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정치적 구호 강요로 학생 권리 침해 말라”1)는 신문 사설과 “혐오·차별 주장하는 일베적 견해는 교실에 설 자리 없다”2) 의 기사는 현 교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실은 가치가 상충하는 정치적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치의 대립이 대화나 타협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과 가치가 더욱 확고해지고 극에 치닫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고의 극단화 현상은 비단 학교 현장에서뿐 아니라 각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좌파와 우파 간의 극단적인 갈등, 반공 이념에 대항하는 집단, 종북으로 낙인찍어 배타하는 격렬한 혐오와 적개심, 그 외 극단주의 형태나 사상들이 일반인에게 전파되는 현상 등 극우 지배층의 테두리를 넘어 전 사회로 확산하여 가고 있다(김태형, 2019).
시민성 형성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양식 문제’이고 ‘문화의 문제’(심성보, 2018: 508) 라고 간주한다면, 비단 교실에서의 작금의 상황은 교실의 고유한 산물이 아닌 우리의 삶의 양식이자 문화라고 추측할 수 있다. 교실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서로를 향한 비난은 사회에 팽배한 사고의 극단화, 특정 대상 및 지역을 향한 혐오, 전쟁에 준하는 정치적 충돌 등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 및 교실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정치적 예의’를 회복하고 ‘시민적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3)
세계시민교육은 평등, 다양성, 평화, 인권 등의 복합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국내 외 다양한 사회적 가치 충돌, 갈등, 그리고 불평등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생활공간에서 실질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동적 시민을 길러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 실천에 있어서 한계를 인정하면서4), 극단화라는 사회현상이 학교 현장에 침투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를 세계시민교육 관점에서 검토되고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출발하였다. 즉, 세계시민교육이 국내외 사회현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극단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의 비판적 사고력 증진과 평화역량 증진에 이바지하여 ‘시민적 예의’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세계시민교육과 극단화 현상을 연결 짓는 논의와 연구는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5)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의미 및 개념 탐색, 효과성 분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사회현상에 나타나는 실제적인 갈등 요소를 수업과 연결 짓는 논의와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비슷한 의견으로 Sant et al.(2018, 심성보 외, 2021: 255-257에서 재인용)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육 및 연구의 한계점은 전 지구적 차원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접근, 사회정의를 위한 실질적 교수-학습 방법의 부재,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구성하는 세계시민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 등을 들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국내에서의 세계시민교육 또한 실질적인 학생의 참여, 사회정의를 위한 구체적인 교수-학습 방법을 위한 논의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본 연구는 학교 현장에 적용 가능한 사회적 극단화 현상에 대한 수업 모듈 구성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 연구의 세계시민 수업 모듈은 학생의 구성적 관점을 넘어서 실재하는 세계(존재론적 영역)와 학생의 앎(인식론적 영역)의 경계 간 타협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즉, 교실 내에서 지식으로 다루어졌던 사회와 사회 속에서의 교실 지식과의 소통을 위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극단화 현상이 사회 심리학적으로 형성된다는 개념에 기초하여, 극단화 현상의 발생 기제를 탐구하여 이를 통한 극단화 사고를 유연화하는 전략을 수업으로 구상하여 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극단화 사고의 이론적 특성을 극단화의 개념 정의, 사회심리학에서의 집단극화이론, 감정사회학에서의 집단적 사고의 감정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극단화의 개념 정의는 ‘극단주의, 급진주의’를 포함한 종합적인 개념 정의를 시도하며, 사회심리학에서의 집단극화이론은 극단화 사고의 형성 기제 및 극단화 사고의 실천 가능 및 원인 등을 제시한다. 감정사회학에서의 집단적 사고의 감정 특성은 편향된 정보를 통한 극단화 사고의 가능성과 함께 감정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극단화 사고의 원인 요소 중 집단 감정의 형성의 이론을 고찰한다.
