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Article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이후 적대적 종파공동체 간의 관계(Community Relations) 조성을 위한 평화교육 전달과정 연구*

강순원**
Soon-Won Kang**
**한신대학교 심리아동학부 교수, kangsw@hs.ac.kr
**Hanshin University

© Copyright 2020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Nov 13, 2020; Revised: Dec 05, 2020; Accepted: Dec 07, 2020

Published Online: Dec 31, 2020

요약

본 연구는 북아일랜드 종파공동체 간 갈등이 폭력적 사태로 치솟았던 분쟁기에 형성된 전쟁(폭력) 부재 지향의 평화교육이 평화협정 이후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주목하면서, 종파공동체 간 우호적 관계 수립을 평화교육의 목표로 설정하면서 추진된 CR 평화와 화해 프로그램 전달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분단사회 갈등하는 주체 간의 평화적 관계설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북아일랜드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한 교육관련 프로그램으로 CRED, PEACE IV, T:BUC, Fresh Start, Shared Education 등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긍정적인 성과지표를 보였다. 그럼에도 평화교육 전달과정에서 동시다발적 재정지원 및 관련 사업의 중복성, 프로그램 목표의 추상성 및 프로그램 초점대상의 혼선 등으로 인해 실행주체들의 열의와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북아일랜드 CR평화·화해교육이 분쟁기에 형성되었던 소극적 평화에서 갈등 후 사회에서의 적극적 평화로 순연되도록 분단사회 평화교육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결합되는 상호인정에 기반한 포용모델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Abstract

This paper put an emphasis on the critical review of community relations programs so called education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in Northern Ireland, moving now from the negative peace(absence of violence during the troubles) to the positive peace after the Belfast Agreement. As a common vision of shared society through making community relations historically fixed in antagonism better ones, many CR programs have been incubated by EU, UK government and Irish government and USA fund named such as CRED, PEACE IV, T:BUC, Fresh Start and Shared Education. These programs focusing on children and young people have resulted in positive outcome indicators. Based on the qualitative research on the peace advocators involved in CR programs, it is criticized that the delivery processes of implementing peace education in two communities are duplicated of fund allocation on the similar CR things, abstract goal of CR locality in a mess confusion of target group, resulting in a lack of sustainability of peace education due to the inconsistency of CR policy in the local as well as regional and global level. It is concluded that CR peace policy in the divided NI society needs to be an inclusive model with all parties involved on the common ground of mutual recognition beyond NI particularistic approach toward the universality in the all forms of division and the transition from negative peace to the positive peace.

Keywords: 북아일랜드 평화와 화해; 상호인정; 종파공동체 간 관계; 분단사회; 평화교육
Keywords: Peace and reconciliation in Northern Ireland; mutual recognition; Community relations; peace education in the divided society

I. 머리글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곳이 북아일랜드이다. 아일랜드 섬의 북단(North of Ireland) 영국의 땅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지독립운동의 결과가 아일랜드 섬 전체의 완전 해방이냐 아니면 북부 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남겨둔 채 해방이냐를 둘러싼 내전을 겪고도 결국 1923년 이래 지금까지 남북으로 분단이 고착된 영국의 땅이다. 이후 양 종파공동체 간의 폭력적 충돌로 극심한 역사적 곤란을 당했으나 1994년 휴전협정에 이어 1998년 평화협정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갈등 후 사회(post-conflict society)로 진입하였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2016년 브렉시트 선언으로 유럽연합의 조정 틀 안에서 보장되었던 북아일랜드 평화지위가 위협받게 되면서 이전의 종파분리주의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 상당히 커졌다. 2018년 7월에 이어 2019년 1월 데리(London)Derry의 폭동이 보여주듯이, 양 종파 진영 간의 극단적인 무차별 테러가 재기되는 우려가 이는 가운데 시민들은 폭력이 아닌 균형적 평화가 유지되기를 희망하며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서 정치적 문제해결이 이루어지길 열망하는 분위기이다(McGovern & Doyle, 2020).

북아일랜드 분쟁기(The Troubles)로 통칭되는 1968—1998년 물적, 인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는 극심하여 사회적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파멸의 길을 원치 않는 시민들의 평화와 화해에 대한 갈구가 결국 1998년 ‘성금요일 벨파스트 협정(GFA, Good Friday Agreement/ Belfast Agreement)’을 낳았다. 이에 따라 평화체제 안착을 위해 영국정부의 직접통치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북아일랜드 정부가 공적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부의 수뇌로서 북아일랜드 미래를 직접 지휘하게 되었고, 아일랜드도 영토적 규정이 아닌 민족개념으로 아일랜드를 정의하게 되었다(구갑우, 2013: 윤철기, 2019). 평화협정에 규정된 인권위원회, 평등위원회, 경찰위원회, 희생자위원회는 북아일랜드 분쟁의 진상규명과 함께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회적 회복이 시민 참여 하에서 정의롭게 이루어지도록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화할 것을 약속했고, 영국과 아일랜드정부뿐만 아니라 유럽연합과 미국도 북아일랜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강순원, 2003: 김남국, 2018: 원태준, 2018). 무엇보다 그동안 가톨릭 민족주의 진영과 개신교 연방주의진영 사이의 분리주의적 대결로 인해 얼룩졌던 폭력을 종식하고 양 종파 및 사회적 소수집단 사이의 비차별적 기회균등(equality of opportunity) 원칙에 입각하여 평화를 구축한다(peace-building)는 적극적 평화론이 ‘북아일랜드 법률’ 75조에 다음과 같이 분명히 명시되었다.

75조 (공공부문의 성문법적 의무)

(1) 모든 공공 기관은 기회균등을 촉진시킨다는 필요성에 관한 의무를 지닌다 :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인종집단, 연령, 결혼 유무 또는 성적 지향성: 남성 혹은 여성: 장애 혹은 비장애 : 부양가족 유무 등과 무관하게 기회균등을 보장한다.

(2) 공공기관에서는 상이한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혹은 인종 집단의 사람들 사이에서 바람직한 관계(good relations)를 장려하도록 편견 없이 집행한다.

이후 ‘북아일랜드 법률’ 75조는 차별금지법의 성격을 지닌 성문법적 근거로서 모든 정부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적극적 평화와 화해교육 정책에 반영되어 특히 갈등하는 두 공동체인 가톨릭과 개신교 종파 간의 관계(community relations, CR) 개선에 초점이 모아졌다. 물론 분쟁기에서도 종파공동체 간 접촉을 확대하여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상호이해교육(Education for Mutual Understanding, EMU) 정책이 시도되었고(Richardson, 2019) 학부모들도 특정 종파의 아이들만 따로 다니는 종파분리주의 학교가 아닌 ‘모든 어린이들이 다함께(All Children Together, ACT)’ 교육받는 학교를 주장하며 통합교육운동을 전개하였다(Smith, 2001; 강순원, 2016).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의 상징인 통합교육과 상호이해교육은 1998년 평화협정에 사회통합을 위한 교육개혁의 중심방향으로 설정되었다(Duffy, 2000: Richardson, 2019).

오늘날 북아일랜드에서의 평화는 과거 두 종파 간의 폭력적 대치를 종식하고 비폭력적 평화관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경향이 있기에 두 종파공동체 간의 긍정적 관계 형성은 평화교육의 핵심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Dunn & Morgan, 1999: DENI, 2011: Skarlato et al., 2015). 여기서 양대 종파 기반의 지역사회 혹은 공동체(community) 간 관계가 협력(collaboration) 수준이냐 아니면 완전 통합(full integration)을 목적으로 하느냐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Mcaleavy et al., 2009). 그럼에도 북아일랜드 정부정책은 어떤 형식이든 지역사회 공동체 간 접촉을 늘려 긍정적 관계(good relations)를 장려하여 편견을 해소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룬다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Knox & McCrory, 2018).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1998년 평화협정 이후 추진된 평화적 종파공동체 간 관계개선을 위한 교육관련 정책으로 EU기금이 중심이 된 PEACE IV(1,2,3이후의 현 단계), 북아일랜드 총리실이 전개하는 T:BUC 그리고 교육부가 주관하는 CRED, 외부기금에 의한 북아일랜드 정부 프로그램(PfG)인 Fresh Start 및 Shared education 등을 비교하면서 북아일랜드의 평화와 화해교육 전달과정이 소극적 평화를 넘어서 적극적 평화 안착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평화교육정책 관련 북아일랜드 정부문서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2020년 1월 6일부터 18일까지 북아일랜드 현지조사를 통해 이루어진 질적 연구 결과이다. 모든 인터뷰는 평화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실시되었다. 이들은 실명공개에 동의하였다. 이 때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표 1>과 같다.

