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Article

초등교사들의 혐오 수업 구상과정 탐구

박애경*
Aekyung Park*
*서울오류남초등학교 교사. skl21@hanmail.net
*Seoul Oryunam Elementary School

© Copyright 2022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r 13, 2022; Revised: Apr 20, 2022; Accepted: Apr 29, 2022

Published Online: May 31, 2022

요약

본 연구는 초등교사들의 시각에서 혐오의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초등 교실에서 혐오 수업에 접근하는 방법을 탐구하였다. 연구의 결과 나타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혐오 피라미드의 단계별 접근으로 혐오 개념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혐오표현보다 대항표현과 대항문화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둘째, 혐오사례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적 이해를 통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혐오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학생의 일상생활과 연결되는 실천 중심의 변혁적 학습으로 지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혐오에 대한 수업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시민성을 기르고자 함이 강조되었다. 또한, 본 연구는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아래로부터 수업에 접근하는 과정에 대한 탐구라는 의의를 가진다.

Abstract

This study searched the process of recognizing the problem of hate from the perspective of elementary school teachers, and based on this, explored a method to approach the lesson on hate in the elementary school classroom. The implications of the study results are as follows. First, it attempts a step-by-step approach to understand hate in terms of class content, and actively utilizes counter-speech and culture against it rather than extreme and negative hate speech. Second, through socio-economic background and cultural understanding of hate cases, it provides a perspective that can objectively look at the feelings of hate arising from prejudice or stereotypes. Third, the direction is required to be action-oriented and transformative learning using materials that are connected to the daily life of students. Finally, it was emphasized that the purpose of the class on hate is ultimately to cultivate desirable citizenship. In addition, this study has the significance of centering the process of teachers approaching classes from the bottom up.

Keywords: 혐오; 혐오표현; 시민교육; 초등 교사; 수업 구상
Keywords: Hate; Hate speech; Citizenship education; Elementary teacher; lesson ideas

Ⅰ. 들어가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혐오의 감정을 더욱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특정 인종에 대해 전 세계적인 혐오가 일어나기도 하고, 코로나의 확산에 따라 특정 공동체나 지역에 대한 혐오가 강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최종렬(2020: 21)은 팬데믹과 관련하여 첨예하게 드러나는 우리의 혐오를 우리 사회 ‘공동체주의적 가치의 민낯’이라 표현하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 릴레이 현상임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젠더, 계층, 세대, 인종과 같은 집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근거하여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존재해왔다. 그러나 모두가 감염병의 위협에 노출된 펜데믹 상황하에서 혐오의 대상은 불특정 다수로 개인화되어 더욱 광범위해졌다. 구성원 서로 간의 불신을 타고 혐오의 가능성이 배가된 것이다. 이러한 혐오의 개인화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시민들 간‘연대(solidarity)’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팬데믹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자신의 지역이나 집단의 문제가 다른 지역과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제공함으로써, 세계시민으로서 연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동안 세계시민교육은 변혁적 관점을 가진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공존과 연대의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온 혐오와 차별은 학교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다문화 학생이나 장애 학생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은근한 차별과 배제가 존재해 왔으며, 최근에는 노골적인 혐오 표현들이 디지털을 매개로 학생들 사이에 빠르게 공유, 확산되기도 한다. 학교는 공교육기관으로서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실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혐오와 차별 현상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이는 학교에서 어떤 시민을 길러낼 것인가의 문제와도 직결된다(이혜정 외, 2019: 9-10).

많은 연구들이 결국은 혐오 문제의 해결을 바람직한 시민을 기르는 교육과 연결하고 있음에도(구정화, 2018; 정재원, 2019; 배영주, 2020; 이종일, 2017; 장원순, 2021), 혐오 문제를 학교 현장에 직접 적용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초등학생의 수업을 주제로 다룬 김자영, 정수진(2021)의 연구와 이승희(2021)의 연구는 혐오표현 문제의 심각성을 밝히고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였다. 이는 교사 개인이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을 실천하여 찾을 수 있는 효과 및 시사점에 중점을 둔 연구로서 교사공동체의 논의를 통해 개념 접근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 본 연구와 차이점을 가진다. 또한, 고등학교의 여러 교과에 차별과 혐오를 주제로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사례를 분석한 안혜정(2021)의 연구는 학생들이 혐오 문제에 더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음을 확인했으나, 여러 교과의 교사들이 혐오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수업에 반영하였는지에 대한 개념의 공통 이해 과정을 도출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혐오와 같은 모호한 개념을 수업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밑작업이 필요하다.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요구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교실에서 나타나는 혐오의 문제를 교사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수업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논의한 과정을 바탕으로 초등학교의 혐오에 대한 수업의 원리를 구상하고자 하였다. 이는 개념의 의미와 범위를 규정해나가고 적절한 교수법을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탐구로서, 실천적이고 현장지향적인 수업 방법들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연구의 과정은 교사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공유하는 연구공동체 활성화 모델로서의 가치도 가진다고 하겠다.