사전적 의미의 극단화(extremism)는 ‘모든 생각이나 행동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태도’6), ‘이데올로기나 행동의 경향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것’7)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는 생각 및 행동이 ‘지나치게’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과도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과도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극단주의 개념은 올바르게 정의할 수 없다. Neuman(2010)은 극단화 개념을 ‘한 사회의 중심 가치와 원칙에 반대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정의한다. 만약 이 개념을 적용하면 70,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과한 것, 즉, 한 사회의 중심 가치와 원칙에 반대되는 학생운동은 극단화로 치부될 수 있다.
Davies(2008, 강순원, 2014: 18-31에서 재인용)은 극단화 개념을 “다른 관점을 인정하지 않을 때, 자신의 견해를 대단히 배타적으로 고수할 때, 다를 수 있음을 용인하지 않을 때”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극단화를 ‘배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태형(2019: 30-33)에 따르면, 배타성은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구분을 통한 외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척함을 의미한다. 배타성은 합리적인 사고나 판단 없는 사고 및 태도를 뜻한다. 따라서 배타성은 필연적으로 흑백 논리로 귀결되며 ‘이항 대립적인 사고방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는 극단주의의 한 속성이다.
극단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급진주의(radicalization)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의 급진주의는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현재의 사회제도나 정치체제 관행 등을 급격하게 변혁하려는 주의’8)를 의미한다. 급진주의의 사전적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급진주의는 부정적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닌 상대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급진주의는 시대나 상황에 따라 긍정적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는 용어이다. 하지만 급진주의가 폭력 및 부적절한 행위와 결합하면 급진주의는 극단주의로 변모한다. 박보라, 장석헌(2018)에 따르면, 급진주의는 시간상으로는 현재성을 지니면서 정치·사회·문화의 구조적 변혁 접근을 취했지만, 폭력적 급진주의(극단주의)는 특정한 사고 및 이데올로기의 강요, 수용, 특정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정치·사회·문화의 지배적인 구조 변화 및 폭력을 이용한 구조의 파괴를 의미한다.
따라서 폭력과 결합한 급진주의를 극단화라고 이해하면, 극단주의의 또 다른 특성을 ‘강요’, ‘행동 이행’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극단주의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타인에게 그 믿음을 강요함과 동시에, 믿음과 이데올로기를 위한 ‘행동 이행’까지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즉 개인이 자발적으로 배타성을 가지고 특정한 사고를 한다고 해서 이를 극단주의라고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사고나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거나 이를 실제로 행동으로 이행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 극단화라고 명명할 수 있다. 위 논의를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는 극단화를 ‘배타성’, ‘강요’, ‘행동 이행’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개인보다 집단의 결정이 더욱 극단적인 경향을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Palmer & Loveland, 2008; Rodrigo & Ato, 2002). 이로 인해 집단의 의사결정은 개인의 의사결정보다 위험이동(risk shift)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Wallach, Kogan and Bem, 1962). 즉 집단은 개인의 초기 결정보다 더욱 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집단적 사고(groupthink)를 통한 집단 내 목표 달성을 위한 과도한 의견일치에 그 목적을 둔다.
