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오늘날 세계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통합되고 상호의존적인 지구공동체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그간 지속되어 왔던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체 구조와 전 세계인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삼열, 2003). 점차 가속화하는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유엔(UN)과 유네스코(UNESCO)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교육 패러다임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민족국가를 기반으로 한 시민성 개념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촌 사회의 문제해결과 더불어 사는 방식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는 세계시민의 역량 강화와 이를 위한 세계시민교육의 대두이다(한경구 외, 2015: 15).
2012년 9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수립한 ‘글로벌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계시민교육은 2015년 9월 UN 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2015년 11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한 ‘유네스코 교육 2030(UNESCO Education 2030)’에 포함됨으로써 2030년까지 전 세계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달성해야 할 글로벌 교육목표가 되었다(UNESCO, 2014b, 2015).
이러한 국제적 담론을 바탕으로 세계시민교육은 학생들이 세계적 문제와 과제들에 관심을 갖고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새로운 교육으로 인식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교육정책에 반영되고 실천방안 또한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다(Sklad et al., 2016; Niens & Reilly, 2012). 1970년부터 전 세계 69개국의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검토·분석한 Ramirez, Bromley와 Russell(2017)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교과서들은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과 다양성을 점점 더 강조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은 한국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는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 중 하나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교육부, 2015)’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시민을 지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세계시민교육은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초·중·고등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은 저조한 형편이다(이성회 외, 2015). 그 이유로는 교육과정 요인, 즉 국가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이 교육과정의 주요 구성원리가 아닌 단편적인 하위 수업 주제로 간주되는 경향을 들 수 있다(이소연, 성경희, 이정우, 2017; 이정우, 2017). 하지만 보다 근본적 이유로는 예비 및 현직 교사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 실천을 위한 다양한 교수학습 전략 및 방법에 관한 활발한 논의와 모색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모경환, 김선아, 2018).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을 도모하기 위해 세계시민교육에 적합한 교수학습 전략 및 방법의 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세계시민교육의 교수학습 방법은 어떠한 특징을 지녀야 할까? 세계시민교육을 연구해 온 학자 및 기관들은 무엇보다도 세계시민교육의 교수학습 방법이 학습자 중심적이고 변혁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김진희, 2015; 한경구 외, 2015; Evans et al., 2009; UNESCO, 2014a, 2014b, 2015; Wintersteiner et al., 2015). 따라서 여러 교수학습 모형들 중에서 세계시민교육에 적합한 모형을 찾아내어 분석하고 교육 현장에 적용가능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학문적·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 중 하나로 협동학습의 타당성을 탐색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모범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협동학습은 다른 학습자들과의 협동과 촉진적 상호작용과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교수학습 모형이다(강명옥, 2016; 김원겸, 2006; 정문성, 2006; Kilban & Milman, 2014; Johnson & Johnson, 1974, 1994; Slavin, 1987). 실제로 협동학습을 세계시민교육 관련 분야인 국제이해교육 및 다문화교육 수업에 적용하여 실시한 결과, 그 효과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김윤성, 2012; 박소영, 2014; 이은정, 이보영, 2007). 본 연구는 먼저 협동학습 모형이 세계시민교육이 요구하는 학습자 중심성과 변혁적 교육관을 고루 내포한다는 점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협동학습 모형 중 하나인 직소(jigsaw) 모형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주제로 하는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은 교육 현장에서 자신의 정체성 형성, 타인에 대한 이해, 책임의식 함양,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한 지식과 행동의 연계를 강화하여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세계시민교육 구현에 기여할 것이다.
Ⅱ. 세계시민교육과 협동학습
세계시민교육은 최근 들어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며(정우탁, 2015) 전 세계에서 각 나라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명칭 또한 학자들 혹은 기관들에 따라 세계시민교육, 글로벌시민교육, 지구시민교육, 글로벌교육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이성회, 2015), 세계시민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강순원, 2010; 김진희, 허영식, 2013; 모경환, 임정수, 2014; Andreotti, 2006; Gaudelli, 2009; Shultz, 2007; Torres, 2015; Veugelers, 2011).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만큼 논쟁의 여지 또한 다분하다.
세계시민교육이 주된 교육목적으로 삼고 있는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의 개념 역시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세계시민성의 개념은 법적 지위를 수반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서로에 대한 연대감과 집단적 정체성을 경험하고 세계 차원의 집단적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느끼는, 인류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법률적 주체로서의 공식적인 멤버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집단의 기풍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UNESCO, 2014a: 15-16). 세계시민성은 시민의 개념을 수동적인 개인이 아닌 인권, 평화, 민주주의, 정의, 비차별, 다양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보편 가치를 바탕으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삶의 전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으로 규정한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7: 14).