표 1. 북아일랜드 평화교육 관련 면담자들
이름 (서구식 첫 이름) CR 관련활동 소속기관과 담당위치
Cliodhna Northern Ireland Council of Integrated Education(NICIE), 통합교육 선임국장
Jayne Education Authority(EA), CR담당국장
Danielle Queen’s University Belfast(QUB), CR관련연구원,
Alan UNESCO Center, University of Ulster(UU) 소장.
Helen Derry, St. Columb’s Park House CEO
Alison Department of Education(DENI), CR 정책사업 담당국장
Tony QUB (전)부총장. 공유교육 총괄 교수.
Lorna (전)EA CR담당국장, 현재 민간법인 Thinking Schools 이사
Steven Global Education Center CEO. CR관련 시민교육 진행.
David Corrymeela출신 평화활동가로 현재 Community Relations In Schools(CRIS) CEO.
Mattew Youth worker(청소년지도사). 현재 UNESCO Center CR관련 활동 연구자 겸 활동가
Una CR관련 시민교육연수 담당. UNESCO Center 소속
Patrick 중국계 이주민으로 Northern Ireland Council for Racial Equality(NICRE)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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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북아일랜드 평화구축을 위한 CR 프로그램의 전개과정

대부분의 분단사회가 그러하듯이, 북아일랜드에서는 동질적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이론에 기초하여 분단 후 적대적인 종파공동체 간 상호이해를 촉진하는 교육에 우선순위가 주어져 있고, 한반도에서도 민족동질성 이론에 기초하여 평화적 통일교육이 강조되어 왔다(강순원, 2019). 하지만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이후의 단계에서는 문화적 동질성보다는 다양성과 평등, 포용 그리고 주변 관련국들과의 우호적 관계 수립이 북아일랜드 평화구축의 기반이라는 적극적 평화론으로 전환되었고, 한반도 역시 한민족동질성에 근거한 통일이 아닌 변화된 한반도 평화구축 맥락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 수립, 보편적 가치인 평화, 인권, 다양성 및 남북 간의 상호동의, 화해와 협력 등에 기반한 탈분단 평화과정이 강조되었다(구갑우, 2012: 황수환, 2017: 이기범, 2019: 이슬기, 2019: Kim, 2018).

분단사회 평화교육 전형으로 간주되는 북아일랜드 평화교육 이론으로는 대결적 지역사회(공동체) 간 접촉을 확대하여 편견과 적대감을 해소하여 공존역량을 기르자는 접촉이론(Contact theory)(Hughes & Loader, 2015: Loader & Hughes, 2017)과 다양한 집단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평하게 참여하여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평화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어가자는 포용교육(inclusive education)이론 (Wylie, 2004: Abbott, 2010: Smith, 2014), 그리고 가톨릭과 개신교라는 양대 종파뿐만 아니라 이후 확대된 다양한 민족/인종 기반의 지역공동체집단 간의 비차별적 공존 및 상호이해의 근거인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McGlynn, 2009) 등이 있다. 세 이론 모두 두 종파공동체 간의 폭력적 대립 해소를 위한 접촉의 확대는 전제하면서도, 분단된 두 종파 간의 통합 정도나 사회적 모순의 해결방향을 둘러싸고는 종파적 견해를 달리한다(Eaton et al., 2016).

북아일랜드에서의 학교는 종파분리주의 사회의 정확한 모사품이다(Smith, 2001). 가톨릭 아이들은 가톨릭 학교에서 개신교 적대적 태도와 행동을 내면화하게 되고, 개신교 아이들은 개신교 학교에서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을 내면화하여 무조건적 적대감을 가톨릭을 향해 키우게 된다. 결국 종파분리주의 사회에서의 폭력은 그대로 종파분리주의 학교를 매개로 반복된다. 이렇게 적대적으로 사회화된 아이들은 종파분리주의(sectarian) 학교에서 심리적, 문화(종교)적, 사회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피차가 격리되는(segregated) 종파공동체 생활로 내몰린다. 이러한 환경에서 폭력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은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종파 기반의 지역공동체 간 접촉의 필요성이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했고 이는 종파분리주의를 넘어서자는 교육개혁운동으로 발전되었다(Smith, 2001: McGlynn, 2009). 종파공동체 간 관계(CR)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세 가지로 대별된다(Gallagher, 2005). 첫째는 현상유지를 하면서도 자파 진영 내에 타 진영의 일부를 받아들이자는 혼합학교(mixed schools), 둘째는 각 진영별로 학교는 그대로 종파분리주의적 틀 내에서 유지하면서도 일부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교류시키는 이른바 공유 및 상호이해교육(shared or mutual understanding education)을 지향하는 학교, 그리고 북아일랜드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인 종파분리주의뿐만 아니라 엘리트주의, 성차별주의를 해소하기 위하여 하나의 학교에서 양 종파의 학생들을 50:50으로 받아 함께 통합하여 교육을 받게 하자는 통합교육(integrated education)이다. 이러한 학교제도의 형식적 변용을 가능하게 하는 북아일랜드 종파공동체 간 관계 교육(community relations, cross-community through education)은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정책입안으로 발전하였다(Knox & McCrory, 2018).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 196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북아일랜드 분쟁기의 폭력은 민간인의 극심한 피해로 이어졌고, 이는 아이들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했던 요인이었으며 종파 기반의 지역공동체 존속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죽고 학교가 폐교되는 1970년대, 지역 학부모들이 움직였고 이에 시민사회와 학자들도 가세하면서 교육부 교육과정에 종파공동체 간 접촉과 통합이 중요한 방향으로 설정되기에 이르렀다(Richardson, 2019). 이러한 상향적 평화교육운동의 결실이 1998년 평화협정에 반영되었다고 자평하였지만, 이후 북아일랜드 교육정책의 전제는 교육이 정치적 혼선으로 이어지지 않게 기존의 종파분리주의교육 근간을 흔들지 않는 수준에서 접촉을 허용하자는 것이었다(Byrne, 2001: Ginty et al., 2007: Duffy & Gallagher, 2016).

표 2. 분쟁기(1968-98) 사망자 수
Status No
Civilians (inc. Civilian political activists) 1841
British security force personel (serving and former members) 1114
 British Army (inc. UDR, RIR and TA 757
 Royal Ulster Constabulary 319
 Northern lreland Prison Service 26
 English police forces 6
 Royal Air Force 4
 Royal Navy 2
Irish security force personnel 11
 Garda Síochána 9
 Irish Army 1
 Irish Prison Service 1
Members of Republican paramilitaries 396
Members of Loyalist paramilitaries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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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적 요구에 순응하여 접촉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교육부가 주도한 첫 번째 정책이 1983년 코리밀라와 FOCUS 등 교육관련 시민사회가 제안한 상호이해교육(Education for Mutual Understanding, EMU)이었다. 이 용어는 1970년대 냉전적 질서로 인해 야기된 폭력적 국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특히 남반구국가들이 찬성한 의제였던 유네스코의 국제이해교육에서 영향 받은 표현이라고 한다(Richardson, 2019). 북아일랜드의 특수성이 담긴 용어가 평화적 보편가치의 상징인 유네스코 의제와 결합되었다고 간주된 EMU는 1989년 제정된 ‘북아일랜드 교육개혁조례(Northern Ireland Education Reform Order)’에 따라 6개의 범교과 주제의 하나로 1992년 공식적으로 수용되었다. ‘수용, 공평, 상호 존중’의 정신 속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학습‘인 EMU는 지역교육청에 EMU장학사를 두고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뤄지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북아일랜드 정부의 평화교육과정 개혁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은 EMU는 EMU-CH(Cultural Heritage)로 확대·결합되어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CCEA, 1997).