Ⅱ. 연구 진행

1. 연구의 방법

본 연구의 아이디어는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연구회의 토론 활동을 진행하며 구상되었다. 연구자를 포함한 연구회원들은 2017년 세계시민교육 중앙선도교사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자율적으로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따라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높은 집단이다. 2019년부터는 유네스코 아시아평양국제이해교육원(이하 APCEIU)의 세계시민교육 중앙연구회 분과모임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시민교육의 다양하고 심화된 주제들을 다루고자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2021년에는 구성원들의 토의를 거쳐 혐오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회 활동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를 포함한 교사연구회의 활동은 ‘참여적 실행연구(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PAR)’의 형태를 가진다. 이는 현장에서 마주친 문제에 대한 답을 연구 참여자 스스로가 찾아가는 방식으로(조용환, 2015) 참여적이며 성찰적인 실천과정에 대한 역할 뿐 아니라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구성원들과의 협력적인 사고 과정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박창민, 조재성, 2016). Reason & Bradbury(2001: 1)는 참여적 실행연구를 “인간적 목적을 추구하는 실천적 지식을 개발하는 것과 관련된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과정(a participatory, democratic process concerned with developing practical knowing in the pursuit of wrothwhile human purpoes)”으로 규정하여 자율적 교사연구회의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특성과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본 연구는 참여자들과 연구자가 함께 인식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협력적 실천과정으로 볼 수 있다.

1) 연구 참여자

구성원들은 모두 20년 안팎의 경력을 지닌 초등교사들로 세계시민교육, 사회과교육, 인권 및 다문화교육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교사 A는 인권교육과 다문화교육 전국단위 연구대회 수상자이며 교사 C는 다문화 중점학교 운영, 교사 D는 사회과교육전공으로 박사를 수료하고 현장에서 수업 연구를 실천하고 있다. 연구자는 교사 B이며 연구의 총괄적 기획과 진행을 담당하되 자료의 수집과 토론활동에도 연구 참여자들과 동일하게 참여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혐오나 차별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했다기보다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혐오’라는 주제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수학습적 전문성을 지닌 교사들이 혐오라는 주제에 어떻게 수업을 구상해 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연구회 구성원과 토의 일정은 <표 1>과 같다.

표 1. 2021 교사연구회 구성과 토의 일정
구성원 (성별) 교육경력 (근무지역) 관심분야 토의 진행 과정
교사 A(여) 22년(충남) 인권 교육, 다문화교육 시기 2021.04.20.~8.30.
교사 B/연구자(여) 18년(서울) 세계시민교육 사회정의교육 방법 Band를 이용한 자료 표집
교사 C(여) 20년(전북) 다문화교육 세계시민교육 격주 온라인 토의
교사 D(남) 17년(경남) 사회과교육 교수학습방법 공통 도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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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회 활동은 4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되었으며, 본 연구에서 활용한 토의는 8월까지 총 6회로 진행되었다. 토의 활동에서 참여자들은 혐오와 차별이라는 주제를 이해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이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관심을 갖게 된 주제를 탐구하여 이를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개념을 이해하고 관련 자료를 내면화하는 과정과도 연결될 것이다.

2) 자료의 표집과 분석

본 연구에 사용된 자료들은 연구회 구성원의 직, 간접 경험 자료와 토론 내용이다. 연구회원들이 온라인 인프라를 이용해 자율적으로 공유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격주 온라인 모임에서 토의를 진행하였고, 녹화된 이 내용을 전사하여 사용하였다. 온라인 공유 자료는 각 구성원들이 혐오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자료를 일상에서 발견할 때 자유롭게 올리기로 하였고, 따라서 관련된 기사나 TV 프로그램, 칼럼 혹은 읽고 있는 도서가 공유되기도 하였다. 이때 사용된 자료들 또한 표집된 자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연구에 활용된 총 6회의 온라인 토론 자료들은 녹화 후 전사하였다. 연구회 운영 과정에서 표집된 자료들은 <표 2>와 같다.

표 2. 수집 자료
자료 종류 자료 종류 및 비중 수집방법
온라인 공유 자료 기사(60%) Band를 통한 자료 및 의견 수시 업데이트
TV 프로그램 및 동영상(13%)
도서/ 칼럼(17%)
토의 자료 온라인 회의(6회) 녹화 및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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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의 분석은 질적인 방법으로 귀납적으로 진행되었다. 질적 연구에서 자료의 수집과 분석은 동시에 혹은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며 상호 보완적이고 통합적이다(Glaser & Strauss, 1967: 109). 따라서 본 연구에서 온라인에 공유된 자료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토의 내용들도 동시에 분석하였다. 자료들은 비슷한 내용별로 분류하여 각 범주별 특징을 확인하고, 녹화한 토의 자료는 전사하여 반복해 읽으며 본 연구의 주제에 대한 시사점들을 추출하였다. 연구를 위한 모든 과정의 내용 활용에 대해 참여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았다.

2. 연구의 주요 개념
1) 혐오와 혐오표현

국가인권위원회(2019: 12)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과 폭력을 유도하여 차별을 정당화하고 조장 및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된다. 국제법에서도 혐오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불합리한 비난과 증오의 감정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혐오는 단순한 편견과 다르며 소수자 집단을 증오하고 차별하려는 감정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혐오와 차별 용어의 본격적인 사용은 2013년 이후 ‘일간 베스트 게시판’(일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조롱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회자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편견, 차별, 폭력 등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홍성수, 2019: 192). 이후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해사건이나 장애인 교육시설 설립으로 인한 혐오시설 기피 등 혐오 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혐오를 다루고 있는 연구들 중 일부는 그 개념을 혐오표현(hate speech)로 접근하여 관련된 법과 규정을 다루기도 하고(홍성수, 2019; 이종일, 2015; 박승호, 2019), 혐오라는 감정 자체(disgust)와 그 내면적 속성 및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기도 한다(신은화, 2017; 김세원, 2018). 먼저, 혐오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진화생물학적 설명에 의하면, 혐오는 본능적인 감정의 산물로 역겨운 대상의 체내화 가능성에 대한 불쾌감과 같은 생물학적 작용이다. 따라서, 혐오를 유발하는 대상과의 경계짓기를 통한 일종의 자기 면역적인 ‘원초적 감정’으로 볼 수 있다(Nussbaum, 2004). 이에 비해 더 확장된 의미에서 사회적 현상으로서 혐오는 어떤 대상에 대한 불호의 감정을 넘어 그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는 태도를 의미한다(홍성수, 2018: 24).