대체로 세계시민교육에 대해서는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개념들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통용되고 인용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지속가능발전목표 4.7에 포함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유네스코는 창립 이래 개인들이 평화롭게 연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교육에 주목하고 그 실천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평화교육, 인권교육, 국제이해교육, 문화다양성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등의 이름으로 세계시민교육의 토대를 구축해 왔다(정우탁, 2015; Wintersteiner et al., 2015). 특히, 2012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글로벌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과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등의 글로벌 교육의제의 설정과정에서 유네스코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과 함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부터 세계시민교육의 개념, 전 세계적 현황, 평가방법, 정책방안,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중에 유네스코(2015)는 세계시민성 함양을 목표로 하는 세계시민교육의 개념과 목표, 내용과 방법에 관한 논의를 집대성한 전 세계 범용 교수학습 지침서인 <세계시민교육: 학습주제 및 학습목표(Global Citizenship Education: Topics and Learning Objectives)>를 발간하여 전 세계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지침을 제공했다. 이 지침서에서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을 학습자들이 더 포용적이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변혁적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UNESCO, 2015: 19). 유네스코의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변혁적 교육 분야들인 평화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및 국제이해교육들과 상호연결된 교육적 주제이며 그 지향점을 공유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강순원, 2014).
이제까지 관련 국제기구와 학계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은 대체적으로 몇 가지 핵심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 세계시민교육은 무엇보다 학습자를 능동적인 교육의 주체로 삼는 교육이다. 둘째, 세계시민교육은 변혁적인 교육이다. 셋째, 세계시민교육은 과정 중심적이고 문제해결 중심적 교육이다. 넷째, 세계시민교육은 참여지향적이며 실천지향적인 교육이다. 다섯째, 세계시민교육은 평생교육적 접근이 요구되며, 학교의 공식적 교육과정과 잠재적 교육과정 모두를 통해 전개되어야 한다(한경구 외, 2015: 38-41).
이러한 특징들을 기반으로 한 세계시민교육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경쟁학습이나 개별학습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과 많은 부분 그 특성을 공유하는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교수학습 방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교수학습 방법이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에 적합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협동학습’에 주목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협동학습은 대표적인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으로서 경쟁학습과는 달리 학생들간에 서로 협력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업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협동학습은 세계시민교육의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이 될 것이다.
근대 이후 민족국가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학교 교육은 21세기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차윤경, 2008). 이에 따라 세계시민교육이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시민성의 함양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교육의 내용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성열관, 2010; 지은림, 선광식, 2007; Merryfield, 1998; Morais & Ogden, 2011; Oxfam, 2015; Pike & Selby, 2000; UNESCO, 2015). 유네스코(2015)는 <표 1>과 같이 세계시민교육을 인지적(Cognitive) 영역, 사회·정서적(Socio-Emotional) 영역, 행동적(Behavioural) 영역 등 3가지로 분류하고 각 영역별로 3가지의 학습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인지적 영역의 학습주제로는 ① 지역·국가·세계의 체계와 구조, ②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③ 암묵적 가정과 권력의 역학관계를 들고 있다. 사회·정서적 영역의 학습주제는 ① 다양한 차원의 정체성, ② 사람들이 속한 다양한 공동체와 공동체 간의 상호연계방식, ③ 차이와 다양성의 존중이다. 행동적 영역의 학습주제로는 ① 개인적·집단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 ②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는 행동, ③ 참여하고 행동하기를 제안하고 있다(UNESCO, 2015: 29).
출처: UNESCO(2015: 19). 세계시민교육: 학습주제 및 학습목표.
이를 실제 교육 상황에 맞추어 적용하고자 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구체적 주제를 위해 유네스코 국제교육국(IBE)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은 <표 2>와 같은 매트릭스를 제안하고 있다.
출처: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2017 66). 세계시민교육 정책 개발을 위한 가이드.
결론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이 포함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학자와 기관들마다 다양한 분류방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담아내고 가르쳐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려보면 문화다양성, 인권, 평화, 민주주의, 사회정의, 평등,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원리들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실행을 위한 교수학습의 원칙과 전략은 교육사상가들의 철학과 이론, 다양한 변혁적 교육, 세계시민교육 실천사례 등 여러 자료에 기초하여 수립해야 한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7: 17).