  • - 자기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관계를 구축한다

  • - 갈등을 이해하고 갈등에 창의적으로 반응한다.

  • - 상호의존성을 인식한다.

  • -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한다.

이것은 학교공동체 관계 프로그램(Schools Community Relations Programme, SCRP)으로 보다 명료해졌고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지역사회에서 화해와 상호이해를 장려하는 일을 높게 평가하며, 그러한 화해를 추구하는 활동에 대한 재정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여야 한다. 화해과정의 본질적인 일면은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관용의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며 특히 통합교육과 혼합주거를 장려하고 촉진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성문화된 틀로 규정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화협정 이후 상황은 변화되었다. 2005년 ‘공유된 미래(A Shared Future)’ 프로젝트에 의해 학생들은 다원화되고 상호문화적인 세계에서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북아일랜드 행정부 정책이 세워지면서 지역사회 간 상호이해를 증진하자는 교육부의 EMU와 SCRP는 종결되고 2011년 CRED(Community Relations, Equality and Diversity)로 재구성되었다. 이에 따라 종파공동체 간 관계에 평등과 포용을 담자는 교육부 정책으로서 CRED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서 중학과정의 ‘인간발달과 상호이해(PDMU, Personal Development and Mutual Understanding)’, 고등학교 과정의 ‘로칼 앤 글로벌 시민성(LGC, Local and Global Citizenship)’ 교과에서 독립적으로 교수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와 시민사회의 협력모델로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었던 EMU는 이후 다양한 틀로 여러 정책부서별로 다른 재원을 가지고 CR프로그램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그 결과 CRED 외에 PEACE IV, T:BUC, Fresh Start, Shared Education 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CR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1. CRED

북아일랜드 교육부는 폭력의 시대에서 평화의 시대(from violence to peace)를 살아가는 적극적 시민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함양하고 개인복리와 사회발달을 위한 교육적 노력의 일환으로, 2011년 3월24일 종합적인 CRED 정책을 발의하였다(DENI, 2011). 교육부는 1998년 평화협정과 ‘북아일랜드 법률’ 75조 그리고 ‘UN아동권리협약’ 등의 원칙에 근거하여 CRED 정책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모든 학습자들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권리, 평등,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갈등을 초래한 종파공동체 간 분열의 성격을 이해하고 사회 내 다양성을 증진하여 어린 학생들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아가도록 교육하며, 다양성을 인지하고 존중하며 상호이해를 발달시킬 수 있는 기술, 태도, 행동을 갖추도록 교육한다(DENI, 2011). 이에 교육부는 매년 110만 파운드를 교사와 청소년지도사 연수에 배정하며 지역교육청(Education Authority, EA)과 교육훈련장학팀(Education Training Inspectorate, ETI) 등 교육부 협력단체가 CRED원칙을 교과와 체험활동 및 비교과활동 등에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 때 학교별로 특정 재원을 지정받아 독창적인 CRED프로그램을 발전시키도록 장려했고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에 관련 활동을 구체적으로 게시하도록 독려했다. 한 예로 통합학교의 원조인 라간 콜리지(Lagan College)는 2018년 8월 Lagan CRED Report를 발간했다. 여기서 라간의 통합교육원칙이 곧 CRED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학교 차원에서 이사회, 학부모, 교사,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CRED정책을 통합교육 원리에 구체화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간 콜리지는 CRED 학교정책을 포용교육(Inclusive education)과 지역사회 관계 구축, 평등과 다양성으로 정의하면서 학교의 평화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갔다(Lagan College, 2018).

하지만 CRED에 대한 학교내외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정부 정책이 중첩될 뿐만 아니라 CRED 철학을 학교교육과정으로 이미 흡수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2016년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향후 교육부 공식 사업으로는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에 2021년에 CRED정책 재정지원활동은 종결된다(DENI, 2016). 북아일랜드의 다양한 정치적 구도가 엉켜진 평화교육 사업이 혼재된 상황으로 인해 교육부 주도의 CRED 정책 사업은 종결될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제도적으로 안착시킨 EMU에서 SCRP에 이어 CRED 정책까지 이어오면서 일관성 있게 유지해 온 평등과 다양성에 근간한 지역공동체 관계구축이라는 CRED의 목표는, 교사와 청소년지도사가 함께 주도하는 교육부의 포괄적인 평화교육정책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PEACE IV

EU가 북아일랜드 평화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1994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직후인 1995년부터 EU Programme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in Northern Ireland and the Border Region of Ireland(EU 북아일랜드 평화와 화해 프로그램)를 시작하였다. PEACEI(1995-1999)을 필두로, 이후 PEACE II(2004-2006)에 이어 PEACE III(2007-2013)가 이어지면서 특히 접경지역 취약지구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엔 EU기금뿐만 아니라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도 상당한 재정지원을 하였다. 이어서 특별EU프로그램(SEUPB, Special EU Programmes Body)으로 PEACE IV(2014-2020)가 이어졌는데, 이것은 특히 접경지역(Cross-border)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성 및 평화적인 지역공동체 관계 구축을 위한 아동청소년 평화교육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U의회는 종파공동체 간 갈등을 완화하고 폭력을 퇴치하기 위한 PEACE 프로그램을 통해 희생자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북아일랜드 도시와 농촌 등의 재생사업 및 교육과 문화, 에너지 등에서 지속가능한 고용을 창출하여 낙후된 접경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PEACE IV는 북아일랜드 화해와 평화 공동체 건설에 기여함을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하였고 이에 따라 현재 4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공유교육, 아동청소년 지원사업, 공유 공간과 서비스 제공 및 지역사회 수준에서 긍정적 관계 구축 등으로 이 프로그램들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위탁운영하면서 지자체와 학교가 협력하며 진행하고 있다. 재정규모는 PEACE I이 시작된 1995년부터 PEACE III가 끝난 2013년까지 13억 유로가 투입되었다.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에 특화된 PEACE IV에는 2014-2020동안 2억7천만 유로가 투입되었고, 프로그램 대부분은 사회적 포용, 빈곤퇴치 그리고 노동력 이동 등과 관련된 아동청소년 활동으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접경지역에서 진행되었다. EU는 2020년 이후에도 PEACE-Plus로 사업연장을 원하고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 평화정착을 위한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희망하나 여기에는 여전히 불확실 변수가 크다.

