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이 연구는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를 위해 한국어 ‘ㄱ’ 소리에 대응하는 중국어 ‘g’음을 찾기 위한 실험적 연구이다. 제2 언어 학습에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발음이다. 특히 학습자의 모국어에 없는 발음을 습득하는 데는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어 연구개 파열음은 발음방법에 따라 평음, 격음, 경음으로 구분되어 ㄱ, ㅋ, ㄲ의 삼지적 상관속을 갖는다. 하지만 중국어 설근파열음은 발음방법에 따라 유기음과 무기음으로 구분되어 g, k의 이지적 상관속을 갖는다. 즉, 한·중 양국어의 무기 연구개 파열음을 살펴보면, 한국어에는 ㄱ, ㄲ의 두 가지 음소가 존재하는 데 반해, 중국어에는 g의 한 가지 음소만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가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을 변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중국인 학습자들이 ㄱ, ㄲ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 발음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이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은 대부분 양 언어 간 음운체계상의 차이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설명 방법만으로는 별다른 교육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중급 단계 이상의 학습자에게 양 언어의 음소를 대상으로 그 차이점을 설명해주면 몰라도 초급 단계 학습자에게 모국어에 없는 음소를 가지고 차이점만 강조하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효과적인 발음 교육을 위해서는 두 언어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어 발음과 유사성을 갖는 중국어의 변이음 정보도 잘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서 중국어 ‘g’음에 대응하는 한국어 ‘ㄱ’를 찾아서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 대상 한국어 발음 교육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 연구의 목적이 있다.
한국어 발음과 중국어 변이음의 관계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에 대응되는 중국어 변이음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논문의 주제와 관련하여 맹주억·권영실(2007, 2008)과 高美淑(2001)의 연구가 있다. 高美淑(2001)은 한·중 파열음과 파찰음에 대한 VOT 대조연구를 통해 한국어의 경음과 중국어의 무기음이 유사한 값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어의 평음은 첫 음절에서 발음될 때 약한 유기음을 가지며 첫 음절에서 발음되지 않는 경우 유성음화 혹은 무기음화 된다고 하였다. 한국어 단음절의 평음, 경음, 격음의 VOT는 경음이 제일 짧고, 평음, 격음 순으로 길어진다고 하였다. 맹주억·권영실(2007, 2008)에서는 한국인 학습자가 중국어의 ‘g’를 ‘ㄱ’ 혹은 ‘ㄲ’으로 구분하여 듣는 경향이 있는 데 착안하여 실험음성학적 접근방식으로 그 근거를 찾고자 하였다. 맹주억·권영실(2007, 2008)에서는 실험음성학적 연구방법으로 한국어 경음은 음평(제1성)과 거성(제4성), 평음은 양평(제2성)과 상성(제3성)의 음높이에 대응되는 관계를 갖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은 중국어 성조와 관련이 있다고는 지적하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음성 환경에 나타나는지 그리고 성조 이외에 또 어떠한 요인과 관련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를 명확히 제시하지는 못했다.
본 연구는 중국어에 나타나는 다양한 g음을 중국인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한 후 한국인 원어민 화자들에게 들려주어 그 소리가 ㄱ이나 ㄲ 중 어떤 소리에 가까운지 판단하게 하였다. 청취 실험 결과를 통해서 중국어 ‘g’음에 대응하는 한국어 ‘ㄱ’를 찾아서 한국어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이론적 배경
자음은 기류가 성문을 통과하여 입 밖에 나올 때까지 그 어디에선가 상당한 장애를 받고 나오는 소리다. 자음은 우선 그 장애를 받는 자리, 다시 말하면 그 자음이 만들어지는 조음위치(調音位置 place of articulation)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장애를 받는 방식, 다시 말하면 그 조음방식(調音方式 manner of articulation)에 따라 분류하는 길이 있다(이익섭 1986/2013: 48). 이 장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의 자음체계 대조를 통해 한국어교육에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운의 차이를 통해 3장에서 제시할 근거를 찾고자 한다.