Cha(2016)는 학교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융복합교육을 가장 효과적이고 진정성 있는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형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율성, 연계성, 맥락성, 다양성을 기본 특징으로 하는 융복합교육은 현대 세계시민사회의 존재론적 토대가 되는 핵심적 가치와 문화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삶의 역량 계발을 지향하기 때문이다(차윤경 외 2014: 23-24).
Wintersteiner 외(2015: 38)는 세계시민교육의 4가지 교수 원칙으로 첫째, 인권의 가치, 평화, 사회정의에 대한 지도, 둘째, 정치 참여의 실천능력을 촉진시키는 참여 교수법, 셋째, 비판적 탐구, 넷째, 개인 또는 국가에 대한 역사적·비판적 입장 채택을 제시하고 있다.
정우탁(2015)은 Toh Swee-Hin과 Virginia Cawagas가 제시한 국제이해교육 핵심 교육방법론 원칙(Key Pedagogical Principles)을 토대로, 세계시민교육 교수방법론의 핵심 원칙을 새롭게 구성하여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소개하고 있다(정우탁, 2015: 17-20). 첫째, 통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다. 통합적 접근 원칙은 어떤 문제와 이슈에 대한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추론과 이해를 말한다. 어떤 문제와 이슈에 대한 분절적 사고와 이해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저해하며, 단편적 지식은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둘째, 대화이다. 교사가 권위적인 전문가로서 지식을 전수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교사의 지식을 전수받는 일방적인 교육방식은 세계시민교육에 적합하지 않다. 대화는 교사와 학생 간에 수평적인 관계가 이루어져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영향을 주고받는 교육방법을 의미한다. 셋째, 비판능력(Critical Empowerment)의 함양이다. 세계시민교육은 통합적 접근과 대화를 통해 비판능력을 키우는 것을 추구한다.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 글로벌한 이슈를 보도되는 대로, 혹은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고능력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자기 나름의 해석과 분석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교육인 것이다. 넷째, 가치관 형성(Values Formation)이다. 세계시민교육도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계공동체의 건설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가치지향적 교육의 일부이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은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학습자들이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의 가치관을 스스로 깊이 성찰하여, 자발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형성토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세계시민교육을 교육 현장에서 수업으로 실시할 때 교수학습 방법상 고려해야만 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네스코는 8가지의 핵심적인 교수학습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타인을 포용하고 존중하는 상호작용 중심의 교실 환경과 학교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문화적으로 관심을 보일 만한 주제와 독립적으로 혹은 상호작용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 방안을 학습목표에 맞게 설정해야 한다. 셋째, 실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넷째, 국제성을 지향하는 학습자료를 활용하여 학습자들이 그들의 지역 상황과 관련하여 세계에 어떻게 적응할지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학습목표 및 학습 지원에 활용되는 교수 형태와 일치하는 평가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여섯째, 교실, 학교, 지역사회에서 글로벌한 차원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가게 하는 등 학습자에게 다양한 맥락에서 학습경험을 얻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일곱째, 역할 모델로서의 교사·교육자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여덟째, 다문화 환경에서 학습자와 그 가족을 교수학습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UNESCO, 2015: 57).
이처럼 세계시민교육은 기존의 정형화된 방식으로 글로벌 이슈와 현상들을 단순히 주입하고 이해하는 식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혁적 교수방법을 적극 동원해야 하는 교육 분야이다. 즉,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참여적, 포괄적, 성찰적, 전체론적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하고 실천하고 지향해야 하는 교육 영역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에 등장한 협동학습은 학습자를 기존의 수동적인 존재에서 능동적이고 자기조절이 가능한 존재로 인식하는 학습방법으로 개인차를 강조하는 개별교수방법이나 경쟁학습과는 차별화된다(김종욱, 남정권, 2013: 320). 학생들의 협력을 강조하는 학습 활동은 존 듀이의 진보주의 교육에서도 나타났지만 협동학습 모형은 1960년대까지도 교육 현장에 공식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협동학습 모형은 미국 교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수 모형으로, 미국 수학 교사의 79%, 언어 과목 교사의 74%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Kilban & Milman, 2014: 312).