집단극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발생한다. 첫째, 설득론적 주장(persuasive arguments) 해석에 따르면 모든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 내에는 다양한 관점과 생각이 존재한다. 이 중 몇몇 새로운 논점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것이 자신의 초기 논점과 비슷할 때 개인이 가졌던 기존의 논점은 확고해지고 극단화된다(Vinokur & Burnstein, 1978). 둘째,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해석에 의하면 집단에서 주제를 토론할 때 먼저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주제에 대한 느낌을 확인하려 든다(Blackhart et al., 2009). 사람들은 집단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며, 거부당할 수도 있는 어떠한 조짐이 있는지 살피면서 관계로부터 소외를 두려워한다(Gardner, Picket and Brewer, 2000). 이를 확인한 후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입장을 비슷하게 견지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는 극단화로 이끈다. 이 과정을 통해 집단 내 규범은 확고히 되고, 집단의 가치를 긍정하며, 긍정된 집단은 자신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Hogg, Hohman and Rivera, 2008).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면, 집단극화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사람들의 태도가 더욱 극단화된다(Isenberg, 1986). 집단 구성원이 비슷한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여 사회화를 이룬다.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태도와 사고,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욱 호감을 느낀다. 이러한 이유로 집단을 구성하거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할 때 집단 성향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둘째, 집단은 구성원 간 공통점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비슷한 경향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토론은 토론과정을 한 방향으로 지속하여 다른 측면의 주장들을 압도한다. 집단의 입장에 대한 열성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사람들도 극단화된 관점으로 전향하도록 이끌 수 있다(Hogg, Turner and Davidson, 1990). 이러한 정보적 측면에서의 과정과 사회적 측면에서의 과정 모두 반복된 정보와 태도에 노출됨으로써 극단화된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집단극화된 사고와 태도 등이 어떻게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것인가? 사회심리학적 입장에서 살펴보면, 집단 내에서의 몰개성화(deindividuation)는 집단극화된 사고와 태도를 최종 행동까지 이끄는 역할을 한다. 몰개성화란 ‘사람들이 익명이 될 때 행동에 대한 규범적 제약이 약화하는 것을 말한다.’(Lea, Spears and de Groot, 2001). 몰개성화는 특히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반사회적 행동으로 종종 연결되는 데 이는 몰개성화가 개인에게 부과되는 책임감을 덜 느끼게 만들고(Diener et al., 1980) 집단 규범에 대한 복종을 높이게 하므로(Postmes & Spears, 1998) 최종 행동까지 이끄는 한 요소가 된다. 주목할 점은 최종 행동을 촉발하는 것은 인지적인 측면보다는 감정적 측면에서 비롯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집단 규범에 대한 복종, 규율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 집단에 대한 소속감, 책임감의 부재 등은 감정적 측면이 더 행동을 유발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편향된 정보가 감정과 동기를 이끄는 것인가? 반대로, 편향된 감정과 동기가 극단화된 정보를 선택하도록 이끄는 것인가? 이 질문은 감정과 이성 간의 전통적 대립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지각 있는 사람들은 감정을 거부하고, 부적절한 분석 범주로 간주하게 한다(Barbalet, 2001). 집단극단화 이론에서도 편향적인 정보에 대한 이성적인 반응을 강조한다. 김태형(2019)에 따르면, 여성 혐오자들은 여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또는 여성에 대한 편향된 정보만을 주로 접했기 때문에 여성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여성 혐오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정보가 아닌 기존에 구성된 감정임을 지적한다. 이와 비슷하게 Davies(2008, 강순원, 2014 에서 재인용) 또한 편견을 감소시키는 데는 외집단에 대한 지식의 증가보다는 분노의 감소, 즉 감정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제시한다.
특히 감정이 강하게 연관된 주제는 집단이나 개인에게 중대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대한 문제일수록 새로운 정보가 유입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그 사안에 대한 감정과 동기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즉 중대한 문제일수록 정보의 영향보다는 감정과 동기의 영향력이 더 중대하다(김태형, 2019). 그렇다면, 기존에 형성된 감정과 동기는 집단극화로 인해 극화되는가? Sunstein(2009, 이정인, 2011에서 재인용)에 따르면 집단이 모여서 토론을 하면 기존의 생각이나 신념만이 아니라 감정, 성향, 신념 또한 극단화된다고 제시한다. 이렇게 강화된 감정, 성향, 신념은 집단을 극단화로 이끈다.
Barbalet(2001)에 따르면 감정은 사회적 관계 내에서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관계의 어떤 부분이 감정인지를 논하였다. Barbalet (2001)은 사회관계에서 감정을 이루는 부분은 사회 주체 간 변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관계 자체를 변용시키는 부분이 바로 감정을 이루는 부분이라 제시하였다. 즉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관계 주체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관계 자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논의를 집단에서의 감정에 대입해 보면, 집단은 내집단의 동질성을 높이려는 성향이 있으므로 내집단 내에 존재하는 감정은 전체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변하게 되며, 집단 내 구성원 간에 느끼는 감정은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며 외집단의 경우 부정적 감정이 우세할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1]).