혐오표현은 이러한 혐오의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인데, 말 뿐만 아니라 복장, 상징물에 의한 의사표시, 퍼포먼스 등이 모두 포함되며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나 사람에게 증오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 증오의 감정은 대상이 가진 정체성과 관련되므로 그 자체로 차별이 될 수 있다(이혜정 외, 2019: 8). 더 나아가 혐오표현은 혐오의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만들고,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20-23).

배영주(2020: 52)는 혐오표현의 규제가 그 내면의 혐오라는 부정적 감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혐오표현’을 넘어 그 뒤에 자리하는 ‘혐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 혐오표현 규제는 혐오라는 감정이 만들어내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사후 조치에 불과할 수 있으므로(홍성수, 2018) 본 연구에서는 혐오표현 자체보다는 그 바탕에 자리한 혐오라는 감정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혐오표현이 혐오의 감정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 혐오표현을 통해 혐오감정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음에 주목하여 굳이 규제의 대상으로서 혐오표현이 아니라 혐오 감정의 표출로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1)

혐오가 주로 나타나는 여성, 계층, 성소수자, 인종 등의 영역은 비단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혐오의 양상은 이주민, 성별, 성적 지향, 특정 문화 집단이나 종교집단에 대해 전형적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구정화, 2018). 이러한 양상의 원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불안감(석승혜, 장인식, 2016)이나 수직적 신분질서에서 비롯된 위계적 관계, 공동체의 획일적 세계관으로 인한 다양성의 부재 등으로 분석하기도 한다(이종일, 2017). 혐오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일지라도 우리 교육에 적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혐오 양상의 특징과 배경 또한 이해하고, 혐오를 유발하는 원인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상황의 개선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 상호연결된 세계에서의 시민교육

시민성은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시민적 덕성이나 자질, 성향과 관계된 것으로 ‘시민의식’ 등과 통하는 개념이다(장은주, 2017).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커지면서 시민성 이념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자기 책임, 좋은 시민의 원칙, 바람직한 시민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분리될 수 없으며 ‘시민’은 개인의 권리를 알고 행위주체로서 공동체의 선을 실현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이다(정재원, 2019: 106).

유네스코는 최근의 시민성을 다양하고 상호연결된 세계에서의 시민교육과 연결하며 오늘날의 시민성이 전지구화의 영항으로 그 개념과 실천이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전지구화가 기존 국민국가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탈국가적(post-national) 형태의 시민성의 양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 2018: 67-68). 같은 흐름에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시민교육에 전 지구적 차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시민교육은 정치적 문해, 지역사회 참여, 사회·도덕적 가치와 같은 속성을 통해 세계시민성을 기르는 데 기여할 수 있다(샌트 외, 2021: 302). 이런 논의들에 의하면, 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공동체의 범위는 최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해가고 있으며, 특히 혐오와 같은 주제는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전지구적 시민교육의 보편적 차원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해오던 교사 모임에서 혐오는 세계시민교육의 심화된 하나의 주제라는 전제 하에 논의되었으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시민교육은 세계시민성이나 민주시민성, 국가주의 시민성으로 구분짓지 않고 이 개념들을 모두 포함하는 바람직한 시민성의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Ⅲ. 교사들의 혐오 수업 구상과정

1. 혐오의 정의와 범위 설정의 어려움
1) 개념의 범주 명확화

교실 속 혐오와 차별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것은 개념의 범위와 의미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었다. 김자영, 정수진(2021: 112)도 혐오표현의 심각성에 비해 혐오에 대한 구체적 교육 방안이 거의 제공되지 않는 이유를 현실적으로 개념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내용이 수업의 형태로 나타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구회 구성원들이 공유한 자료들에는 누가 봐도 명확한 혐오표현도 있지만 은근한 편견이나 차별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의도하지 않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표현들도 다수 포함되었다. 예를 들어 배려한다고 생각한 발언이 오히려 당사자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특별한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외모와 관련된 표현들도 혐오표현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교사 A: 학교에서 “선생님이 예쁘니까, 이 일 좀 하세요” 하고 이야기 듣는 거, 한국 사회에서 이혼녀에게 자꾸 누구 만나봐라, 결혼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거 불편해.

연구자: 우리가 혐오를 이야기하는데 일부 사례는 차별이나 편견이 될 것 같아서, 혐오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교사 A: 좋은 의도라고 해도 듣는 사람이 불편하고, 편견이 들어있으니까 이런 건 혐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연구자: 그럼 단순한 편견과 뭐가 다를까? 듣는 사람이 불편하다고 하면 혐오표현까지 갈 수 있을까?

교사 A: 그럼. 그건 그 사람한테는 공격으로 간 거잖아

연구자: 그럼 혐오 표현의 정의를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으로 내릴 수 있을까? 우리가 올린 자료들을 보면 어디까지가 혐오인지 불분명해. 편견이나 차별이라는 말과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 용어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교사 A: 어렵네,

<2021.6.17. 2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나쁜 의도는 없지만 듣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포함되어 있고, 이로 인해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해당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일부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김지혜(2019)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특정한 입장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려는 표현이 오히려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혐오와 차별의 감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표현을 통해 공유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교실 속 혐오에 대해 더욱 섬세하게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되었다.