그렇다면 과연 협동학습이란 어떠한 특징과 원리를 가지고 있는 교수학습 모형일까? 협동학습은 연구자들에 의해 그 정의가 여러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강명옥, 2016; 김원겸, 2006; 정문성 2006; Kagan, 1994; Johnson & Johnson, 1999; Slavin, 1987). Slavin(1987: 8)은 협동학습을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된 소규모 학습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방식이라고 규정하였다. 또한 Johnson & Johnson (1999: 73)은 협동학습을 학생들이 소규모 집단을 이루어 그들 자신과 구성원의 학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함께 도우며 학습하는 수업방법이라 정의하였다. 김원겸(2006: 19)은 협동학습을 소규모로 구성된 학습집단의 구성원들이 공동의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전체 구성원이 유익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학습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별히 Johnson & Johnson(1994, 1999)은 협동학습의 본질적 요소로 다음과 같이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긍정적 상호의존성(Positive Interdependence)이다. 긍정적 상호의존성이란 학생들에게 다른 모든 학생들의 성공을 지원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학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동학습에서 집단의 성공은 집단 구성원인 각 개인들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둘째, 개인 책무성(Individual Accountability)이다. 협동학습 모형에서 집단의 성공은 개인 노력의 총합이므로 집단 구성원들은 각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효과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활동이 측정되고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집단과정(Group Processing)이다. 협동학습 모형에서 집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기존의 이해를 종합해 의사결정을 하고, 자신들의 지식을 적용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집단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과도 함께 학습해야 한다.
넷째, 촉진적 상호작용(Promotive Interaction)이다. 성공적인 학습집단은 긍정적인 사회적·정서적·지적 대화에 자극을 받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에는 조언, 문제해결법 설명, 아이디어 교환, 그리고 동료 가르치기 등이 포함된다. 촉진적 상호작용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서로 듣고, 말하고, 공유하는 면대면 방식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화상회의, 온라인 토론 게시판, 도큐먼트 공유 시스템, 채팅 등의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도 발생한다.
다섯째, 대인관계 및 사회적 기술(Interpersonal and Small Group Social Skills)이다. 집단의 성공은 타인과 의사소통하며 일하는 각 구성원들의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사회적 기술은 양질의 협동학습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이다. 학생의 사회적 기술 역량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학생들의 능력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Kilban & Milman, 2014: 310-312).
결국, 협동학습은 학생들이 개인과 집단의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단에서 서로 함께 학습하는,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교수학습의 핵심적인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교수학습 모형이라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지 않으면 공동의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학습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교수법을 필요로 한다. 세계시민교육에 다양한 교수학습 모형을 적용할 수 있지만 보다 깊고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습자 중심(김경은, 이나라, 2012: 235; UNESCO, 2015: 57)의 변혁적 교수법의 본질을 충족시키는 교수학습 방법들이 적용돼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교수학습 모형이 바로 협동학습이라 할 수 있다.
<표 3>은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습득하고자 하는 인지적 영역, 사회·정서적 영역, 행동적 영역의 핵심 역량이 앞서 소개한 Johnson & Johnson(1994, 1999)의 5가지 협동학습의 본질적 요소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연계성을 바탕으로 세계시민교육에 적용된 협동학습은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주요 학습 성과의 달성에 도구적 차원을 넘어선 가치통합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UNESCO(2015: 27). 세계시민교육: 학습주제 및 학습목표.
정리해 보면, 협동학습 모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세계시민교육의 교수학습 원칙을 충족시키는 데 적합한 교수학습 모형이 될 수 있다.
첫째,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세계시민의 생활방식을 협동학습의 수업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익힐 수 있다. 협동학습은 협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을 하지 않으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집단과정을 통해 함께 학습하며, 학습공동체로서 동료의 학습에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된다. 즉 협동학습은 공동체 모두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될 수밖에 없는 수업구조로 이루어진 것이다(정문성, 2016: 440-446).
둘째, 협동학습은 학습집단에서 일어나는 촉진적 상호작용과 집단 구성원간 아이디어의 상호교환을 통해서 세계시민교육에 요구되는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다(Kilban & Milman, 2014). 세계시민교육은 통합적 접근과 대화를 통한 비판적 사고 능력의 함양을 지향한다. 학생들은 글로벌한 이슈들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통해 세계적 이슈들과 젠더와 사회경제적 지위, 문화, 종교, 연령 등에 기초한 차별 및 불평등의 다양한 배경과 측면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통찰할 수 있는 비판적 세계시민성을 길러야 한다(정우탁 2015: 19; 최준호, 2016: 242; UNESCO, 2015: 20). 이런 점에서 협동학습은 다른 교수학습 모형보다 세계시민성을 함양하는 데 적합한 학습구조라 볼 수 있다.