집단 내 서로 다른 역할을 줬을 때의 감정은 동일하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감정적 분위기(emotional climate)’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Barbalet, 2001: 158). 감정적 분위기는 집단 내 구성원들이 동일한 감정을 경험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집단 내 역할에 따라 다른 위치와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개인이 느낀 감정 경험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 개인들이 집단 내에 들어오면, 개인이 느낀 감정이 집단 내 관계 속에 포섭됨으로써 집단의 자격으로서 집단감정에 기여한다. 그러한 감정이 집단의 감정 형성 및 분위기를 구성할 것이다. 즉 집단 내 개인감정의 다양성은 집단 내에서의 관계를 통해 감정적 분위기로 구성되며, 이는 다시 집단 구성원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그림 2]).
종합하면 집단 구성원 각자의 감정은 집단 내 관계 형성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며, 이 감정이 다시 집단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집단극단화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환류의 과정은 감정의 극단화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집단 내 감정은 각 구성원 간의 감정과 같지는 않지만, 감정적 분위기 형성을 통해 각자의 감정이 집단의 감정을 구성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감정과 집단의 감정을 점층적으로 동화시켜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Ⅱ. UNESCO 세계시민교육 특성 및 수업 모듈 형성
세계시민교육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학습자, 지역-국가-세계의 상호연결성, 문제해결과 과정, 참여 중심의 교육과정 등 통해 정의롭고, 평화롭고,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사회를 위한 역량을 키우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5: 38).
이를 위해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핵심 개념영역을 <표 1>과 같이 제시하였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5: 16). 핵심 개념영역은 인지적 영역, 사회·정서적 영역 및 행동적 영역을 포함한다. 인지적 영역은 사회나 국제사회 이슈에 관한 상호연계성·상호의존성 등 지식, 이해, 비판적 사고를 습득하며, 사회·정서적 영역은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연대, 공감, 책임 등 보다 동기와 감정 영역에 포함된다. 행동적 영역은 인지 및 사회·정서적 영역의 함양을 통한 책임감 있는 행동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 개념영역은 학습자들이 ‘지식정보와 비판적 문해력을 갖춘(informed and critically literate) 학습자’, ‘풍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socially connected and respectful of diversity) 학습자’,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고 참여하는(ethnically responsible and engaged)학습자’ 특성 및 자질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학습자는 시민사회의 기본 특성으로 제시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5: 26).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학습자 특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틀로서, 다음과 같은 9개의 학습주제를 제시한다. 학습주제는 크게 지역·국가·세계의 체계 및 구조에 따른 공동체에 대한 상호작용과 연계 등 시스템에 관한 주제가 한 영역이다. 이는 권력 구조 및 그 배후에 있는 암묵적 가정(underlying assumptions)를 인식할 수 있는 학습자를 위한 비판적 문해력 형성을 위한 주제에 그 초점이 있다. Bartlett(2008, 유성상, 2017: 66에서 재인용)에 따르면, 문해의 개념을 이데올로기적인 모델(ideological model of literacy)로 봄으로써 문해를 단순한 개인 및 기술적 차원이 아닌 그 사회의 문화, 정치 등의 권력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제시하면서 문해가 다양한 사회에 따라 달리 정의되며, 문해의 개념이 학습자가 처한 세상에 대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대상으로 개념 정의하고 있다. 이 견지에 따르면 유네스코의 학습주제에서 제시한 ‘비판적 문해력’은 Bartlett의 입장과 유사하다.
그 외 학습주제는 다양한 정체성 형성, 차이에 대한 존중, 공동체 간의 상호연계 방식,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는 행동을 바탕으로 한 실천 등이 제시된다.
극단화 사고 전환 수업 모듈은 세계시민교육의 틀 내에서 개발된다. 특히 학습자가 능동적 주체가 되어 지역, 국가 및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민주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지식에만 국한하지 않고 실생활 연계 문제들에 대한 의식을 키우는 것으로 영역을 확대하였다. 학습자는 교실 내의 활동에서 사회적 현상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간·직접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학습 환경과 과정의 한 부분보다 더욱 광범위한 차원에서 공동체를 바라보고, 참여시키며, 교육의 적합성을 높이는 과정이다(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 2015).