교사 D: 제가 올린 교육부 자료 보시면, 남자가 이런 일로 울면 되겠어, 여자는 이래야지 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과연 혐오표현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건 사실이에요. 범위가 좀 넓다는 생각? 수업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 편견이 전반적으로 다 들어가버리면 어디까지 혐오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교사 C: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돼. 결국 혐오는 차별적인 용어에서 나오는 거잖아.

연구자: 많은 사람들이 나쁜 의도 없이 차별적인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걸 바꾸는 것이 바로 혐오를 줄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2021.6.17. 2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차별과 혐오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념 또한 더 정교하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 3차 온라인 토론에서 제시된 미세공격(micro-aggression)2)은 이러한 민감성을 기르기에 적합한 개념으로 생각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요소들에 사소하고 간단하게 혐오와 차별이 반영되어 있는 양상을 언급하는 용어로 이 개념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혐오 감정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로 특정 발언이나 생각이 차별이고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의 개선과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시사점을 주었다. 안혜정(2021: 132)의 연구에서도 학생들은 장애인, 성, 이주노동자 차별과 같은 사회적 차별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미세공격의 개념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자세히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교사 A: 마이크로 어그레션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었어? 일상에서 쓰이는 사소하고 간단한 것들에 대한 수많은 혐오표현들이라는 거야. TV 프로그램에서 아시아 혐오에 대한 내용들이 다루어졌는데,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수많은 것들이 혐오가 될 수 있다는 게 그 내용이었어. 이게 미세공격성과 연결된다고 설명하더라구, 나는 이런 용어가 있다는 데에 놀랐어.

연구자: 이런 용어를 보니까 혐오를 더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데.

<7월 2일 3차 온라인 회의 중에서>

수업을 위한 개념 범주 설정의 과정은 혐오와 같이 불분명하고 애매한 가치들을 다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연구회 구성원들은 토론을 통해 모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범위의 설정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편견이나 차별의 감정이 혐오표현과 연결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수업에 적용할 구체적 방향과 내용을 고민하였다.

교사 C: 근데 차별의 관점에서 혐오를 보면 너무 맥락이 넓으니까, 적어도 우리가 하려는 것의 범위를 정해야 할 것 같아.

교사 A: 편견이라는 생각, 지극히 감정적인 것을 표현한 단어가 차별이고 이것을 표현하면 혐오가 아닐까. 편견이나 차별이라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 바로 혐오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연구자: 이런 고민은 우리만이 아니고 이 내용과 관련된 수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고민이 아닐까.

<2021.6.17. 2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수업에 적용할 혐오와 차별의 범위와 의미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논의와 공부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그림 1]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온라인상 혐오표현 사례와 혐오 피라미드 개념이었다3). 혐오를 막연하게 공격적이고 차별적인 감정으로만 생각했던 수준에서 벗어나 단계별 혐오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사고가 가능했다. 또한, 혐오의 감정과 표현에 대한 교육을 고민하면서도 혐오 피라미드의 단계를 학생 수준과 연계하여 적용하는 방법의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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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참고자료(서울경제, 2019. 1.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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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온라인상 혐오사례로 제시된 내용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지역에 다른 편견 및 혐오를 보여준다는 예시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일부 매우 심각한 경우를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편견이나 차별과 관계된 표현들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나름의 범위를 설정하기 위한 교사들 각자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2) 교실에서의 혐오와 차별

교실에서는 어떤 혐오와 차별이 나타날까? 혐오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서구사회와는 다르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젊은 세대에서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가 수평적 성별대립구도로 이어지고 있으며 연령과 장애,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 및 갑을관계에 기반한 혐오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정재원, 2019: 100). 이러한 분위기는 교실에도 여실히 드러나게 되는데 특히 경쟁이 강조되는 한국 사회의 특징이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성과 차이를 포용하도록 하는 교육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정재원, 이은아, 2017: 232)이 설득력을 얻는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 논의들은 학교가 성적, 성별, 장애, 국적과 인종, 성 정체성 등의 문제에 있어 다수자 중심의 질서와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이혜정 외, 2019: 13). 이러한 문제들은 혐오의 대상이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대상이 속한 집단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습자들에게 단순하게 당위성을 주입하기보다 혐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구체적 방안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유리, 2018: 34-35).

성별과 관련한 혐오는 토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주제로 실제 교실에서 교사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를 혐오하는 양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사들 사이의 관계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이 이러한 성별 혐오와 편견을 경험하고 있었다.

교사 D: 남녀 공학에서 대개 체육복 갈아입을 때 여자들이 교실에서 입고 남자들이 화장실에서 갈아입잖아요. 그럼 남학생들이 ‘왜 우리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무의식적으로 교사들도 무거운 거 들고 할 때 남학생들 부르고, 교실 뒷정리는 여자애들한테 맡기곤 하거든요. 교실에서 성평등, 신체적으로 차이가 있어서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걸 학생들 입장에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이게 꼭 남학생들이 양보해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교사 A: 학교 안에 여학생 탈의실 만드는 사업도 있었어. 왜 여학생만?