한국어 자음은 폐에서 나오는 공기가 목 안이나 입안에서 방해를 받고 나오는 소리다. 한국어의 자음은 19개로 구성된다. 먼저 조음 위치에 따라 양순음, 치조음, 경구개음, 연구개음, 후음으로 나뉜다. 양순음은 두 입술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 /ㅂ, ㅍ, ㅃ, ㅁ/와 같은 소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치조음은 치경과 치조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 /ㄷ, ㄸ, ㅌ, ㅅ, ㅆ, ㄴ, ㄹ/가 이에 속한다. 경구개음은 입천장에서 발음되는 소리로 /ㅈ, ㅉ, ㅊ/가 이에 속한다. 연구개음은 구강 안쪽의 부드러운 입천장에서 나는 소리로 /ㄱ, ㄲ, ㅋ, ㅇ/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음인데, 이는 후두에서 나는 소리로 /ㅎ/가 여기에 속한다.
다음으로 조음방식에 따라 분류를 해보면 장애음과 공명음으로 분류된다. 장애음은 다시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으로 분류되고 공명음은 다시 유음과 비음으로 분류된다. 장애음은 공기가 방출되면서 조음기관의 장애를 받아 조음되는 음으로, /ㅂ, ㅃ, ㅍ, ㄷ, ㄸ, ㅌ, ㅅ, ㅆ, ㅈ, ㅉ, ㅊ, ㄱ, ㄲ, ㅋ, ㅎ/는 이에 해당된다. 이 중에서 /ㅂ, ㅍ, ㅃ, ㄷ, ㄸ, ㅌ, ㄱ, ㄲ, ㅋ/는 기류를 잠시 막았다가 방출하면서 발음되는데, 이와 같은 소리들을 파열음이라 한다. 그리고 /ㅅ, ㅆ, ㅎ/이 두 조음기관의 틈 사이를 통해 공기가 마찰을 일으켜서 내는 음인데, 이러한 소리들을 마찰음이라 한다. /ㅈ, ㅉ, ㅊ/는 기류를 막았다가 방출하면서 터트리지 않고, 천천히 내보내면서 내는 소리인데 이를 파찰음이라 한다. 공명음은 성대를 진동시켜 발음되는 것으로, /ㄹ, ㅇ, ㄴ, ㅁ/이 여기에 속한다. 이것은 공기가 코로 방출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또 비음 /ㅇ, ㄴ, ㅁ/과 유음 /ㄹ/로 구분된다. 한국어의 자음 체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는 기의 유무와 후두의 긴장성에 따라 평음, 경음, 격음으로 분류된다. /ㅂ, ㄷ, ㄱ, ㅈ, ㅅ/는 평음이고, /ㅃ, ㄸ, ㄲ, ㅉ, ㅆ/는 경음이며, /ㅍ, ㅌ, ㅋ, ㅊ, ㅎ/와 같은 소리는 격음이다. 한국어의 자음 체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조음방법\조음위치 | 양순음 | 치조음 | 경구개음 | 연구개음 | 후음 | ||
---|---|---|---|---|---|---|---|
장애음 | 파열음 | 평음 | ㅂ | ㄷ | ㄱ | ||
경음 | ㅃ | ㄸ | ㄲ | ||||
격음 | ㅍ | ㅌ | ㅋ | ||||
마찰음 | 평음 | ㅅ | |||||
경음 | ㅆ | ||||||
격음 | ㅎ | ||||||
파찰음 | 평음 | ㅈ | |||||
경음 | ㅉ | ||||||
격음 | ㅊ | ||||||
공명음 | 비음 | ㅁ | ㄴ | ㅇ | |||
유음 | ㄹ |
중국어에는 21개의 자음이 있다. 먼저 조음 위치에 의해 쌍순음, 순치음, 설첨전음, 설첨중음, 설첨후음, 설면음, 설근음으로 분류된다. 쌍순음은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 /b, p, m/가 이에 속한다. 순치음은 아랫입술이 윗니에 닿아 나는 소리로 /f/가 있다. 설첨전음은 혀끝을 윗니 뒷면에 댔다가 떼면서 만들어진 소리로 /z, c, s/가 있다. 설첨중음은 혀끝으로 윗잇몸과 윗니의 경계선 쪽에 댔다 떼면서 내는 소리인데 /d, t, n, l/가 이에 해당된다. 설첨후음은 혀끝을 경구개 쪽으로 말아 올리면서 내는 소리인데 /zh, ch, sh, r/가 이에 속한다. 설면음은 혀 앞부분이 경구개에 닿아 나는 소리로 /j, q, x/가 여기에 해당한다. 설근음은 혀뿌리가 연구개에 접촉하여 나는 소리로 /g, k, h/가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 조음 방법에 따라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 비음, 유음으로 구분된다. 