극단화 사고 전환 수업 모듈은 사회문제에 대한 지식적 이해와 더불어 실제 갈등 상황의 간접적 경험을 통하여 사고의 다양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이는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모듈이다.
세계시민교육 틀 내에서 극단화 사고 전환 수업 모듈을 구성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위원회(2015)에서 제시된 학습주제 및 학습 목표 매트릭스를 확인한다. 그중 본 수업 모듈과 연계 가능한 학습주제 및 학습 목표를 비교·분석하며 그 위상적 위치를 확인한다.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주제에 따른 학습 목표와 본 수업 모듈에 적용된 학습 목표(괄호 안 제시)를 나타냈다. 본 수업 모듈에서는 관련 주제에 대한 폭넓은 적용 및 해당 학생 나이에 따른 재구성이 가능하다. 특히, 유네스코 학습주제 중 사회 구조적 체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주제 1), 개인적 상호작용에 따른 극단화 현상이 미치는 영향(주제 3, 4, 5), 차이와 다양성에 따른 유연화 과정(주제 6), 윤리적으로 파악하고 행동하는(주제 8, 9) 것을 종합적으로 접근한다.
세계시민교육의 특성을 반영한 극단화 사고 전환 수업 모듈은 교실, 지역 차원(로컬)을 넘어 시민사회 및 글로벌 차원에서 영역을 확장한다.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가지는 의무와 권리, 건강한 시민사회 건설을 위한 책무성을 기반으로 세계시민성 함양을 지향한다. [그림 3]은 세계시민으로서 극단화 사고 전환을 위한 수업 모듈 모형을 제시한다.
극단화 사고 전환 수업 모듈 모형은 <표 3>에 근거하여 구성되며, 세계시민 학습주제에 따른 9개 주제의 핵심 내용을 구성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제1의 ‘거버넌스 구조’는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를 의미한다. 본 모듈은 최종의사결정을 위한 가치 갈등, 의사 충돌 등을 상정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가 핵심 내용으로 작용한다. 주제2의 ‘세계화·국내 외국인’은 국제화 시대의 세계화 현상, 국내 외국인 증대에 따른 사회 구성 변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주제3의 ‘혐오 기제’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인종·국가별 혐오 기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10) 주제 4~7은 ‘연대 의식, 차이·다양성 존중, 극단화 극복’을 핵심 내용으로 상정하고 주제 1~3에서 발생한 극단화된 사고 및 혐오 기제의 유연화·전환·극복을 중심으로 구조화한다. 주제 8~9는 ‘사회정의 구현 및 실현 방법 탐구’로서 실천에 그 중심을 둔다.
이렇게 추출된 핵심 내용은 수업 구성의 핵심 개념으로 발전한다. 주제 1~3은 ‘극단화 사고’, 주제 4~7은 ‘사고 전환’, 주제 8~9는 ‘극복 및 실천’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수립된 수업 전략은‘극단화 사고’의 경우, 집단극화이론을 중심으로 사회심리학, 감정사회학적 방법을 통원한 집단형성 방법, 사고단계수직선을 통해 구체화한다. ‘사고 유연화’의 경우, 극단화된 사고를 전환 및 유연화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 카드를 통한 역할심리극 등으로 구성된다. ‘극복 및 실천’ 단계는 사고 전환에 따른 정책 결정 및 실천을 주목적으로 하며 사고단계수직선 비교 및 최종 정책을 공유하되, 사회정의가 실현될 방안을 탐색한다.
Ⅲ. 극단화 사고 전환 수업 모듈의 실제
본 연구에서는 교과 연계 및 비교과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듈 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본 연구에서는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실생활 및 사회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습자를 양성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되었던 사안인 코로나-19 상황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극단화 현상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태도를 갖추게 하는 그 중점을 둔다.