연구자: 학교에서도 대부분 여교사휴게실이 많지. 이게 당연한 건 아닌데, 과거에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신체적으로 약하고 보호해야 할 입장으로 보는 게 있어서, 그래도 배려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데 대해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요즘 십대는 왜 그래야하는지 진심으로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2021.6.4. 1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Nussbaum(2004)에 의하면 혐오는 한 사회가 개인의 무의식에 주입한 편견 및 고정관념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혐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이것이 차별과 연결되는 과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혐오는 젠더 문제에서 매우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능력주의와 공정이나 공평과 같은 가치들이 중요시되면서 교실에서도 공평의 문제가 여러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에서 살펴볼 사례 분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젠더 중심의 혐오표현과 차별, 편가르기적 생각과 표현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들에 반영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2. 사례분석을 통한 개념 이해

연구 기간동안 Band를 통해 수집된 자료들은 인터넷 뉴스나 신문 기사, 칼럼, 영상, 책과 TV 프로그램 등의 간접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자료들은 젠더, 인종 및 소수자, 경제적 불평등과 능력주의, 혐오표현의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되었다. 세부적인 자료들의 내용은 [그림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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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자료 표집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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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분석한 결과 젠더 관련내용이 17개(44%), 인종 및 소수자 4개(10%), 경제적 불평등과 능력주의 8개(21%), 혐오표현 10개(2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연구에서 드러난 것처럼 학교 안의 혐오 현상이나 사회적 문제들에 젠더가 큰 비중을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젠더>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이슈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져 우리 사회가 젠더 문제에 매우 민감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젠더 혐오 기사가 언론이 자주 노출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젠더> 주제에 비하여 인종이나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주제는 자료 하나하나가 많은 소주제를 포함하는 큰 범주에서 다루어졌다. <인종과 소수자> 주제에서는 인종증오, 아시아혐오, 성소수자 등이 고려되었고, <경제적 불평등과 능력주의> 주제는 인권과 학벌 차별, 학교에서의 비정규직 처우 문제까지 등장하였다. 이런 주제들은 혐오와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는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하여 개인이 자신의 삶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더 강해지는 양상을 가진다는 분석(구정화, 2018: 6)과 맞닿아 있다. 학업, 취업, 고용 등 다양한 삶의 장면에서 자신의 존재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지속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석승혜, 장인식, 2016: 88).

<혐오표현> 범주의 자료들은 실질적으로 혐오표현이 왜 문제인지, 교실에서 혐오표현 관련 내용을 어떻게 수업에서 다루었는지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자료들이 많았다. 이 자료들은 혐오표현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한 어떤 교육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에서 사용된 주제들은 크게 네 개로 분류되었지만 모두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데, <젠더> 문제에서 약자가 된 여성 혹은 남성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편견과 혐오를 받을 수 있었고, 이들은 결국 <경제적 불평등과 능력주의>의 대상이 되어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주제의 분량보다는 각 주제들이 다루어지는 양상이 더욱 중요하며, 이 주제들이 결국 모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는 곧, 혐오와 차별이라는 주제 뒤에 숨어있는 배경과 원인들을 생각하는 토대가 되었다.

혐오표현의 사례들을 연구한 이종일(2017)은 신문 방송 서적 인터뷰 등에 등장하는 혐오표현들을 정리하고 이를 분석하였는데 여기서 드러난 범주와 비교하면 본 연구에서는 정치이념과 고용문제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초등 교실 수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교사들의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정치 문제에 대한 무의식적 배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3. 혐오의 배경과 원인 이해

연구에서 자료 표집과 토론을 거치면서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의 여러 혐오 현상들이 각각 그 배경과 원인들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기존의 연구들이 혐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일상의 경험들을 교육과 연결시키는 교사의 입장에서 느끼는 혐오 현상들은 교실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의를 가진다.

1) 일부 극단적 주장이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는 양상

토의 과정에서 극단적 혐오표현과 감정의 증가의 원인으로 가장 자주 주목한 것은 언론의 문제였다. 특히 젠더 이슈와 같은 특정 사회 문제들에 대해 일부 극단적 입장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며, 그 서술 방식 또한 감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관심이 주체의 효능감을 자극하여 사회적 효능감 충족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주목받기 위한 경쟁이 자극적 혐오 발언과 과장된 행동으로 혐오가 조장되고 활용된다는 맥락(배영주, 2020: 56)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인터넷 조회수가 중요해지면서 일부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가 모두 똑같은 내용으로 제시되는 모습이나,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도 함께 언급되었다. 이렇게 조장된 혐오는 대부분 폭력적 행태로 나타나며 점점 더 괴력을 강화하게 된다(신은화, 2017).

교사 D: 뭐랄까, 언론에서 부각시킨다고 할까, 이슈화시키는 느낌도 있고

교사 A: 메이저 언론사가 앞장서서 남녀를 이간질시키는 기사를 내놓으면 나머지 기사들도 베끼는 거야. 사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남녀 사이가 안좋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교사 C: 많은 것을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모방도 많이 일어나서, 이게 해도 되는 거네 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지.

연구자: 우리가 혐오표현에 대해 수업을 하면 이 표현들을 이야기했을 때 오히려 몰랐던 아이들이 배우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수업에 반영할 때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 같아.

교사 A: 그런데 그런 예시 없이 수업을 할 수 있나?

교사 D: 미디어는 이슈화를 시키는 거고 우리가 교육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런 혐오표현들이 있지만 더 나은 표현이나 옳은 방향이 있다는 건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2021.6.17. 2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또한 언론을 통해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던 혐오표현이나 내용을 접하게 되면서 모방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염려와 더불어, 교실에서도 혐오표현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혐오와 관련된 새로운 표현을 학생들이 배우게 될 우려가 등장했다. 혐오로 표현되는 내용들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우니, 더 옳은 방향과 나은 표현에 대한 지속적이고 충분한 언급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교사로서의 입장으로 제시되었다.