파열음은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잠시 폐쇄시켰다가 갑자기 터뜨리듯이 내보내면서 발음하는 소리인데, 중국어에서는 /b, p, d, t, g, k/가 이에 속한다. 마찰음은 공기가 구강의 좁은 틈을 통과하면서 마찰을 일으켜 나는 소리로 /f, s, sh, x, h, r/가 이에 해당한다. 파찰음은 공기의 흐름을 막았다가 완전히 파열하지 않고 조금씩 개방해서 공기를 통과시키면서 내는 소리인데, 중국어에서는 /z, zh, c, ch, j, q/가 이에 속한다. 비음은 코로 공기가 통하도록 하여 내는 소리인데 /m, n/가 있다. 유음은 혀 앞부분으로 구강의 중앙부를 폐쇄하고 혀의 양측으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발음되는 소리로 /l/가 이에 속한다.
기의 유무에 따라 유기음과 무기음이 대립된다. 유기음은 조음할 때 공기를 강하게 확산시키며 내는 소린데 중국어에서는 /p, t, k, c, ch, q/가 있다. 무기음은 발음할 때 수반한 공기가 거세게 나지 않는 소린데 /b, z, zh, j/가 이에 해당한다. 중국어의 자음 체계를 정리하여 제시하면 <표 2>와 같다.
조음방법\조음위치 | 쌍순음 | 순치음 | 설첨 전음 | 설첨 중음 | 설첨 후음 | 설면음 | 설근음 | |
---|---|---|---|---|---|---|---|---|
파열음 | 무기 무성 | /b/ | /d/ | /g/ | ||||
유기 무성 | /p/ | /t/ | /k/ | |||||
마찰음 | 무성 | /f/ | /s/ | /sh/ | /x/ | /h/ | ||
유성 | /r/ | |||||||
파찰음 | 무기 무성 | /z/ | /zh/ | /j/ | ||||
유기 무성 | /c/ | /ch/ | /q/ | |||||
비음 | 유성 | /m/ | /n/ | |||||
유음 | 유성 | /l/ |
중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을 변별하지 못하는 원인은 일차적으로 목표어에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어 자음은 폐에서 나오는 공기가 방출되면서 조음기관의 장애를 받아 생성되는 음으로, 우선 그 장애를 받는 위치에 따라 분류될 수 있고, 또 장애를 받는 방식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발음 과정에서의 정확성에 관여하는 음운론적 정보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조음 위치이고 다른 하나는 조음 방식이다. 한국어 평음/ㄱ/과 경음/ㄲ/은 모두 혀의 윗부분을 연구개 부근으로 들어 올려 내는 음으로, 조음 위치는 같다. 그러나 조음 방식에 차이가 있다. 평음/ㄱ/과 경음/ㄲ/은 다 기류를 잠시 막았다가 방출하면서 만드는 파열음이지만 긴장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ㄲ/은 후두를 긴장시켜 조음하는데 반해, /ㄱ/은 그런 과정을 거치진 않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중국인 학습자들이 두 소리의 조음 과정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발음의 정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 /ㄱ/과 /ㄲ/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중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을 변별하지 못하는 원인은 목표어의 음운정보에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데서도 찾을 수 있지만, 모국어의 언어 지식이 목표어를 습득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자음 체계는 모두 조음 위치와 조음 방식의 두 가지 정보에 관여한다. 따라서 우선 이 두 정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조음 위치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어 /ㄱ, ㄲ/과 중국어 /g/는 모두 구강 안쪽의 부드러운 입천장에서 나는 소리다. 물론 명칭은 각각 다르지만3) 이들의 발음 위치는 같다. 