본 연구에서 설정한 주제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극단화 현상의 문제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치환하여 사회·문화적 특성에 대한 관점 형성을 사회와 학교, 학교와 사회의 순환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설계되었다. 학생 수준 및 단계에 따라 사회문제 및 주제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으며, 지역적 맥락에서부터 사회적·국가적·세계적 맥락으로 확대할 수 있기도 하다.11)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코로나-19에서의 외국인 대상 마스크 지급’ 학습주제를 설정하였고, 이에 대한 극단화 현상 발생을 경험하고 극단화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극단화 사고의 위험성, 다양한 가치의 인정, 포용성 등 가치가 내면화되도록 구성하였다. 본 모듈은 사회 가치 갈등 상황에서 폭넓게 적용 가능하며, 전 연령층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업 모듈의 보편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되었다.
본 연구의 학습 목표는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배분에 관한 입장을 위한 지식적 습득(인지적 영역), 토론을 통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본인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의사전달 하기(사회·정의적 영역), 배려와 실천을 위한 최종결정(실천적 영역)이다. 이를 위한, 핵심역량으로 보편적 핵심 가치에 대한 이해와 존중, 비판적, 창의적, 혁신적 사고,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에 필요한 인지적 역량, 적극적인 참여 및 행동 역량을 본 모듈의 역량으로 설정하였다. 관련 교과로는 국어, 사회 및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수업 모듈 흐름은 그림[4]와 같다. 첫째, 수업을 위한 실제 사회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을 제시한다. 본 모듈에서는 코로나-19 마스크 공급부족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마스크를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 갈등 상황(뉴스 및 신문 기사)을 제시한다. 이후, 입장에 따라 극단화 현상을 유도한 후 결과적으로는 사고의 유연성 과정을 통해 극단화 현상을 탈피하는 과정을 학생들이 경험하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극단화 현상 및 사고의 유연성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최종결정을 내리는 전개이다.
상황제시에 사용된 수업 전략은 K.W.L차트 사용이다([그림 5]). ‘K(know) : 이미 알고 있는 것’, ‘W(Want to know) : 더 알고 싶은 것’, ‘L(Learned) :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차트를 통한 뉴스 및 신문 기사를 통해 인지적, 사전적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을 제시한다. 이는 관련 사회현상에 대한 사태 파악 및 관련 단어, 정보 습득을 통한 사후 토론과정에서 정보 및 지식 획득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기본 K.W.L 외에 ‘A(Affect): 감정’을 추가하여, 활동에서 발생하는 감정 및 사후 수업을 통해 겪는 감정을 나타내도록 한다.
극단화 현상을 발생시키고 사고를 유연화하는 과정은 이 수업 모듈의 핵심 과정이다. 먼저, 극단화 현상을 재현하는 수업 전략은 Keating et al.(2016) 및 Abelson et al.(1982)의 연구 전략을 차용하였다. Keating et al.(2016)에 따르면, 극단화 현상은 같은 생각하는 집단끼리 토론할 때, 극단화 현상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주목하며, 특히 열성 지지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극단화 현상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본 연구는 찬, 반 주장에 따라 집단을 분류하고 각 집단에 열성 지지자를 선정한 후 다소 경쟁적인 분위기 조성 및 같은 생각의 학생 수를 증가함에 따라 극단화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성한다. [그림 6]에서의 ‘◌’ 및 ‘◍’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는 학생을 의미하며, ‘◉’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을 의미한다. 1차 토론에서는 같은 생각을 지닌 학생 중 2명씩 모여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은 동일 생각에 대한 강화 전략이다. 2차 토론은 최소단위인 집단과의 통합과정이다. 즉, 최소 집단 내 2명의 학생이 있다면, 다른 최소 집단과의 의견 교환과정을 의미한다. 비슷한 생각하는 학생들이 증가할수록 자신의 견해 및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학생 수 및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확대 진행한다. 여기에서 중립인 학생은 각 집단의 의견을 자유롭게 청취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설정한다. 또한, 중립에서 찬성 또는 반대로 입장이 정해지면 그 집단에 참여할 수 있다. ‘⟷, ⮔’은 학생 간, ‘⭾’은 집단 간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여기에서의 상호작용은 정보의 상호작용 및 감정의 상호작용 또한 포함한다. 상호작용을 통해 동질 집단에서의 상호작용은 강화 효과를 기대하며, 집단 간 상호작용은 대상 집단에 따라 강화, 또는 부정 효과를 낳을 수 있다.