셋째, 협동학습은 교사가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면서 세계시민교육에 요구되는 공감과 연대 능력, 다양한 관점에 대한 열린 마음,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기술, 여러 배경과 출신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능력(UNESCO, 2014a: 18)과 같은 대인관계 및 사회적 기술들을 다른 교수학습 모형보다 더 효과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 협동학습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가 공동 활동에 필요한 적극적 경청, 건설적 비판, 긍정적 피드백 같은 사회적 기술을 가르치고 그것을 활용하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훈련시키는 것(김원겸, 2006; 정문성 2016; Johnson & Johnson, 1994, 1999; Kilban & Milman, 2014)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하기 전에 세계시민교육에 요구되는 사회적 기술을 수업의 목표로 설정하고, 협동학습을 적용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이를 학습하고 연습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다.
넷째, 협동학습은 세계시민교육 핵심 역량의 주요 요소라 할 수 있는 참여와 실천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참여지향적이며 실천지향적인 교육(한경구 외, 2015)이다. 더 나은 세상과 미래를 위해 지역·국가·세계적 차원에서 윤리적 책임감을 갖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할 것을 강조한다(박환보, 조혜승, 2016; UNESCO, 2014a, 2014b, 2015). 협동학습의 핵심적 특징인 긍정적 상호의존성과 개인 책무성은 집단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집단 내의 모든 사람들이 구성원들을 서로 지원하면서 함께 학습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동학습에서 학생들은 각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학습에 책임을 져야 하고, 집단 내의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집단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Gunter, Estes and Mintz, 2010: 361-362; Kilban & Milman, 2014). 이러한 협동학습에서의 참여의 경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 건설을 위해 실천하는 세계시민으로 나서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다섯째, 협동학습 모형 중 하나인 직소(Jigsaw) 모형을 적용한 수업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학습자 중심 수업이 가능하다. 직소 모형 수업에서는 한 학급의 학생을 몇 개의 이질적 집단으로 나누고, 교사가 재구성한 학습 주제를 집단 구성원의 수에 맞게 나누어 각 구성원이 하나의 소주제를 분담하게 한다. 각 집단에서 같은 소주제를 담당할 학생들이 별도로 모여 전문가 집단을 형성해 소주제에 대한 내용을 토의·학습한 후 교수자료를 만들어 본래 소속 집단으로 복귀한 후 다른 구성원에게 가르치도록 한다(정문성, 2006; Gunter, Estes and Mintz, 2010; Kilban & Milman, 2014). 이 과정에서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학습자 곧 학생들이며 교사는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조력자 역할을 담당한다. 일방적인 주입식 세계시민교육은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내면화시키기 어렵다(옥일남, 2014).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습자 중심 수업이라야만 학생들이 변혁적인 세계시민으로서 보다 공정하고 관용적이며, 지속적으로 발전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표 4>는 유네스코가 제안한 세계시민교육의 핵심 교수학습 실천방안을 실현하는 데 협동학습이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협동학습은 유네스코의 세계시민교육 핵심 교수학습 실천방안의 모든 항목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표 4>의 구상은 협동학습의 세계시민교육 수업 활용에 관한 경험적 자료가 축적됨으로써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UNESCO(2015; 57). 세계시민교육: 학습주제 및 학습목표.