2) ‘공정’에 예민해진 사람들

다른 한 가지의 배경은 최근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냐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사회적 목표이자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데 문제는 공정을 모두가 외치면서도 무엇이 공정인지 바라보는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에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며 다른 누군가를 혐오의 타겟으로 삼아 공정하지 않다는 윤리적 평가와 함께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경우를 흔히 발견하게 된다. 일반 대중과는 다른 경제적 부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들이 대표적이고, 코로나 확진자나 대학입시 비리, 고용 비리, 정규직 전환이 되는 특정 직종 사람들에게 퍼붓는 혐오의 표현들이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준다.

연구자: 요즘 사람들이 공정에 예민하잖아. 그런데 사회의 부조리나 부정의에는 예민하지 않는데 자기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그게 공정이라고 말해. 그리고 그 분노를 풀 데가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약한 누군가를 타겟으로 삼아 분노를 표출하는 것 같아. 뭔가 하나 잘못했다, 교사가 코로나 걸렸는데 노래방에 갔다 그러면 완전 매장되는거야. 너 잘 걸렸다 이거지. 나는 이런 게 되게 혐오의 느낌이거든.

교사 A: 지금 나온 이야기들을 보면, 혐오표현이 나쁘다고만 이야기하는 게 충분하지 않은 거야. 사회의 기저에 깔린 분위기를 이해해야 하는 거니까.

<2021.6.17. 2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이러한 양상은 결국은 승자없는 을과 을의 싸움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의견과 함께 혐오와 차별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혐오표현이 나쁘니 사용하지 말자는 수준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혐오가 드러나는 기저에 깔린 배경과 원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욱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교사들 스스로 그 사회적 배경을 인지하여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 또한 요구되었다.

3) 사회적 상황의 스트레스 요인

혐오와 차별의 양상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나 숙명여대 입시 비리 등 몇 가지 큼직한 사회 문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와 더불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 모습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인권과 관련된 수업은 오랫동안 학교에서 지속되어 왔는데, 연구 과정에서 살펴본 혐오표현 관련 수업들은 기존의 인권교육이나 인성교육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최근의 혐오와 차별이 드러나는 양상이 더욱 직접적이고 심각한 사회 문제와 연결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 뿐 아니라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등장하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유럽 등지에서 나타나는 아시아인 혐오 현상은 코로나로 인한 자신의 일상 변화에 대한 불만이 전염병을 시작하게 했다는 특정 인종에게 전가되어 아시아인 전체를 대상화하여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 C: 그런데 혐오 수업한 자료들 보니까 인권 수업과 별반 차이가 없고, 혐오 대신에 욕 안하기 프로젝트 같은 것을 사용해도 비슷해. 왕따라는 용어가 혐오를 대체해도 똑같아. 근데 이런 건 옛날에도 있지 않았어?

연구자: 항상 있었던 표현인 건 맞아. 근데 요즘 더 심해진 것 같지 않아? 어떤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의 현상인 것 같다거나, 많이 드러난다고 이야기되는 것 같아

교사 C: 나는 그게 코로나가 한 몫 한 것 같아. 사람들이 일상이 자유롭지 않고 생활반경이 협소해지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데 풀 데가 없어. 거기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까지 하면 더 답이 없는 거지. 경제적, 마음적 여유가 없으니까 혐오가 더 부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 2021.6.17. 2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혐오와 차별이라는 주제를 수업에 적용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배경과 원인의 분석 및 인식은 구안한 내용을 적극 반영하여 교육 실천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혐오표현을 인식하고 사용하지 말자는 수준의 학습보다는 혐오표현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이해할 때 현상을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비판적 관점을 기르고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가치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예시를 통해 혐오와 차별이 드러나게 되는 원인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4. 결국은, 시민교육

혐오의 감정과 표현 문제들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그 원인의 분석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특히 예전과 비교해 달라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다양한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 토론 방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연구자: 예전에는 조금 더 폐쇄적이었지만 사회적인 기준이나 합의에서 약간 벗어나도, 생각이 달라도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자신의 생각과 기준을 우기려고 하니까,,

교사 A: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나 포용의 범위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토의나 생각 나눔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2021.6.4. 1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또한 사회 문제를 각자의 경험과 연계하여 실질적인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여 공감과 내면화를 이끌어내는 수업의 중요성과 이러한 방법적 접근이 결국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적 시민교육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공유되었다.

교사 A: 수업에 학생 개인의 삶을 끌어들이는 부분이, 어렵지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사회 문제가 결국 개인의 문제가 되어야 학생들이 집중하게 되니까. 어떻게 학생들의 경험을, 학생들의 삶을 끌어들여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결국 학생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해. 결국은 그 개인의 삶을 수업으로 끌어들이고 그것을 내면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거지.

교사 C: 결국은 시민교육과 연계되는 것은 아닐까?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해석하도록 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생각을 풀어내도록 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연계하여 실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2021.7.16. 4차 온라인 회의 중에서>

많은 연구들이 시민교육으로 혐오의 감정을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혐오가 단순히 개인 차원의 감정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사이의 대립 및 권력과 연결되는 ‘집단’적 감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Nussbaum, 1997). 정재원(2019)은 공존을 키워드로 한 시민성 교육을 통해 혐오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였고, 이종일(2015)은 혐오를 사회의 다양성을 사회적 정의로 보는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하는 사회과 시민성 교육과 연결할 필요를 언급한 바 있다. 장원순(2021)은 혐오표현의 증가를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이러한 혐오표현이 개인의 인격과 존엄성의 훼손을 넘어 대상 집단의 정체성과 생활공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시민교육으로서 혐오의 감정을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결국 교실에서 일어나는 수업의 변화를 요구한다. 다양한 교과와 함께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활동들이 학생 개인의 삶과 경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여 결국 학생의 인식을 변화한다는 점은 세계시민교육에서 추구하는 변혁적 교수법의 논리와 연결된다. 실생활 문제들에 대한 의식을 키우는 학습은 보다 광범위한 공동체 구성원을 돌아보게 하여 교실 안팎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러한 변혁적 교수법은 결국 개인과 공동체 또는 제도적 차원의 변화를 가져온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 2014).