1차, 2차 및 3차 토론을 점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극단적인 태도를 직접적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극단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극단적인 태도는 지식적 차원을 넘어 동기 및 감정적 차원, 그리고 감정적 분위기 등에 따라 형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 Abelson et al.(1982) 연구 방법론을 차용한다. 지식적인 작용보다는 감정적 작용에 대한 척도를 수업에 수정 적용함에 따라 극단적 태도와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태도를 함께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최초의 입장에 대한 수직선 척도 및 감정 체크를 활용하여, 토론이 진행됨에 따라 수직선의 변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수시로 확인한 후, 자신이 태도가 극단화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감정 또한 극단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는 감정과 극단적 태도가 상관이 있다는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사고의 유연화 전략은 다양한 역할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드라마 기법을 적용한다. 드라마를 통한 세계시민교육 전략에 관한 연구에서와 같이 드라마는 다양한 가치와 사고, 입장을 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다(McNaughton, 2010; Blanks, 2013). 본 수업 모듈에서는 드라마 및 역할극의 개념을 도입하며, 이를 간소화하기 위한 역할 카드 등을 제시한다. 역할 카드12)는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되, 사회의 다양한 계층, 인종,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제시한다. 역할 카드는 극단화 현상을 연출한 후, 유연화 과정에서 다양한 입장 편에 서서 그 견해를 대변함으로써 기존의 극단화된 입장 및 가치관을 유연화시킬 수 있다. 또한, 최초 학생들이 마스크 공급에 있어서 역할을 다양하게 선정하지 못할 때, 제공된 역할 카드의 인물에 따라 입장을 선정할 수 있다. 이는 초기의 집단화된 사고, 즉, 다른 사람의 눈치 및 입장에 따라 선택함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유연화 과정은 2~3차례 진행되면서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역할극을 진행한다. 새로운 역할 카드를 부여받을 때마다 새로운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다채로운 역할을 경험한다.
사고의 극단화에서 다시 유연화된 사고 실험을 경험한 학생들은 마스크 정책 최종결정을 위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유연화의 정도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지만, 이 수업 모듈에서 의도하는 바는 학생들이 극단화 사고를 경험하고 다시 이를 유연화하는 과정을 통한 사고의 확장이다.
Ⅳ. 결 론
받아들이지 않으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옆에 두고 상소를 올린다는 지부상소(持斧上疏)의 지조와 절개 정신이 요구될 때가 있다. 하지만 타협과 소통 없이 오직 정당한 의견은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확장된 논의로의 시도를 차단하는 것과 같다. 이성적 차원의 타협과 소통은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맞닿아 있다. 이는 반이성주의에 맞선 자율적 해방사회의 구현이며, 사회비판의 도구이자, 특정 계층의 관점과 체제를 벗어날 수 있는 비판의 준거점을 마련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더욱이 의사소통 행위 속에서는 자신의 주장과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비판 또는 인정의 행위가 발생함에 있어, 타자를 나와 동등한 위치로 간주 또는 존중하는 ‘상호 인정’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문성훈, 2006).
