖추기 위한 다문화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과 맥락을 분석한 결과 각자의 경험을 재구성하며 다문화 학습이 일어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국적 봉사활동 경험이 가지는 인식의 한계와 제약이 드러났다. 이론적 측면에서는 해외봉사활동을 통한 다문화 학습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조적 억압과 차별을 이해하고 비판적 성찰을 통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다문화 시민성을 함양하는 과정이 될 수 있지만(김진희, 2019), 본 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경험 그 자체가 매우 한정된 일상의 공간에서 진행될 경우 사적인 관계에 몰입하게 되고, 전 지구적인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세계시민의 정체성을 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 봉사자가 놓여있는 맥락에서 어떠한 관계를 맺고, 인권, 환경, 빈곤과 같은 문제를 스스로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만드는가 그렇지 못한가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이처럼 프로그램 없이 개인의 사적인 경험만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Raymond & Hall, 2008). 이러한 지점에서 사전교육은 참여자들이 국제사회의 역학과 세계시민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도록 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이 수반된다면 해외봉사활동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외봉사활동 기획 단계에서부터 탈식민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학습의 사례들은 해외봉사라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다. 해외봉사 현장에는 다양한 문화가 함께 존재하고 있어 문화 간의 위계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를 요구한다. 이 위계는 곧 한 문화가 우월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그 안에서 다시 계급을 형성한다. 따라서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은 권력 관계의 위계성을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탈식민주의적 관점이 필수적이다(주재홍·김영천, 2013). 해외봉사활동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탈식민주의적 관점으로 다문화 학습을 경험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다문화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현지 주민이 역동하는 학습의 주체로서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경험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기존의 전통적인 학습 방법으로는 편견을 줄이는 다문화적 학습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Smith et al., 2014) 비형식, 무형식 교육의 다양한 형태로 모든 사회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인의 생활세계 전반이 다문화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야 한다. 경험을 통한 학습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만큼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사회에서 학습자 개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 연구에서 밝힌 바대로 다른 문화를 가진 유기체들은 서로 소통하며 학습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나 주체적으로 국제이해의 폭을 넓혔다. 개인 다문화 학습이 사회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넘어 사회 전반의 문화에 녹아내려야 한다. 성인을 한곳에 모아 강의를 하는 방식 등의 전통적 교육방식으로 다문화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기에 다문화 학습의 근본적 접근법을 바꾸고 그 방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본 연구는 시사하고 있다.

학술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해외봉사활동을 둘러싼 다문화 학습의 쟁점을 모두 밝히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해외봉사자의 언어 역량과 다문화 학습의 관계성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사례연구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 다문화 학습이 일어나는 다양한 맥락과 상호작용에 대한 다각적인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요컨대 더욱 풍성한 경험적 데이터들로 해외라는 현장에서 펼쳐지는 전환적 경험과 다문화 학습의 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앞으로 국제이해교육학의 학술 지평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Notes

* 이 논문은 하란(2019)의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 데이터를 근거로 활용하였으며, 본문의 분석과 결론을 새롭게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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