실제 교육 현장에서 협동학습 모형을 활용하여 세계시민교육 관련 주제들을 수업에 적용한 결과, 그 효과가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율적 협동학습(Co-op Co-op) 모형을 중학교 사회과 국제이해교육 수업에 적용한 후 그 효과를 분석한 이은정, 이보영(2007)의 연구에 따르면, 수업 종료 후에 학습자들의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협동학습을 적용한 국제이해교육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를 기르고자 하는 수업 목표에 도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안학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찬반논쟁 협동학습 모형을 활용하여 핵 이용을 주제로 국제이해교육 수업을 실시한 김윤성(2012)의 연구결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수업 후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이 향상되었고, 편견에서 벗어나 균형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과정을 통해 평화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박소영(2014)의 연구에서도 찬반논쟁 협동학습은 학생들의 타 문화에 대한 관심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학습과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흥미나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더욱 높아졌고, 다양한 문화들에 대한 관심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 모두는 협동학습이 상호의존적이며 문화적으로 다양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함께 학습하기(LT)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한 디자인 수업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나희연, 김효정(2016)의 연구결과, LT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한 지속가능한 디자인 수업이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의식과 그 하위 영역인 인지, 가치, 태도, 기능 영역 전체에서 더 긍정적인 영항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변혁적 교육으로서 세계시민교육은 교수학습의 측면에서 인지적 영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전통적 ‘은행적립식’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정서적 영역 및 행동적 영역의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교육 현장에서는 사회·정서적 영역과 행동적 영역에 포함된 가치와 기술의 함양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단편적인 활동들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교육학습 효과를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구조와 실행 절차로 이루어진 교수학습 방법을 전체 교안과 결합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표 3>에서 언급한 5가지 본질적 요소 등을 갖춘 협동학습은 학습자 중심적, 능동적, 참여지향적, 실천지향적, 변혁지향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세계시민교육에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학습 성과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을 촉진할 수 있는 유용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Ⅲ.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협동학습 적용 교수학습(안)
제6차 교육과정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의 초·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의 성격과 목표, 성취 기준에 반영되어 있는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을 분석한 이정우(2017)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과 교육과정 전반에 인지 영역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고, 국가주의적 관점이 지배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유의미한 세계시민교육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설계할 때 인지적 영역뿐만 아니라 정서적, 행동적 영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국민국가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넘어서 세계시민으로서 필요한 가치와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점에 유념하면서 본 연구에서는 협동학습을 활용한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학습주제로,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선정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인류 및 자연, 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산이다. 이를 통해 문화다양성, 인권, 평화, 전쟁, 환경, 상생,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이끌어낼 수 있고, 범세계적으로 직면한 여러 주제를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허권, 2012; 김현욱, 김종민, 2014; UNESCO, 2002).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영역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된 글로벌 시각을 키우는 데 적합한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학생들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에 친숙하게 등장하는 학습주제인 동시에 때로는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거나, 지역·국가·세계 간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소재로 협동학습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은 세계시민교육 관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교수학습 연구·실천 활동이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협동학습의 학습구조와 특징을 적극 고려하면서 협동학습의 여러 모형 중 직소 모형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협동학습은 개별학습 및 경쟁학습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난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교수학습 방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모형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정문성, 2006). 대표적인 협동학습 모형으로는 직소(Jigsaw) 모형, 그래피티(Graffiti) 모형, 성취과제 분담학습(Student Teams Achievement Division, STAD) 모형, 팀 경쟁학습(Teams Games Tournaments, TGT) 모형, 팀 보조 개별학습(Team-Assisted Individualization, TAI) 모형, 집단탐구(Group Investigation, GI) 모형, 함께 학습하기(Learning Togerther, LT) 모형, 자율적 협동학습(Co-op Co-op) 모형, 찬반논쟁(Pro-con) 수업 모형 등을 들 수 있다(전성연 외, 2010; 정문성 2006; Kilban & Milman, 2014).
여기서는 다양한 협동학습 모형 중 본 연구의 주제인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에서 다루어질 직소 모형과 절차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여러 협동학습 모형 중에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방법으로 직소 모형을 선정·제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직소 모형은 교육 현장에서 학습의 내용이나 학년 수준을 불문하고 언제든지 적용이 가능한 교수학습 모형이다(Gunter, Estes and Mintz, 2010). 다른 협동학습 모형들과 비교하여 직소 모형은 유의미한 협동학습이 일어나기 위해 갖추어야 핵심적 요소인 긍정적 상호의존성, 개인 책무성, 집단과정, 촉진적 상호작용, 사회적 기술 등이 잘 작동될 수 있는 수업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직소 모형은 극단적인 상호의존적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도움 없이는 학습이 불가능하다(정문성, 2006: 195). 학생들은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협력적 자세, 공감과 연대, 차이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 보편적 인류라는 소속감, 구성원들과의 긍정적 관계, 비판적 사고 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세계시민교육은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의 내용과 방법을 총체적으로 수업에 적용해야 하는데 직소 모형은 학업 성취라는 인지적 영역(변영계, 이인자, 1996; 황인숙, 이자원, 2012) 뿐만 아니라 자아존중감, 동료에 대한 태도, 협력적 의사소통 등 사회·정서적 영역(문호준, 박종률, 2009; 배명훈, 채창목, 김영식 2017; 양소영, 2016; 유상은, 손홍찬, 2016; Johnson, Johnson and Roseth, 2010; Slavin 1991)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협동학습 중 직소 모형을 선정하여 교수학습(안)을 구상하고자 한다.