3. T : BUC

The ‘Together: Building a United Community’ (T:BUC) 전략은 2013년 5월 23일, 북아일랜드 총리실(Northern Ireland Executive Office)이 주관한 “보다 단합되고 공유된 사회를 향한(towards a more united and shared society)” 지역사회 관계 구축망을 조성하기 위한 평화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북아일랜드 정부, 두 종파공동체, 그리고 개인이 모두 다함께 참여하는 이른바 관민 합동 사업으로 ‘하나로 단합된 모두의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슬로건 하의 전국적인 단위의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은 선한(우호적인) 지역공동체 관계 구축(to build good relations across the communities)을 위한 T:BUC사업으로 수렴된다고 선언하였다. 핵심 키워드는 4개로 우리의 아동청소년(our children and young people), 우리의 공유된 지역공동체(our shared community), 우리의 안전한 지역공동체(our safe community, 우리의 문화 표현(our cultural expression)이다. T:BUC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공간을 넓히고, 다양한 상호이해 대면접촉 프로그램(interfaces program)을 개발하여 참여하도록 독려하였다. T:BUC은 1998년 평화협정의 산물인 CRC(Community Relations Council)가 주관하는 정책 사업으로, 북아일랜드 행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둔 제3자적 지위에서 정책의 목표와 실행단위를 설정하여 적절한 재원마련을 제안하고 특히 취약지구 개발활성화를 통한 국민참여적 평화공동체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선언하였다. 북아일랜드가 앞장서는 국책 사업인 T;BUC엔 많은 시민사회가 관여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4. PfG/Fresh Start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와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2015년 11월 17일, 1998년 평화협정의 실효성이 나타날 수 있도록 민병대를 완전 해체하여 이로 인한 조직적 폭력을 무력화시키는 지속가능한 평화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공동대책기구(Joint Agency Task Force)를 구성하고 특히 북아일랜드 취약지구인 북서지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지역사회 관계구축을 위한 프로그램에 5억 파운드의 예산을 지정하였다. 과거 분쟁기가 야기한 파괴의 터전을 희망과 공생의 터전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선한 출발(Fresh Start)’이라는 의미의 다국적 합의는 북아일랜드 분단의 원인과 미래평화가 나아갈 방향을 암시하는 것으로 분쟁기 피해자의 처리나 치유의 방향을 다함께 설계하자는 공익 성격의 기금을 띤다. 이것은 활동지원보다는 시설보강이나 건물신설 등 평화교육활동을 가속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설비 제공에 우선한다.

북아일랜드 정부는 영국 웨스트민스터의회가 가결한 북아일랜드의 ‘신선한 출발(Fresh Start)’ 정책에 따라 정부프로그램(PfG, Draft Programme for Government Framework, 2016-21)을 공시하였다. PfG는 CRED뿐만 아니라 T:BUC까지를 포괄하는 거대 규모의 공공정책 영역의 사업으로서 ‘북아일랜드 법률’ 75조의 차별금지·평등원칙에 따른 사회의 공공성 확대 및 지역사회 관계개선을 위한 방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법을 존중하는 안전한 지역공동체,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유사회, 환대하고 진취적인 신뢰사회, 사람들이 거주하고 일하며 방문하고 투자하고 싶은 지역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기 인생에서 첫 출발을 해도 좋은 사회를 조성하자는 목표로 추진되었다. 경제, 사회, 주거, 의료 등을 포함한 사회의제를 모두 포괄한 ‘Fresh Start’ 계획 중 5,000만 파운드가 공유교육과 통합교육 및 혼합거주 지역 조성에 편성되었다. 이러한 교육사업 운영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목표가 반영되어야 한다.

  • - 교사와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공유교육과정을 확대할 것

  • - 성차별에 근거한 편견을 해소하고 학교폭력을 야기하는 모든 사회적 장벽을 제거할 것

  • - 양 진영의 지역공동체 외에 사회적 취약층 교육지원: 특히 아일랜드 집시인 떠돌이 집단에 대한 교육불평등을 타파할 것.

  • - 무상급식 대상아동 및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철폐할 것

  • - 교육의 평등화 전략을 교사연수나 교육과정 구성에 반드시 반영할 것.

5. Shared Education

북아일랜드 정부는 1998년 평화협정 이전부터 진행했던 상호이해교육(EMU) 혹은 지역공동체 간 교류 프로그램(SCRP)을 평화협정 이전의 산물로 간주하며 변화된 평화체제 하에서는 단합된 시민성 함양이 더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공유교육’ 프로젝트를 총리실이 직접 주관하여 왔다(Smith, 2003: Gallagher, 2005). 이에 대서양 박애재단(Atlantic Philanthropies)에서 2,500만 파운드를 특수목적 가용재원으로 제공하면서 북아일랜드 행정부는 상호이해교육이나 통합교육 대신 공유교육을 북아일랜드 평화와 화해를 위한 지역공동체 간의 협력을 확대하는 새로운 평화교육 모형으로 대체하여 왔다. 아일랜드 정부도 2,900만 유로를 PEACE IV프로그램과 연동시켜 협력 및 공유교육(Collaborative and Shared Education) 사업에 지정기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전환에 따라 이전의 종파분리주의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많은 학교들이 지역교육청의 주도 하에 학교 간 협력을 장려하는 공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편, 지역별로 두 종파의 학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시설인 공유캠퍼스(shared campus)를 조성하여 합동 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북아일랜드 정부는 북아일랜드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데 공유교육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인정하며 성문법적 토대인 ‘공유교육법’을 2016년 제정하였다. 아동청소년들에게 교육적 혜택을 부여하고, 자원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활용을 장려하며,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촉진시키고, 정체성과 다양성을 신장시켜 지역공동체의 결합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지닌 공유교육법에 따라, 재정적 제도기반이 단단해진 공유교육 참여 학교는 급증하였다. 2019년 약 64%의 학교가 공유교육 네트워크에 등록하고 있다. 2018년 교육훈련장학팀(ETI)이 발표한 장학검사결과보고서에 의하면 공유교육 이후 북아일랜드 청소년들의 태도와 행동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ETI, 2018). 즉, 상대방 종파공동체에 대한 혐오는 줄어들었고 협력과 상호이해는 증가하였으며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결과이다. 통합교육 주창자들은 이에 회의적이나, 북아일랜드 공유교육은 분단의 갈등을 안고 있는 다른 나라의 비폭력적 공존 모형의 성공적 예로 간주되고 있다고 주장된다(Gallagher, 2016).

III. 북아일랜드 CR 평화교육 프로그램 현장 목소리: 환호와 탄식이 교차

북아일랜드 분쟁기 동안 폭력의 문화를 종식하고 평화의 문화를 이루자는 강력한 시민운동이 피해자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이것의 교육적 귀결로서 통합교육운동은, 민간 차원의 대안학교가 아닌 분단된 북아일랜드 지역공동체의 공존을 위한 교육개혁으로서 통합학교의 정부 공인과 확대였다. 역사적으로 고착된 적대적 종파공동체 간의 완전한 통합(full integration)을 지향하는 통합학교는 하나의 학교공간에서 두 종파공동체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통합된 미래를 준비하자는 교육개혁운동으로 단지 종파분리주의의 극복뿐만이 아니라 분리주의적 엘리트 교육제도와 성별 분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당시 글로벌 수준에서의 시대정신이었던 진보주의 교육의 발현이었다(강순원, 2017). 이것은 1970년대 종합교육개혁이라는 글로벌 경향의 반영이기도 했고(Bardon, 2009),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도 명시된 종파분리주의에 기반한 북아일랜드 교육제도의 개혁방향이었다. 초기에 엄청난 지원과 시민적 성원에 입각하여 통합학교의 폭발적 성장이 이루어졌으나 종파분리주의적 정치계와 교육법인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서 완전한 통합이 아닌 현상 유지 위에서의 종파공동체 간 협력(collaboration)을 강화하자는 공유교육이 갈등 후 사회(post-conflict society) 평화교육 방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Gallagher, 2016). 이른바 개신교 연합주의 대 가톨릭 민족주의라는 양 종파공동체 간의 원만한/좋은(good)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평화교육 프로젝트들이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확대되었고 시민사회도 현실적인 지원책 앞에서 현상유지적 평화교육 프로그램개발 사업에 관여하였다. 폭력감소 및 화해와 평화 분위기 증진 등 CR평화교육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간 이에 관여했던 연구자나 CR평화활동가로서의 고민과 문제의식은 평화원칙을 놓고 표출하였다. 다행히 현장 인터뷰는 코비드—19가 일기 직전인 2020년 1월에 진행되었다. 추가 현장인터뷰가 불가능해진 이후 이메일로 교신했으나 대부분의 CR평화교육 프로그램이 대면활동이었던 관계로 2020년 2월 이후 북아일랜드 아동청소년 CR평화프로그램은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 대한 활동가들의 인터뷰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내용이라는 점을 밝힌다.