그런데 조음 방식의 측면에서 볼 때, /ㄱ, ㄲ/와 /g/는 모두 기류를 잠시 막았다가 터뜨리며 내는 파열음에 속하지만, 그 기류의 긴장도가 높으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즉 한국어 /ㄱ/의 경우 구강 내부 기류의 긴장도가 낮아 약하게 파열되는 음이고, /ㄲ/은 후두 근육을 긴장시키면서 기류의 긴장성을 가진 소리다. 반면에 중국어 /g/는 이러한 기식의 긴장성에 변별자질이 없다. 한국어 /ㄱ, ㄲ/과 중국어 /g/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따라서 중국인 학습자에게 있어서 중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변별자질인 /ㄱ,ㄲ/에 대한 구분이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Ⅲ. 중국어 ‘g’ 음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양상
중국어 g에서 변이음의 음성특징을 알아보기 위하여, 본 연구는 g를 성모로 하는 모든 음절을 실험예문으로 삼았다. g는 <표 3>의 실험예문과 같이 19개의 운모와 결합하며, 각 음절은 성조별로 총 53개의 음절을 조합한다.
표준 중국어를 사용하는 20대 여성 3명과 남성 2명, 모두 5명의 중국인이 본 실험의 발음자로서 한 번씩 발음하였다. 출신 지역별로는 산동성 1명, 하북성 2명, 하남성 2명이었다.4) 한국인이 중국어 음운체계에 익숙하지 못한 면을 고려하여 발음자로 하여금 조금 느린 속도로 또박또박 읽게 하였다. 사전에 실험취지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실험취지를 유추할 수 없도록 예문의 순서는 무작위로 배열하였다. 조사 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위해 잡음이 없는 공간에서 한 명씩 미리 마련된 설문지를 읽어보도록 하였다.5)
실험결과는 청각적 분석에 의존하므로, 본 연구에서의 청취실험은 기본적인 한국어 음운론 지식을 갖춘 국어국문학과 전공 학생6)들을 대상으로 했다. 중국인 5명이 발음한 53개의 문항으로 5개의 척도7)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주관적 판단을 즉시 반영하며 짧은 음을 제대로 듣고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서 녹음은 2번씩 들려주었다. 들려준 예문의 순서는 <표 5>와 같다.
NO. | 이름 | 성별 | 나이 | 출신지 | 직업 |
---|---|---|---|---|---|
1 | Zhang | 여 | 23 | 하북성 | 대학생 |
2 | Yuwen | 남 | 29 | 산동성 | 대학원생 |
3 | Chenji | 남 | 26 | 하북성 | 대학원생 |
4 | Xiying | 여 | 26 | 하남성 | 대학원생 |
5 | Chen | 여 | 27 | 하남성 | 대학원생 |
한국인 학생 119명을 대상으로 53개의 발음을 들려준 결과는 <표 6>과 같다. <표 6>에서 53개의 단어를 한국인 학생에게 중국인 학생의 발음으로 들려줬을 때 48개(90.6%)의 단어가‘ㄲ’로 들리며 단지 5개(9.4%)의 단어가 ‘ㄱ’로 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실험결과 한국인에게 중국인의 g 발음은 대체로 ‘ㄱ’보다는 ‘ㄲ’에 가깝게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Ⅳ. 결과에 대한 해석
앞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g의 변이음이 나타날 수 있는 음성 출현 환경에 대한 변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성조에 따른 변인을 전제로 하여, 이에 어떠한 변이음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 성모에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는 운모 설위의 고저, 즉 개구도에 따른 변인을 전제로 하여, 운모별로 어떠한 변이음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성조는 1~4성을 모두 포함하며, 운모의 설위는 저, 반저, 반고, 고 4가지를 포함한다.