직소(Jigsaw) 모형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주목받는 대표적인 협동학습 모형 중의 하나다(박정혜, 2009: 14; 양소영, 2016: 86). 1970년대 초 미국 텍사스의 학교를 대상으로 인종차별 폐지 이후 통합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흑백간의 차이를 넘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Elliot Aronson과 동료들이 함께 개발했다(Gunter, Estes and Mintz, 2010: 370). 직소 모형은 과제분담학습 모형이라고 불리는데, 직소(Jigsaw)라는 명칭은 본래의 모집단이 전문가 집단으로 나뉘어 학습 활동을 한 후에 다시 모집단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조각그림 끼워 맞추기 게임(Jigsaw Puzzle)과 흡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정문성 2006: 195). 이때 교사는 정보를 직소(Jigsaw Puzzle)처럼 배열함으로써 학생들이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학생들은 과제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일부분만을 갖게 된다. 집단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숙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속 집단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서로 가르치고 또한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이 제시한 정보를 배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공동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전성연 외, 2010: 99). 직소 모형의 일반적인 수업 절차는 [그림 1]과 같은 기본적인 단계를 거친다(Kilban & Milman, 2014: 318-320).
① 1단계 : 직소(Jigsaw) 모형 설명하기
교사는 학생들에게 직소 모형과, 직소라는 모형 이름과 학생들 간의 상호의존성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목적에 대해 설명한다. 교사는 협동학습의 핵심 요소들을 검토하고, 이 요소들이 수업의 각 단계들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알려준다. 교사는 전문가 집단과 모집단에 대해, 또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모집단에서 흩어져 전문가 집단에서 만날 것과, 전문가와 모집단별로 배정된 주제에 대해 학습할 것, 전문가 집단에서 자신들의 학습 내용을 자신이 속한 모집단에서 가르칠 방법을 정할 것, 자신들의 모집단에 돌아가서 모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가르치고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체 과정을 일러준다. 또한 교사는 모집단의 각 개인들은 퀴즈를 풀고, 각 집단 구성원의 점수의 평균을 산출하여, 가장 높은 평균 점수를 받은 집단이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② 2단계 : 목표가 된 사회적 기술을 명명하고, 가르치고, 연습하기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 동안 학생들이 집중해야 할 사회적 기술을 말해준다. 사회적 기술은 모집단과 전문가 집단에서의 학습을 도와주는 것으로, 적극적 경청, 건설적 비판 등과 같은 사회적 기술들이 선정될 수 있다.
③ 3단계 : 이질적으로 구성된 학생들을 전문가 및 모집단으로 배치하기
교사는 학생들에게 모집단과 전문가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을 알려주되 이질적으로 구성된 집단에 학생들을 배치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서 전문가 집단에 멤버십을 부여할 수 있다.
④ 4단계 : 전문가 집단을 소집하고 과제 부여하기
학생들은 각자의 집단에 배치되어 각각의 집단에서 과제들을 해결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문가 집단에서 학습한 주제를 자신들의 모집단에서 가르칠 때 사용할 교수 유인물 혹은 다른 수업자료를 만든다. 교사는 이러한 교수 유인물 혹은 다른 수업자료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각 전문가 집단에게 특정 질문을 할 수도 있다.
⑤ 5단계 : 전문가들이 자신의 모집단에서 가르치기
교사들은 학생들이 전문가 집단에서 준비한 학습자료의 완성도, 적절함, 정확함 등을 검토한다. 학생들은 모집단에 다시 모이고, 각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주제를 보고할 시간을 할당받는다. 교수 산출물을 공유하고, 전문가 집단에서 배운 내용들을 모집단 구성원들에게 가르친다. 이때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모집단에서 그들이 배운 내용을 확실히 공유할 수 있도록 각 구성원들의 강의시간을 잘 분배하고 살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을 발표 기술을 연마하는 기회로도 적극 활용한다.
⑥ 6단계 : 집단과 개인의 책무성 측정하기
교사는 개인 및 집단 책무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도와줘야 한다. 학생들에게 특정 기준에 근거하여 개인과 집단의 성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질문지 혹은 소견서를 작성하게 한다. 교사는 종종 개인과 집단의 책무성 측정을 위해 루브릭을 개발할 수 있다.