1.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better than nothing)

1998년 평화협정 이전에는 통합교육 옹호자였던 토니 갈라거교수는 지금은 공유교육의 선봉에 선 QUB 공유교육 프로젝트의 수장으로 통합이냐 공유냐에 대한 논쟁이 이는 상황에서 원칙적인 실용주의자로서 자신의 입장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통합교육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모델이 아닙니다. 정체된 것은 이미 그 모델의 확산 가능성이 낮고 그만큼 통합교육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것은 공유교육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럴 경우 이전 원칙에 집착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안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합니다. 통합교육과 공유교육을 보완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요. ..... 1998년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달리 해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양대 종파분리주의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여러 불평등이나 차별 그리고 장벽을 제거해야 하는 문제점에 봉착해 있는데 양대 종파의 아이들만 모아놓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보는 통합교육의 입장 자체가 문제입니다. 지금은 중요한 것이 통합이 아니라 종파공동체 간의 협업(collaboration)을 확대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완전한 통합(full integration)만 집착할 경우 자기만족적인 결과만 나오지 사회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겁니다. (Tony)

오늘날 종파분리주의에 근거한 폭력사태는 현저히 줄었다. 비록 1998년 평화협정 체결 직후 오마에서 평화협정에 불복하는 RIRA(Real IRA)가 시내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양 종파 모두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샀음에도 종파분리주의적 폭력은 이후로도 상당 기간 멈추지 않았으나, 이제는 종파분리주의적 테러는 더 이상 명분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서 북아일랜드 평화운동의 방향이 물리적 폭력에 대한 부정인 소극적/직접적 평화구축에서 분단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차별과 배제,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평화구축으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사회구조의 근본개혁으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기존의 종파분리주의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온존될 수 있다는 현상유지(status quo) 분위기가 일었다. 북아일랜드 주요모순인 종파분리주의 갈등이 기본모순인 사회계층 간의 차별과 포용에 압도되면서 그간 종파분리주의 극복을 위한 통합교육운동은 비현실적 구시대적 교육 아집으로 치부되었다. 그 결과 종파공동체 간 좋은 관계 구축이 장려되면서 평화협정에서 성문화한 통합학교로의 전환에 대한 교육적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Hall, 2018). 통합학교가 7%에 불과하다는 비난 속에서 2000년대 이후 통합학교의 시설이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북아일랜드 정부의 평화적 통합방안은 공유교육으로 이동하였다. 또한 통합적인 지역계획(Area planning) 틀에 의해 기존의 소규모 종파학교 통폐합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기존의 종파학교는 그대로 존속시킨 채 종교적 정체성의 이름으로 지역학교 간 접촉을 확대하고 교육과정을 공유하자는 공유학교 프로젝트가 정치계나 종교계의 환영을 받았다. 여기에서 기존 종파학교의 통합학교로의 전환은 거론조차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훨씬 더 어려워졌어요. 분쟁기에는 통합교육이 비폭력 평화운동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공존모형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종파공동체끼리 싸우지 않으니까 그냥 원래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거죠. 특히 정치권이 종파분리주의와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교회가 반대하는 것은 꺼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작 학부모들은 지역에 통합학교가 없어서 못 보낸다는 겁니다. 북아일랜드 학부모들의 80%가 통합학교를 선호합니다만 정부는 종파학교를 바꾸는 정책에는 손을 안댑니다. (Cliodhna)

지역계획은 소규모 종파학교를 정리하거나 통합학교로 전환시키는 목적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정치인들이 완전 반대이죠. 결국 공유학교로 놔두면 폐교하지 않고도 더 좋은 CR평화교육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게다가 평화교육 재원이 막 들어오니까 심지어 공유캠퍼스까지 만듭니다. 있는 시설도 안 쓰는데 굳이 새로 공유 캠퍼스를 짓는 겁니다. 돈이 넘치죠. 통합교육의 가치를 말하기 보다는 종파분리주의 환경 속에서 통합학교의 현실성만을 문제 삼는 거죠. (Alan)

이것은 마치 아일랜드가 독립할 때 IRA 내분처럼 아일랜드 전체의 완전독립이냐 진지 구축을 위한 북아일랜드 양보냐를 둘러싸고 내전을 일으킨 양상과 유사하다. 결국 폭력적 대치는 진정되었으니 우선 과거는 잊고 다함께 정의로운 평등사회를 구축하자는 교육개혁 논리가 현실론으로 우세하다. 여기서 통합학교로의 전환은 너무 어려우니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존의 종파분리주의를 온존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분리주의는 접촉과 교류 그리고 협력을 확대하여 서로에 대한 우호적인 관계(good relations)를 만들어 극복하자는 것이 평화이므로 그러한 방향으로 교육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평화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불평만 하지 말고. 반대할 것이 뻔한 데 그것을 들이대는 것 보다는 보수적인 종교계 인사들도 수긍할만한 대안을 내야지요.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 아닙니까? 저도 분쟁기 때는 통합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강연도 했습니다. 그래서 통합교육 진영에서는 제가 변절했다고 하는데 전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CR이 중요합니다. 차별 없는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종파분리주의가 문제인 것은 개신교측이 가톨릭측을 배제하고 차별했기 때문입니다. 반차별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더 옳지 않습니까? (Tony)

갈라거 교수의 말대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실용주의적 제언이 정치계를 움직인다. 교육청의 제인도 갈라거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사실 통합과 관련해서는 full integration의 의미를 지금은 전혀 가질 수 없다는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은 통합보다는 협업(collaboration)이 더 중요해요. 미래를 향해 어떻게 상호협력하면서 공유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회는 늘 도전받고 있고, 기금을 필요로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에 직면하여 대처해야 하며 지역사회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볼 때 통합은 자칫 상당한 어려움을 낳기도 합니다. 단지 지금은 공유교육의 모든 논의와 사업집행이 대부분 Queens 중심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Jayne)

기금의 정치경제학적 특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시민사회의 분노와 갈등, 때에 따라선 비효율성으로 귀결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2. 돈 앞에 무력해진 평화진영의 갈등 /평화교육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 훼손

1998년 평화협정 이후 상당히 많은 평화기금이 북아일랜드에 쏟아져 들어왔다. 영국정부는 현상유지의 차원에서라도 영국 땅인 북아일랜드에 ‘폭력없는 평화’ 실현은 무시할 수 없는 국내문제이자 글로벌 관심사가 집중되는 사안이라 엄청난 정부기금을 제공해야만 했다. 아일랜드 정부 역시 이전과는 다른 맥락에서 민족주의적 통일정서를 넘어선 지역평화유지의 관점에서 북아일랜드 문제에 주목해야 했다. 미국은 유럽평화의 상징지인 북아일랜드 평화프로세스를 관철시킨 주역이라는 입장이 있어 평화기금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럽연합 창설이후 부딪힌 난해한 평화이슈가 북아일랜드 건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북아일랜드 PEACE I—IV가 유럽의회에서 조성되었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북아일랜드 평화는 배제와 차별에 근거했던 제도적 구조 개선보다는 가시적인 평화프로그램의 확대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top-down방식의 평화프로그램은 차고 넘치는 결과를 낳았다. 평화프로그램은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관련 사회활동에 집중되기 때문에 많은 공모사업들이 진행되었다.