중국어의 성조에는 제1성, 제2성, 제3성, 제4성의 4가지가 있다. 葉寶奎·金鐘讚(2001)에 따르면, 중국어의 성조는 두 개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조류가 적고, 둘째는 조치의 구별이 명확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一平, 二昇, 三曲, 四降으로 결론지었는데 아래의 그림으로 중국어의 성조를 설명하였다.
제1성은 음평조, 고평조, 555조라고도 한다. 성조가 높고 고르다. 즉 5도에서 5도로 발음하며 조치는 555이다. 예를 들어 ‘剛, 甘, 高’이 이에 속하는데 이 발음에 대한 한국인 인식 양상은 ‘ㄱ:ㄲ’의 인식 비율이 ‘剛’은 5(4.6%):107(95.4%), ‘甘’은 5(4.7%):101(95.3%), ‘高’는 23(22.1%): 81(77.9%)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 ‘ㄱ’보다는 ‘ㄲ’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성은 양평조, 고승조, 345조라고도 한다. 중음에서 고음까지 올라간다. 즉 3도에서 5도로 발음하며, 조치는 345이다. ‘國, 革’의 성조가 이에 해당된다. 이 발음에 대한 한국인 인식 양상은 ‘ㄱ:ㄲ’의 인식 비율이 ‘國’은 ‘46(44.6%):57(55.4%), ‘革’는 66(66.7%):33(33.3%)’으로 나타났다. 실험에서 ‘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체로 높게 나타난 소리 중의 하나이다.
제3성은 상승조, 강승조, 214조라고도 한다. 반저음에서 저음까지 내려간 뒤 다시 반고음까지 올라간다. 즉 2도에서 1도까지 내려와서 다시 4도까지 올라가며 조치는 214이다. 예를 들어 ‘改, 果, 搞’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이 발음에 대한 한국인 인식 양상은 ‘ㄱ:ㄲ’의 인식 비율이 ‘改’는 21(20.7%):80(79,3%), ‘果’는 18(18.7%):78(81.3%), ‘搞’는 30(29.7%):71(70.3%)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 ‘ㄱ’보다는 ‘ㄲ’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4성은 거성조, 고강조, 531조라고도 한다. 고음에서 저음까지 내려간다. 즉 5도에서 1도까지 내려가며, 조치는 531이다. ‘告, 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 발음에 대한 한국인 인식 양상은 ‘ㄱ:ㄲ’의 인식 비율이 ‘告’는 6(5.6%):101(94.4%), ‘共’은 15(13.3%):97(86.7%)’로 나타났다. 두 발음 모두 ‘ㄱ’보다 ‘ㄲ’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한 음절의 음고는 비록 전체 음절의 구성요소와 모두 관련이 있지만, 성모 g같은 경우에는 항상 음절의 첫머리에만 있기 때문에 주로 처음 시작하는 음고와 관련된다. 주지하다시피, 발음할 때 음고가 높아질수록 인두와 후두의 긴장도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제1성(555)과 제4성(531)에 있어서 g를 발성할 때 마침 5도의 음고에서 출발하므로, 이에 따라 g의 후두 긴장도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제1성을 발음할 때 성조는 지속적으로 높고 또한 팽팽하고, 제4성을 발음할 땐 높은 데서 시작하여 낮은 데로 향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제2성(345)과 제3성(214)에 있어서 성모 g를 발성할 땐 좀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다른 곳으로 향하므로, 이에 따라 성모g의 후두 긴장도가 비교적 낮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성조가 g의 음고에 미치는 영향으로 그것에 따른 g의 후두 긴장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g의 변이음 양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g의 음절을 성조별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표 7>에 나타나는 것처럼 한국인이 ‘ㄱ’으로 인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 글자는 1성의 ‘估(40회)’, 2성의 ‘国(46회), 革(66회)’, 3성의 ‘葛(64회), 古(46회)’이었다. 2성과 3성의 경우에 ‘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1성인 ‘估’ 글자가 예외로 나타나긴10) 하지만 결국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실제 실험 결과에서도 성조가 높은 1성과 4성의 경우에는 g를 ㄲ으로 감지한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ㄲ’으로 인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 글자는 1성의 ‘嘎(110회), 刚(107회)’, 4성의 更(110회), 亘(108회), 逛(107회)이었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육에서 중국인 학습자에게 ‘ㄱ’음을 교육할 때는 2성, 3성에 속하는 글자‘国, 革, 葛, 古’를, ‘ㄲ’음을 교육할 때는 1성, 4성에 속하는 글자 ‘嘎, 刚, 更, 亘, 逛’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조가 성모에 미치는 영향을 상정할 수 있는데,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이 현상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 이에 비해 운모가 성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운모는 설위의 고저, 즉 구강의 개폐와 관계가 있다. 구강의 개폐 즉 개구도는 음향의 공명과 연관이 있는데, 개구도가 클수록 향도가 커지고 개구도가 작을수록 향도가 작아진다. 주지하다시피, 발음할 때 향도가 커질수록 후두의 긴장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향도가 가장 큰 운모와 결합되는 성모의 후두 긴장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발음할 때 g의 긴장도 차이는, 가장 가까이 결합되는 운모의 향도에 달려있고, 향도의 크기는 또한 구강의 개폐, 즉 설위의 고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g와 가장 가까이 있는 운모의 향도, 즉 개구도의 크기를 주된 고찰의 대상으로 삼았다. ‘g’에 결합 가능한 운모는 a, e, ai, ei, ao, ou, an, en, ang, eng, u, ua, uo, uai, ui, uan, uang, ong, un이 있는데 총 19가지이다. 이 중에는 ‘g’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는 단운모는 ‘a, o, e, u’이다. 이 4개 단운모의 개구도 크기를 고찰하기 위하여, 우선 중국어 단운모의 발음 특징을 알아보자.
葉寶奎·金鐘讚(2001)에 따르면, 중국어 단운모는 하나의 운모로 구성된 운모이고 모두 10개다. 발음 특징에 따라 단운모는 또한 ‘설면단운모, 설첨단운모, 권설단운모’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개구도는 설면단운모와만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설첨단운모와 권설단운모를 논외로 한다. 설면단운모를 발음할 때 설위의 고저, 전후, 입술의 모양과 관계가 있는데 그 중에서 설위의 고저는 구강의 개구도 크기와 관련된다. 설위가 높아질수록, 개구도는 작아진다. 설위가 낮아질수록, 개구도는 커진다. 설위의 고저와 개구도의 크기에 근거하여 모음은 고모음 ‘i/u/ü’, 반고모음‘e/o’, 반저모음‘ê’, 저모음‘a’로 나눌 수가 있다. 단운모의 설위는 다음의 그림과 같다.
위에서 보듯이, a발음할 때 구강이 가장 크게 열리고, 설위는 가장 낮다. ‘ê’발음시 입은 a보다 조금 작게 벌리고, 설위는 a보다 조금 높다. o발음할 때 입의 반은 닫고, 설위는 중간이고, 개구도가 a보다 작다. e발음할 때 개구도와 설위의 고저는 모두 o와 같다. i, u, ü발음시 설위는 가장 높고 개구도가 제일 작다. 이렇게 운모의 개구도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앞에 오는 성모g의 후두 긴장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겠다. 따라서 g의 변이음 양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g의 음절은 운모별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괄호 안의 숫자 표시는 ‘ㄱ:ㄲ’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횟수이다.