학교 현장은 그 사회의 축소판일 수 있다. 가치 충돌과 상호 반목, 동일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 강화 또는 반대 집단 및 소수의 배척 등은 비단 사회의 문제만이 아닌 학생들이 성장하고 배움의 장소인 교실에서의 풍경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인정’은 교과 지식 속에서만 머무는 고대 라틴어와 같은 사어(死語)로 전락한 것처럼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은 교실을 넘어 사회의 민주주의 결핍을 인식한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 공동체와 민주주의, 인권과 정의를 위한 세계시민적 정체성 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 속의 교육에 대한 지식(교육을 위한 사회학)’을 넘어 ‘교육을 통해 사회에 관한 지식을 생산(교육의 사회학)’해야 할 것이다(심성보, 2021: 26). 이러한 배경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사회현상에서의 극단화 사고 현상을 교실 현장으로 소환하여 극단화된 사고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유연화할 수 있는 수업 모듈을 설계하였다. 이를 통해 극단화된 사고의 위험성 및 상대에 대한 인정의 체험을 통해 민주시민 및 세계시민성 함양을 도모할 것이다. 본 수업 모듈은 교육을 통해 사회에 관한 지식을 형성하는 ‘강한 사회학’의 한 형태 및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수업 모듈에서는 사회현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극단화 현상을 포착하여 교실 내 극단화 현상으로 차원 축소하되, 극단화된 사고의 유연화 경험을 통해 사회현상으로의 확대 발전하는 순환적인 과정으로 설계되었다. 수업 모듈의 설계과정은 세계시민 9개의 학습주제로부터 거버넌스 구조, 세계화 및 국내 외국인, 혐오 기제, 연대 의식, 차이 및 다양성, 극단화 극복, 사회정의 구현, 실현 방법 탐구로 구성된 8개의 핵심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8개의 핵심 내용으로부터 수업 모듈의 핵심 개념(극단화 사고, 사고 전환, 극복 및 실천)이 추출되었으며, 이를 위한 수업 전략은 사회심리학에서의 집단극화이론, 감정사회학에서의 감정적 분위기 등이 고안되었으며, 수업 전략은 사고 및 감정 단계 수직선, 역할심리극 방법을 적용하였다.
본 수업 모듈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그간 연구 개발된 세계시민교육 자료에서는 기대되는 세계시민성과 수업 내용 및 형태의 괴리가 존재하였다. 즉, 방대한 세계시민성 담론 속에 존재하는 수업의 형태는 사회 및 개인 주체와 결여된 형태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성 담론 및 사회, 개인 주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는 것과 행위 사이에의 논리적 간격을 줄이도록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사회·문화 간의 복잡계 내에서의 상호의존성 및 인정 관계를 인식하고 사회 및 개인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비판적 실재론적인 지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둘째, 학생 스스로 인지하는 ‘막연한’ 세계시민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본 수업 모듈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사회현상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지식적 차원을 넘어서서 공간적 의미에서의 사회가 아닌 의미론적으로서의 사회를 교실 속에 구성함으로써 극단화된 사고를 실제로 경험하고 극단화된 사고와 현상의 실재성(reality)을 마주하게 된다. 비록, 본 수업 모듈에서는 실험 형태의 성격을 지니지만, 사회 구조로서의 사회적 실천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 및 체계의 형태는 존속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교실 속에서 사회 구조 및 특성을 지식으로서가 아닌 의미로서, 또는 맥락으로서 파악할 수 있다. 즉, 지식으로서 존재하는 세계시민성이 실재가 됨으로써 ‘실질적인’ 세계시민성을 체득할 것이다.
셋째, ‘실질적인’ 세계시민성의 체득은 실천(practice)으로 이어진다. 실천의 어원인 프락시스(praxis)가 이론을 실제화하려는 이론적 실천을 의미하는 바와 같이, 본 수업 모듈에서 체득된 세계시민성은 확대되어 학생들의 실천적 규범을 제공하고, 실제 상황 속에서 적용 가능한 지식 및 이론으로 작동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비판적·반성적 태도가 견지될 것이다.
사회현상이 학교 현장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체성으로 연결된다면 사회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 교육과정 내 지식과 이론을 통한 사회적 실천이 세계시민사회 구축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를 교실 속으로, 그리고 교실을 사회 속으로 순환하는 과정을 설계한 본 수업 모듈은 적실성을 지닌다. 본 수업 모듈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적용할 수 있기에 교실 내에서 뿐 아니라 지역사회 및 평생교육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본 수업 모듈을 활용한 수업 결과 및 실질적 수업의 효과, 학생의 인식 변화 및 세계시민성 지속성에 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해 보이며 교육을 통해 사회를 고찰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모듈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