사실 연구자나 활동가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공모사업이 어디에 있나를 눈 빠지게 찾게 됩니다. 우리한테 무슨 일이 중요하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책상에서 사업을 그려서 사업자를 찾는 형식이니까 어쩔 수가 없죠. 그러다보니 우스꽝스런 일이 엄청 벌어지죠. 북벨파스트는 예나 지금이나 종파분리주의적 난동이 자주 일어나 아주 폭력적인 지역입니다. 그래서 PEACE IV나 T:BUC 등 취약 아동청소년 프로그램이 집중되고 그러다보니 학교와 협력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선 이러한 학교를 섭외했다고 써야 합니다. 북벨파스트의 경우 중등이 5개 정도 있는데 관련 NGO는 40여개가 넘고. NGO별로 다양한 배경의 재정이 지원되는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학교는 전혀 모르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 사업에 끌려 다니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결국 돈은 들어오고, NGO는 사업을 해야 하고, 학교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이런 상태에서 지역 청소년들이 여기저리 동원되는 이상구조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비평화적인 장면이지요. 그렇다고 누구보고 빠지라고 할 것인가? 정말 이 부분에 대한 조정이 들어가야 합니다. (Mattew)

대학이나 개인 연구자들도 평화연구 과제가 넘치게 되면서 기존의 연구사이즈와는 비교가 안 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생겨났고 이러한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추구하던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결국 오랫동안 평화활동을 해왔던 시민사회나 연구자들보다 프로젝트 구성을 잘 하는 project seeker들이 평화프로젝트를 독식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베끼고 유사한 프로젝트들이 난무하게 되었고 프로젝트 선정을 둘러싸고 기존의 우호적 관계가 깨지는 상황에서 평화문화 조성을 위한 협업은 무색해지게 되었다. 학계에서도 공유교육은 QUB가 통합교육은 UU로 분절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교육부나 정부도 적당히 나눠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눠먹기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UU에는 UNESCO Chair가 있습니다. 그러자 QUB에서도 UNESCO Chair를 요구하게 된 거죠. 그래서 QUB Hughes 교수가 Shared Education Center 소장으로 Alan Smith 교수처럼 유네스코 석좌교수가 되었습니다. 인구가 200만 명도 안 되는 조그만 북아일랜드 지역에 유럽 유일의 분단사회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엄청난 혜택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러니죠. 시민은 고통 받는데 이러한 시민적 고통을 대가로 파워 엘리트들이 엄청 혜택과 명성을 걸머쥐는 거죠. (Una)

사실 영국으로서도 이른바 평화를 말하려면 국내 골치거리인 북아일랜드에 뭔가를 줘야하는 아이러니를 늘 낳고 있다고 푸념하며 그것은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상장이라고 자탄한다. 그러면서 분쟁기에 오랫동안 평화운동의 상징이었던 코리밀라(Corrymeela)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이제는 새롭게 적극적 평화구축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아일랜드는 이미 평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의 평화조성을 위한 돈이 필요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반전되어 자발적인 후원자가 줄어들어 기관유지 자체가 어려워진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한다. 코리밀라는 본래 정부 위탁사업의 공개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후원회원은 줄어들고 평화기금은 오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자립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100% 자원활동에 의존하는 코리밀라 운영방식을 존중하는 회원들이 있어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운영되나 이전 같지는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젊은 활동가들과는 세대차이가 있어 결국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N세대활동가들과 평화원칙을 고수하려는 기존 시민사회지도자들과는 갈등 후 사회 평화활동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래 코리밀러에서 EMU를 논의하면서 발전시켰고 당시엔 시민사회와 상당한 협력을 하였습니다. SCRP 역시 지역과 학교의 협치 모델이었습니다. 코리밀러는 늘 아동청소년으로 가득 차 있었고 희생자가족들도 쉬러 와서는 아이들하고 자기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상당한 치유도 하고 아이들은 종파분리주의 상처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곤 했습니다. ..... 코리밀라의 레이 데이비는 북아일랜드 평화활동의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일관되게 평화와 화해를 말하며 두 종파공동체 간의 대화와 신뢰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가 EMU였기 때문에 코리밀라는 분쟁기 평화활동의 메카였습니다. 다들 코리밀라를 통해 성장했지요. ...... 그런데 평화협정 후 모든 것이 정치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시민사회의 어른이 아니라 정치가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평화구축의 과정이 보다 제도화되어가는 단계가 되었지요. 모든 정책이 그렇게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쟁기에 시민과 함께 이룬 성과에 대해 비판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평화협정 후 EMU는 독립교과가 아닌 단기 프로그램이어서 종파공동체 간 관계 구축이 피상적이었다는 교육부 평가보고서에 따라 결국 교육부의 사업은 이후 CRED라는 교육부 주관 사업으로만 좁혀졌고 결국 교육부가 주관하는 교사와 청소년지도사들만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제한되었습니다. (David)

그러다보니 이전의 EMU가 부정적 평가 속에서 해체되고 CRED는 학교안 프로그램으로 오히려 좁혀졌다. 교육부 행정망 밖에서 PEACE IV와 T:BUC등은 유사한 학교 밖 지역프로그램으로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전개하다보니 이러한 지역프로그램을 따기 위한 시민사회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종 시민단체가 난립하게 되었다. 게다가 돈이 특정 기간 동안 지역 평화프로그램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기금이 사라지면 잘되던 평화프로그램도 중단해야 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공유교육은 학교에서만, 기타 희생자 지원 및 취약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차별, 역량강화 프로젝트로 EU가 지원하는 PEACE IV사업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4-24살 사이의 이전 청년 민병대원들을 직접 초청하여 대화하는 그런 시간이 있어요. 이를 통해 어떻게 평화사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사고하도록 소외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Peace 4 프로그램인데 지역 NGO들이 위탁받아 운영합니다. 일부 통합학교에서는 원래부터 자체 프로그램으로 이런 활동을 했으나 일반 공유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논쟁이 일만한 이런 활동을 교육에 넣질 않습니다. 반면 T:BUC 사업은 지역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평화프로그램이나 교육부 자체 사업이 아니어서 지역의 시민사회가 학교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동청소년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 대화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학교가 아닌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CR의 경우라도 정부 위탁사업으로 진행할 때 이것도 계속 지원명칭이 바뀌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됩니다. 제일 큰 문제는 정부의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이 안 되고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부처 간 협력이 전혀 안 된다는 점입니다. (Danielle)

교육부의 알리슨 챔버 국장은 “모든 부처가 다 CR프로그램을 한다고 하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을 종합하기는 어렵고 각기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학교교육을 잘 지키면 됩니다.”라고 하면서 정치권이 안정이 되어 빨리 정부를 구성해서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첨언하였다.

3. 양대 종파공동체를 넘어선 다원주의 사회에 대한 경시

종파분리주의 대립이 극심했던 분쟁기(1968-1998) 동안 발생한 테러리즘으로 인한 희생자 수가 전 인구의 1/10 에 이를 정도였다. <표 2>에서 보여주듯이 특히 사망자의 분포를 보면 양 종파공동체별로 극명하게 나뉜다. 당연히 희생자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된 양 종파공동체 간 접촉확대 및 관계조성이 북아일랜드 평화운동의 주요 방향이 되었고 CR은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의 핵심을 구성하였다. 문제는 이들의 희생을 강하게 강조하는 이면에 양 진영에 속하지 않은 소수 종파나 비종교 그룹은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1998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만 해도 북아일랜드 인구의 90%이상이 양 종파 소속이었고 학교도 똑같이 양분된 종파학교의 특성을 지녔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촉진되고 북아일랜드의 평화가 왔다(post-conflict)는 희망이 전해지자 상당히 많은 이주민들이 유입되었다. 아일랜드에서 살 수 없어서 이주 나갔던 아일랜드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뿐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이주해 들어오는 유입이주민이 급증하였다. 들어오는 이주민들의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배경은 다양하나 북아일랜드 사회나 학교는 오직 양 진영 종파만 존재할 뿐이다. 주류화된 양 종파공동체 간 갈등만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권리나 문화 그리고 사회적 포용은 경시되었다. 이들에게 다양성은 오직 양 진영의 종파적 정체성 존중뿐이었다. 북아일랜드 종파학교에서 가톨릭은 북아일랜드 가톨릭뿐이고 개신교도 북아일랜드 개신교만 존중되는 한에서, 타 신자나 이주민에게는 배타적이나 자파 안에서는 한없이 관용적인 종파분리주의 교육체계가 강고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통합학교도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한다.