<표 8>을 살펴보면, g에 가까이 결합하는 ‘a’ 단운모 글자는 대부분 ‘ㄲ’음으로 인식하였다. 특히 ‘嘎(4회), 该(10회), 甘(5회), 干(5회), 刚(5회), 告(6회)’의 여섯 글자의 발음은 ‘ㄱ’ 소리로 인식한 학생수는 극히 적었다. ‘ㄱ’ 발음으로 인식한 수가 높게 나타난 글자는 ‘e’단운모의 ‘革(66회), 葛(64회)’과 ‘u’ 단운모의 ‘国(46회), 古(46회), 估(40회)’였다. 앞에서 해석한 것처럼 개구도가 가장 큰 a의 경우에는 g를 ㄲ으로 감지할 경향이 높았으며, 반면에 개구도가 가장 작은 u의 경우에는 ㄱ으로 감지할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인 학습자에게 ‘ㄱ’음을 교육할 때는 g에 가까이 결합하는 ‘e, u’ 단운모 글자 ‘国, 古, 估, 革, 葛’를, ‘ㄲ’음을 교육할 때는 g에 가까이 결합하는 ‘a’ 단운모 글자 ‘嘎, 该, 甘, 干, 刚, 告’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Ⅴ. 맺음말
한국어에는 ㄱ, ㄲ의 두 가지 음소가 존재하는 데 반해, 중국어에는 g의 한 가지 음소만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는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을 변별하는 데 곤란을 겪는다. 그래서 한국어 ‘ㄱ, ㄲ’에 대응되는 중국어 ‘g’를 찾아서 한국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 연구의 목적이 있다. 한국인이 ‘ㄱ’으로 인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 글자는 1성의 ‘估’, 2성의 ‘国, 革’, 3성의 ‘葛,古’이다. 1성과 4성의 경우에는 g를 ㄲ으로 감지한 경향이 높게 나타나는데 ‘估’ 글자가 예외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운모의 영향으로 보인다. 운모를 중심으로 보면 ‘e’ 운모의 ‘革, 葛’과 ‘u’ 운모의 ‘国, 古, 估’였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에게 ‘ㄱ’발음을 인식하게 할 때에는 중국어 2,3성과 ‘e, u’ 운모를 활용하되 그 중에서도 ‘革, 葛’과 ‘国, 古, 估’의 발음을 활용하여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ㄲ’발음을 교육할 때에는 활용 가능한 글자가 많긴 하나 그중에서도 ‘嘎, 更, 逛, 剛’와 같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글자로 선정하여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한국어 파열음 ‘ㄷ, ㄸ, ㅂ, ㅃ’에 가까운 중국어 글자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실험 예문에서는 성모 ‘g’가 다양한 개구도의 운모와 결합하고, 네 가지 성조가 분포되어 있었다. 청취 실험 결과 한국인이 중국어 성모 ‘g’를 한국어의 평음 ‘ㄱ’과 경음 ‘ㄲ’으로 판단하였다. ‘ㄱ’으로 들리는 것은 대체적으로 개구도가 작은 2성이나 3성인 글자였고, ‘ㄲ’으로 들리는 경우는 대개 개구도가 큰 1성이나 4성인 글자였다. 이러한 원리를 전제로 하여, 한국어 ‘ㄷ’은 개구도가 작은 ‘u’ 운모의 2성 글자 ‘独, 毒’과 가깝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ㄸ’은 개구도가 큰 ‘a’ 운모의 4성 글자 ‘大’, ‘ㅂ’은 ‘u’운모로 하는 3성의 글자 ‘补, 捕’, ‘ㅃ’는 ‘a’운모로 하는 4성의 글자 ‘霸, 爸’에 가깝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