Ⅳ. 혐오에 대한 수업 구상의 원리

본 연구에서 진행된 교사들의 토론에서 가장 논점이 된 것은 혐오의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적정 범위의 적용이었다. 이는 수업에서 혐오 개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었으며 혐오에 대한 수업의 내용을 구상하는 원리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먼저, 교사들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혐오 피라미드의 단계를 교육에 적용해 보는 방법은 혐오에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개념들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수업에 적용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교사들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된 바 있다.

교사 D: 여기 자료에서는 단순하게 나쁜 말이 아니라 특정 집단, 특정 성별을 건드리면서 이야기하면 이건 혐오표현이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연구자: 이 내용을 보니 이혼한 여성에 대한 표현도 ‘이주노동자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도 폄오표현이 될 수 있네.

교사 D: 다양한 혐오표현 유형의 예시를 보고 혐오표현 자체를 구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집단을 구분 짓고 분류하니까 이해가 됐어요.

<2021.7.2. 3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이러한 관점에서, 앞의 [그림 1]에서 제시된 혐오의 피라미드 단계를 초등 중학년과 고학년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았다. 초등 수준에서는 혐오 피라미드 중 ‘편견’과 ‘혐오표현’ 단계에 집중하여 교육과정과 연계한 수업 내용을 구상할 수 있으며 더 높은 단계의 혐오는 상위 학교급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혐오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적용 사례나 학급 상황에 따라 다른 단계의 영역과 연계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2020: 57)에 따르면 교육이 혐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단계인 편견 단계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상위 단계의 심각한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더 폭넓은 의미를 가지는 낮은 단계일수록 교육에서도 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의미로서 혐오의 개념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혐오의 단계 중 ‘편견’ 뿐 아니라 ‘혐오표현’이나 ‘차별행위’는 초등학생의 수준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이라고 생각되어 <표 3>과 같이 혐오 단계에 따른 학년군별 사회과 성취기준과 연결되는 주제를 제시하였다.

표 3. 혐오 단계에 따른 학년군별 사회과 성취기준 예시
단계 주제 관련 사회과 성취기준
편견, 혐오 표현 • 3~4학년군(예시)
- 나 자신의 편견 없애기. 다양성 인정
- 문화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문제점 이해, 존중의 태도 기르기
[4사02-06] 현대의 여러 가지 가족 형태를 조사하여 가족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른다.
[4사04-06]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화가 확산되면서 생기는 문제(편견, 차별 등)및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른다.
차별 행위 • 5~6학년군(예시)
- 인권 보호, 차별금지법과 연관
[6사02-02] 생활 속에서 인권 보장이 필요한 사례를 탐구하여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권 보호를 실천하는 태도를 기른다.
[6사05-03]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민주주의 실천 사례를 탐구하여 민주주의의 의미와 중요성을 파악하고,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태도를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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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 면에서의 두 번째 원리는 혐오표현(hate speech)을 없애는 활동을 넘어선 대항표현(counter speech)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홍성수(2019: 47-48)에 의하면, 혐오표현 자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에 부딪칠 때 대항표현과 대항문화가 활용된다고 한다. 즉,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표현이 사회에서 힘을 갖지 못하도록 무력화시키거나 혐오표현의 대상집단이 혐오표현에 의해 종속되거나 침묵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혐오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폭넓은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해악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제시할 수 있다.

교육에서 대항표현의 활용은 혐오표현에 더 근본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시민성 교육에 가깝다. 혐오표현 사용금지 캠페인을 하거나 일부 표현을 지정하여 사용하지 않도록 학급의 규칙을 정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 규제 방법을 넘어, 평등이나 공동선, 공동체의식과 같은 긍정적인 가치 교육을 통해 혐오나 차별의 감정을 줄이는 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방법들에 대한 논의는 연구회의 토론 과정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경기 중 히잡이 벗겨진 상대편 선수를 감싸주는 영상 자료)

교사 D: 여자 축구하다가, 몸싸움하다가 벗겨진 거거든요.

연구자: 히잡이 이 문화에서는 중요한데, 다양성 존중의 좋은 예시 같아.

교사 D: 같은 편 중에서도 히잡 쓴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이 친구만 쓰는데 그걸 다 인정해 준거지요.

교사 C: 진짜 저러기 힘들지 않나. 기사가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아

연구자: 우리가 맨날 혐오, 차별 이런 이야기만 하니까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힘들어했잖아. 혐오의 안 좋은 예 뿐만 아니라 좋은 사례로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2021.8.13. 5차 온라인 토론 중에서>

특히 수업에서 혐오표현의 예시 사용이 모방으로 이어질 우려가 많은 초등 단계에서 대항표현과 대항문화의 활용은 학생 수준에 적절한 수업의 원리로 활용될 수 있다.

혐오에 대한 수업의 방법적 원리로는 이승희(2021), 이종일(2017), 안혜정(2021) 등의 연구를 통해 프로젝트 학습과 논쟁적 주제들을 활용한 토론 학습이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내용이 편견이나 혐오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나눔은 수업 중 토론과 같은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 단계에서 논쟁적 문제는 고학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제한점이 있으므로(고흔석, 2010: 45-46) 각 교실 상황과 수업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는 공감과 내면화의 방법으로 학생들이 혐오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여러 교과와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학생의 일상에서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혐오에 대한 수업의 내용과 방법적 원리는 <표 4>와 같다.