통합학교의 관심은 오직 두 종파공동체 간의 균형 비율 유지밖에 없습니다. 북아일랜드 사회의 변화를 안 보려고 하지요. 종파학교에 비해 이주민아동에게 상대적으로 열려 있기는 하나 형식적입니다. 내용이 없습니다. 평등 위원회(Equality Commission)에서 교육적 평등을 말할 때도 통합학교측은 늘 두 종파 이야기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교육부는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민에 대해서는 듣는 척만 하고 진정성 있게 문제해결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현재 북아일랜드의 이주민(new comer)의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이주하기 때문에 교육문제는 아주 심각하고 상당히 관심 있는 주제입니다만 논외로 되어 있어요. (Patrick)

북아일랜드의 관점이 보다 더 넓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생각이 양 종파공동체 간의 갈등, 북아일랜드 문제에만 집중되어 있어 세계로 눈을 돌리지 못합니다. 유네스코나 유니세프 그리고 세계시민교육 등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 아젠더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글로벌 교육센터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교육과정에 LGC(Local and Global Citizenship)교과가 생겨 보편가치로 북아일랜드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권이나 교육부의 주 관심은 국내 현안입니다. (Steven)

다원주의에 대한 이해부족은 편협한 종파학교의 신앙적 교리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협성을 기반으로 하는 종파학교들의 정치력의 무게가 크기 때문에 정치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북아일랜드 분쟁의 소산이 역시 두 종파간의 충돌이어서 주요모순의 해결은 종파공동체 간의 좋은 관계구축에 주목될 뿐이다. 이렇게 자기 종파를 고집하는 환경 속에서도 종파에 기반한 특수학교는 없다. 북아일랜드 정부운영의 특수학교가 하나 있는데 이 학교는 특수아동이 종파별로 거의 반반이어서 자연스럽게 통합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은 늘 유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또 역사적으로 형성된 종파학교의 실재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정책만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는 없지요. 그런 점에서 통합교육은 북아일랜드 종파분리주의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는 점, 어쩌면 문제로 인식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그래서 통합교육협회의 일관성 있는 정책 그리고 개별 통합학교들이 통합교육 원칙을 중심 잡고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파학교들이 특수학교를 외면하는 것은 약한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일차적 정신에서도 빗나가는 것이죠. 반면 많은 통합학교들은 장애아동을 통합하여 함께 교육합니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CR교육은 통합학교가 가장 잘하고 있어요. 그래서 통합교육이 공유교육과 대립하려고 하기 보다는 통합교육의 장점을 현장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아일랜드 미래를 위해 필요합니다. (Lorna)

북아일랜드는 오랫동안 다양성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여기서 다양성은 두 종파공동체의 신앙정체성을 인정하라는 수준의 다양성이지 문화적 다양성에 근간한 다원주의적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교육부는 보편가치로서 평화, 인권, 평등, 다양성 등을 지역공동체 간 관계구축의 기본 전제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른 교사연수나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결국은 두 종파 간의 이해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한다.

교육부는 CRED의 기본 철학으로 지역공동체 관계, 평등과 다양성을 설정하였고 2016년에는 공유교육을 법제화한 상태입니다. 지금은 이주가족의 비율이 많아져 이들과의 협력과 접촉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가 종파분리주의 극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해요. 원래 Area Planning의 결과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진행되어야 했는데 정치가들도 자기 지역학교를 살리려고 하는 바람에 지금은 거의 답보상태입니다. 결국 이런 상태에서 양 종파 간의 교육적 이해가 양극화되어 있어 문제해결의 방향이 모호합니다. (2020년 1월 당시) 정부도 구성 못하는 바람에 그대로 밀려 모든 게 엉망이어요. (Alison)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발전시킨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폭력의 감소라는 소극적 평화는 확실히 진척되었지만, 평화와 화해가 밑바탕이 되는 사회정의, 혹은 사회정의가 밑바탕이 된 적극적 평화의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지나, 평화협정 이후의 북아일랜드는 분명 긍정의 힘이 강하다(Hall, 2018). 이를 위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실현을 위해 CR 평화교육이 지속가능한 틀로 안착되어야 한다고 모두가 다 수긍한다.

4. 학교 평화교육의 주체가 누구인가? 교사와 청소년지도사. 시민사회활동가 간의 평화교육 운용을 둘러싼 이견

북아일랜드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평화교육 프로그램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보니 교사주도보다는 청소년지도사나 시민사회활동가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중에 평화관련 내용을 다루는 교육과정은 교사가 전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간혹 외부 특강을 허용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나, 청소년캠프나 현장견학 및 갈등 체험 CR평화프로그램은 교사보다는 시민사회활동가나 청소년지도사들이 주도하게 된다. 이 때 교과서와는 다른 시사적인 내용을 다룰 때도 많고 갈등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논쟁거리를 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교사들이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이른바 갑질을 하는 바람에 청소년지도사나 시민사회활동가들의 교육활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한다. 이미 교육과정이 양 종파 간 신앙 해석에 따라 서술되고 해석되기 때문에 사실 학교교육에서 이수하는 교육내용이 다른 종파 입장에서 보면 고정된 편견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럴 경우 양쪽의 관점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상호이해를 확대하는 평화교육이 불편하다. 양 종파별로 각기 다른 교사양성과정을 밟아온 교사들은 자기들의 성이 무너지길 원치 않는다(Borooah & Knox, 2017) . 따라서 논쟁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처음부터 부탁하는데 이것이 대등한 협력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불평등한 지위에 놓인 학교 밖 지원활동가의 입장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제한사안이다. 학교 벽을 넘어 열린 세계로 아이들을 자유롭게 발달시키기 위한다는 북아일랜드 평화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종파분리주의 안에 갇히는 모양새이다.

원래 CRED는 핵심이 학교교육(formal sector)과 비공식교육(지역사회, informal sector)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종파주의적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1996년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교육부가 관리하는 교사와 청소년지도사가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협력하도록 했는데 실제로 학교는 교사가 꽉 쥐고 일체 문을 안 여는 구조입니다. 청소년지도사가 학교에 들어가서 아니면 지역사회 캠프나 방과후 활동에서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고 논의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민감한 문제가 지역공동체 간 교류를 필요로 하게 하는 요소인데 교사가 그것을 닫는 바람에 청소년지도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지요. 결국 CRED가 추구했던 formal/nonformal 협력구조가 상당히 깨지는 상황에서 T;BUC이 중앙정부 주도로 학교 밖에서 하게 되니까 청소년지도사들은 학교와의 협력을 포기한 채 informal 섹터에서 Peace camp나 취약청소년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 및 지원프로그램으로 참여하게 되는 겁니다. 공유교육을 비롯한 교육부 주관 사업도 자꾸 학교 안으로, 교사주도로만 하게 하니까 결국 지역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못 미치게 됩니다. (Mattew)

본래 북아일랜드 평화프로젝트의 그림은 크게 그려 학교와 지역공동체가 협력하고, 모든 활동도 교사와 청소년지도사나 시민사회활동가들과 협력하여 이른바 평화적 지역공동체 구축을 통한 시민양성을 하는 것이었다(McKnight & Schubotz, 2017). 그런데 결국 돈만 엄청 쏟아 부어 가시적인 지표는 높였는지는 몰라도 지속가능한 평화적 지역공동체 건설까지는 갈 길이 먼 듯하다.