⑦ 7단계 : 평가 및 팀 인정하기
교사는 학생들의 가르치는 활동이 종료되면 학생 평가를 위한 평가지를 배포한다. 평가지는 객관식, 자유 형식, 퀴즈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퀴즈를 풀고 나면, 집단의 점수를 계산하여 평균을 산출하고,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받은 집단을 인정하고 발표한다.
이처럼 직소 모형 교수학습 과정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적인 부분은 학생들이 각각 전문가가 되고,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집단 내의 구성원들과 서로 배우고 가르침으로써 학습과제를 분담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간의 협동과 상호의존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에 필요한 대인관계 기술과 사회적 기술들도 발달시킬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 및 공감의 태도를 배우고, 상호의존성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할 때, 학생들은 직소 모형 수업과정 속에서 은연중 세계시민의식을 체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소재로 협동학습 모형 중 직소 모형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표 5>와 같이 설계할 수 있다.
본 연구가 제시하고 있는 교수학습(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세계시민교육에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첫째, 국가간 개인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세계시민성 함양을 위해서 자신의 정체성 형성, 타인에 대한 이해, 책임의식 함양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UNESCO, 2018: 12)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본 연구가 제시하고 있는 교수학습(안)에서는 이 3가지를 잘 구현할 수 있다. 학생들은 세계유산을 소재로 한 협동학습 수업을 통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국가의 역사적·문화적·사회적 정체성을 인식할 뿐 아니라 세계문화 간의 정체성을 체험하고, 나아가 세계시민이라는 인류 공통의 정체성을 갖출 수 있다. 즉, 학생들은 개별국가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느끼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들을 내면화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지역과 국가, 나아가 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의 세계유산을 조사하며 각각의 문화유산들에 담긴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고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타 문화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 활동사례를 조사하거나 지역사회의 문화유산을 선정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계획서를 공동으로 만드는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의 지구촌을 더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학생들은 제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소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화유산에 관해 탐구함으로써, 지역적·국가적·세계적 이슈가 어떻게 상호연계되어 있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함으로써 세계시민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탐구할 수 있다. 더불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평화, 문화다양성,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존중과 공감 및 연대의 태도를 익히고, 국제사회와 인류에 대한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본 연구와 교수학습(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연구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급속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교육 현장은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적절한 교수방법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김진희, 2015; 윤노아, 최윤정, 2015). 본 연구는 세계시민교육과 협동학습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방법으로서 협동학습의 타당성을 분석·규명한 후에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개발·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둘째, 학교 교육과정 속의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인지적 영역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져 자칫 지식과 실천의 연계가 부족한 지식 습득 위주의 세계시민교육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내재되어 있다(김경은, 이나라, 2012; 이정우, 2017).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식과 행동의 연계를 강화한 학습자 중심의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Ⅳ. 결 론
세계시민교육은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즉각적인 사회적 요구나 필요성에 관계없이 당연한 교육으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지는 단계로 편입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국가주의에 입각한 시민교육을 공식교육의 틀 속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점차 많은 나라들이 세계시민교육을 자국의 교육 과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Goren & Yemini, 2017: 17). 이제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도 세계화·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더 이상 애국심 넘치는 민족주의 실험실로서의 역할(Ramirez, Bromley and Russell, 2017)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으로 교육 내용과 교수방법을 개혁하여 세계사회를 책임감 있게 이끌어갈 세계시민의 양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렇듯 세계시민교육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4.7에 포함된 전 세계적 교육의제로서 그 역할과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적합한 교수학습 모형과 구체적인 교수학습(안)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협동학습은 학습능력이 다른 학생들과 공동의 학습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활동하는 상당히 구조화된 수업방법으로 세계시민교육에 적합한 학습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교육과 협동학습의 관련성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여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으로 협동학습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주제로 직소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개발·제안했다.
아울러 본 연구는 실제로 협동학습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제시함으로써 협동학습이 세계시민교육의 학습주제 및 교수학습 원칙, 주요 학습 성과와 유기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나아가 이를 사례로 삼아 다른 연구자 및 현장 교사들이 세계시민교육에 유용한 다른 주제를 협동학습의 교수학습 방법과 연결시킬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교수학습의 방법론적 고찰을 넘어선 실천적인 창안을 제안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본 연구는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실천적 행동으로 연계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을 전개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민성 함양에도 유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제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소재로 협동학습을 적용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안)은 실제 수업에 적용해서 그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본 교수학습(안)을 실제 교실수업 상황에 적용한 실제 수업 분석과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실험적 검증을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본 교수학습(안)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