표 4. 혐오에 대한 수업 적용 원리
내용 방법 고려사항 궁극적 방향
• 혐오의 단계별 접근
• 대항문화/ 표현 중심의 수업 구상 (혐오와 반대되는 긍정적 가치의 활용)
• 프로젝트 학습
• 토론중심 학습
• 공감과 내면화
• 여러 교과와 연계
• 각 혐오사례에 대한 배경 이해
• 학생의 일상과 연계한 실천 중심의 학습
• 바람직한 시민성 교육
• 다양성 존중
• 인류의 연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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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감정이나 표현이 나타나게 되는 각 사례의 배경과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을 갖추는 것은 궁극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시민성 교육을 지향하게 된다. 이러한 수업 원리는 학습자의 실생활과 연계, 비판적 사고의 신장, 다양성의 존중과 더불어 적극적 행동으로의 참여 및 지역과 연계하여 진행할 것을 권장하는 변혁적 교수법(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 2014: 21)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혐오에 대한 수업에서 각 혐오표현들이 사용되는 구체적 사례나 이들이 사용되는 상황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혐오에 대한 모든 수업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당위적인 혐오표현의 비난이나 부정만으로는 해당 내용이 학생들에게 내면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혐오가 나타난 과정과 원인에 대한 이해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더불어, 누구나 혐오의 대상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여 서로의 존중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다수자의 영역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 약자로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인류에 대한 연대 개념 또한 적극적으로 수업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초등교사들의 시각으로 혐오의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초등학교에서 혐오에 대한 수업에 접근할 방법을 탐색하였다. 연구의 결과 교사들이 구상한 혐오 수업에서 발견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업을 위해 혐오의 개념을 이해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차별과 혐오를 규정짓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수업을 위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며 교실에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접하게 되는 혐오의 사례들을 연결하여 적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혐오 피라미드를 활용한 단계적 개념 이해와 미세 차별(micro-aggression)과 같은 용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혐오에 대한 이해도와 민감성을 높일 수 있었고 대항표현과 대항문화를 인지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혐오 수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져왔다.

둘째, 다양한 혐오의 사례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적 이해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혐오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교사들의 논의에서 혐오와 관련된 주제들로 범주화된 ‘젠더’, ‘인종 및 소수자’, ‘경제적 불평등과 능력주의’, ‘혐오표현’의 영역들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혐오의 특징과 배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혐오의 감정이나 표현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 그 배경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는 실천 중심의 변혁적 교수법이 요구된다. 연구 과정에서 혐오 관련 주제들을 주변에서 찾아보는 과정은 교사들에게도 일상이 연구와 연결되는 경험이었다. 이처럼 학습이 학생의 일상생활과 연결될 때 학습이 내면화된 실천으로 이어지며, 실제 개인과 공동체 차원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시사점들은 혐오에 대한 수업을 구상할 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내용 면에서 혐오를 구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단계별 접근을 교육과정 재구성과 연계하고,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혐오표현을 대신할 수 있는 대항표현이나 대항문화에 대한 수업을 통해 혐오표현에 대한 모방과 잦은 노출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혐오사례의 배경에 대한 이해는 감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 수업 방법의 측면에서, 학생의 일상과 연결될 수 있는 주제들을 활용한 토의토론, 프로젝트 학습을 활용하거나 여러 교과들과 연계하는 방법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혐오에 대한 수업의 궁극적인 방향은 결국 바람직한 시민성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존엄성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장은주, 2017: 114). 특정 집단을 대상화하여 차별하고 혐오하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하며 학습자의 가치관과 언어습관, 행동이 형성되는 시기인 초등교육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내용이다.

혐오에 대한 개념이나 혐오표현 규제와 해결방법, 시민교육과의 접점 등은 이미 연구가 된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혐오 및 차별에 대한 수업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 모호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와 범주를 탐구해 나가고, 교실에서의 실천에 연결해가는 과정은 이미 연구된 지식을 수용하는 방식의 접근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육의 주요한 행위주체인 교사들이 자신의 의지와 사고방식, 네트워킹을 통해 스스로 구성한 수업 지식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교사들의 개념 탐구 과정을 시작으로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수업에의 접근 과정에 대한 탐구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며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실천하는 주체로서 혐오문제를 교육할 필요성을 느끼고 수업 구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많은 현장 교사들이 혐오와 관련한 수업을 시도하면서 실질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을 제시하고, 교사 네트워크를 통해 수업에 필요한 개념들을 공유해가는 과정들을 통해 이론 탐구와 실제 수업을 실행하는 중간 과정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Notes

혐오와 연관된 연구들 중 증오의 감정을 강조하는 경우 ‘disgust’ 혹은 ‘hatred’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혐오표현은 주로 ‘hate speech’로 사용된다. 본 연구에서는 혐오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되 이 혐오 감정의 표출이 혐오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통일된 단어로서 혐오를 ‘hate’로 사용하기로 한다.

미세 공격(micro-aggression)은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Chester M. Pierce가 만든 말로, 흑인에 대한 언어적 차별과 모욕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다. 1973년 MIT 경제학 교수 Mary Rowe는 이 개념의 적용 대상으로 여성을 포함시켰으며, 이후 장애인이나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 전반으로 그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미세 공격의 특징은 미묘함·모호함·비의도성이다. 차별적 발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미세 공격’에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혼잣말도 포함될 수 있다. 말을 한 사람이나 들은 사람이나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은 포착하지도 못할 말들이다(위키백과, 2021. 11. 2일 접속).

서울경제, 2019. 1.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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