현재 64%에 달하는 학교들이 공유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재정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문제는 2,500만 파운드라는 어마한 돈이 공유교육으로만 몰리는 상황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입니다. CRED, EMU - 이것은 종결되었지만요 - 등 모든 것이 다 공유교육 프로젝트로 수렴된다고 보면 됩니다. ETI의 공유교육 성과지표는 아주 긍정적이어요. 하지만 여러 주체들의 협력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교사연수를 통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하니 지역인사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요. 일부 지역학교에서는 청소년지도사들과 아주 협조적인 경우가 있고 어떤 지역은 시민사회활동가들과 환상적인 결합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 잘 할 수는 없어요. 학생들의 사회적 태도나 심지어 학업성취에 있어서도 공유교육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공유교육은 분명 학교교육 정책이라는 점에서 교육과정 통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더 있는 것 같다는 평가입니다. 교육부는 종파공동체 간 관계구축을 위한 협력을 통한 시민성 함양이 북아일랜드 교육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이전과 달라야 합니다. (Alison)

IV. 북아일랜드 CR평화교육 프로그램의 한계와 상호인정의 가능성

사실 북아일랜드에서는 평화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나 북아일랜드 밖에서는 늘 아일랜드 섬의 평화와 화해를 대상화하여 표현한다. 평화를 기준으로 북아일랜드 분석 단위를 설정하자면, 분쟁기 때 처절했던 종파 간 폭력 관련하여 무장해제, 반편견, 적대감 배제, 반차별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주요모순이었던 종파공동체 간 관계(Community relations)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CR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평화프로세스 활동으로 볼 수 있다(McKnight & Schubotz, 2017). 평화협정 이후 폭증한 CR프로젝트는 평화를 지향하는 성과기반(outcome-based)의 외주사업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평화가치보다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중시될 수밖에 없다. PEACE IV, T;BUC, CRED, PfG, 공유교육이나 통합교육마저도 성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 피드백을 주느냐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게 된다.

그 결과 <표 3>가 말해주듯이, 분명 상이한 도달목표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현장에서는 유사정책이 아동청소년이란 동일대상을 향해 비슷한 틀로 상이한 재원을 가지고 뿌려지는 형국에서, 결국엔 엄청난 혼란과 이탈을 낳게 된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상호보완적이어야 하고 또한 측정지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위탁기관 선정이 응모자의 수혜능력에만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사본을 베끼거나 또한 공적 지출에 대한 지역 정치인들의 개입이 불가피해지면서 결국은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게 된다(Knox & McCrory, 2018). 북아일랜드 정부가 Peace Monitoring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이러한 사안을 조율해야 하지만 재원의 원천이 다르다보니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표 3. 평화구축 CR사업의 공통성
PEACE IV Together: Building a United Community Draft Programme for Government
Children and young people Children and young people Children and young people
Shared spaces and services Safe community Safe community
Place where people want to live, work, visit and invest
Building positive Shared community relations Shared community Shared society
Cultural expression Confident, welcoming and outward-looking society

출처: Knox & McCrory(2018).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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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는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현재 갈등 후 평화체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평화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평화운동의 연속성과 변혁성을 변증법적으로 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평화교육은 심인적 수준에서부터 구조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실행되어 궁극적으로 북아일랜드 사회에 내재된 폭력의 문화를 도려내고 평화의 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CR평화프로그램은 많을수록 좋다. 설사 중복된다 하더라도 많이 해봄으로써 평화에 대한 이상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전달과정의 중복성이나 담당주체들 간의 갈등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북아일랜드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CR평화프로그램은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북아일랜드에서 폭력은 현저히 줄었으나 여전히 종파분리주의 잔재가 일상을 지배한다. 이러한 종파분리주의 환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식민주의적 지배구조와 그 유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하도록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이 담당해야 할 지속적인 주요 주제어이다. 단지 분쟁기에는 무기를 내려놓고 싸움을 하지 말자는 직접적 폭력의 제거인 소극적 평화의 달성이 일차적인 반(反) 종파분리주의 평화운동의 방향이었다면, 현재 갈등 후 단계에서는 어떻게 더불어 함께 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구조적 폭력을 제거하고 정의로운 사회구조를 구축하는 적극적 평화가 도달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변국들의 관계개선과 협력, 지원이 필요하고 이것은 건설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보편가치인 평화의 문화를 북아일랜드에 심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교육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고 성문법적 근거에 따라 학교와 지역사회, 정부와 시민사회, 북아일랜드정부와 영국, 아일랜드, 유럽의회 등이 진정성있게 협력하여 아일랜드 섬을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의 섬으로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CR평화프로그램을 공모사업으로 운영하는 데서 활동주체들 간의 갈등과 협력은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난다. 학교교육의 주체는 교사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할 수 있는 것과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평화적으로 문제해결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식적 섹터와 비공식 섹터의 협력은 평화교육에서뿐만 아니라 직업교육이나 민간영역에서도 요구된다. 이러한 갈등과 반목을 평화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모든 단위에서 평화교육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970년대 시민사회에서 통합교육운동을 주도하여 오늘의 통합학교를 창안하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래로부터의 교육운동의 성공적인 예이다. 그에 반해 공유교육은 정부정책으로 하달된 위로부터 온 교육정책이다. 아래로부터 온 교육운동은 선이고 위로부터 하달된 교육정책은 비민주적이라는 도식은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종파분리주의 극복의 수준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사회문화적, 개인적 입장이 다 다르다. 로라 가드너 국장의 말대로 각자가 가야하는 최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1]에서 보여주듯이 북아일랜드 사회에서 적어도 종파분리주의는 안 된다는 기본합의가 필요하다. 완전한 통합까지 가는 길은 다양하다. 한 개의 평화교육 모형만 고집할 수 없듯이 한 개의 종파분리주의 극복방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공유교육과 통합교육은 근본적 방향이 같다. 북아일랜드 안에서는 평화협정에서 강조한 상호이해와 통합교육 정신을 폐기한 채, 기존의 종파분리주의 공동체와 타협한 정치적 산물이라는 비판을 안고 있는 공유교육이 세계적으로는 분단극복 평화교육의 좋은 예로 소개되고 있다. 1970년대 ACT학부모들이 처음 썼던 용어는 통합교육이 아니라 공유교육이었다. 통합교육이 외면 받는 오늘날 공유교육은 분명 정치적 타협물로 비치긴 하지만 모든 정치적 타협물을 죄악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교육이 이룬 7%의 통합학교가 북아일랜드 CR평화교육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수준에서의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이 평화의 문화 건설을 위해 요구된다. 재정분배의 폭력성이 사실 제일 큰 문제이기에, 정의로운 북아일랜드 평화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기금배분의 정의를 말할 시기인 것 같다. 시민감시단이 지속가능한 CR평화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 투명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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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종파분리주의에서 평화공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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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반 위에서 CR평화교육은 전쟁(폭력)의 문화에서 평화의 문화로 이행하는 변혁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Hayes & McAllister, 2009). 종파분리주의 교육이 아닌 공유교육이나 통합교육을 경험한 미래세대가 이 길을 택해서 갈 것이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북아일랜드 분단극복 평화교육의 한 틀로 적대적 종파공동체 간 관계(community relations) 조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분석한 것이다. 필자는 역사적으로 귀결된 종파공동체 간 갈등이 폭력적 사태로 치솟았던 분쟁기에 전쟁(폭력) 부재 지향의 평화교육이 평화협정 이후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주목하면서, 종파공동체 간 우호적 관계 수립을 평화교육의 목표로 설정하면서 추진된 CR 평화와 화해 프로그램 전달과정을 관련 주체들과의 직접적인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성과와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여기서 분쟁기의 소극적 평화구축에서 평화협정 이후 적극적 평화구축으로 전환된 성취목표 달성과정에서 분단사회 갈등하는 주체들 간의 평화적 관계설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이후 분단극복을 위한 평화옹호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민사회로부터 오는 요구가 제도화되는 과정이 있었고 평화협정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것이 변질되어 가는 과정 역시 대부분의 사회에서 공통적이다. 민주화이후의 과제가 민주화이전의 운동단계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평화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요한 갈퉁은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의 전환이라고 명명했다. 폭력을 부정하는 소극적 평화는 하나로 일치될 수 있지만 새로운 공동체를 창안해야 하는 적극적 평화는 해석이 다양하다. 그래서 일치시키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북아일랜드가 이룬 평화협정의 가능성은 다른 분단사회에 희망을 준다.

Notes

*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 된 연구임(NRF-2019S1A5A2A0104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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