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면서 세계시민교육은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회에서 이주, 난민, 분쟁, 테러, 빈부차이, 환경문제 등이 세계 사회의 문제로 대두하면서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글로벌 문제가 국가, 민족, 인종, 문화, 종교 등의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 이해, 관용, 공감 등의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서로 다름에 관한 이해 부족은 곧 타국가, 타문화, 타인종, 타민족, 타종교 등에 대한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낳는다. 세계시민교육은 학생들이 글로벌 사회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더 나아가 글로벌 쟁점이나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세계시민교육은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지향해야 할 시민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실천할 수 있는 교과가 없다는 점에서 그 실체가 부족한 약점이 있다. 현재 세계시민교육은 학교교육에서 범교과에서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을 학교교육에서 가장 근접하게 실천하고 있는 교과가 지리교과임에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많아서 학교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데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리교사들은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이 세계시민교육의 어떤 내용과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입장에서 지리교과가 지니고 있는 관점과 콘텐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리교과에서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연구는 지리교육의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세계시민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바에 관한 것이다. 반면 세계시민교육에서 지리교과 연구는 세계시민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어느 관점을 취하든 상관없이 지리교과를 매개로 세계시민교육이 연구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먼저, 지리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연구는 시민성 연구(조철기, 2005)로부터 시작하여 시민성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의 연구로는 지리교육과 세계시민(성)교육의 연계성(박선희 2009; 조철기, 2005; 이경한 2015), 세계시민교육과 지리교육과정(이동민, 2014; 이동민, 고아라, 2015; 이경한 2015; 김갑철, 2016; 김다원 2016), 지리교과서 연구(노혜정 2008; 한희경, 2011; 김갑철, 2017),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지리수업방법(최정숙, 조철기, 2009; 조철기, 2013), 세계시민교육의 하위영역 연구(이태주, 김다원, 2010; 고미나, 조철기, 2010) 등이 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지리교육에서 세계시민성 함양을 위한 교육목표, 교육과정, 수업방법, 교과서, 관련 영역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리교육의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시민교육에의 기여 가능성과 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교육과정의 개정으로 지리교육과정도 변화하고 있어서, 개정된 교육과정에 맞추어 세계시민교육 연구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주로 지리교육의 입장에서 연구가 수행되었기에,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지리교육과정을 검토하는 연구도 요청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2015 개정 지리교육과정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이 지리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세계시민교육의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을 바탕으로 해서 지리교육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역량, 세계 시민교육의 관점, 그리고 지리교육과정의 분석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Ⅱ. 세계시민교육의 역량과 관점
글로벌 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교육의 화두로 자리 잡은,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글로벌 공동체에서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준비하고 자신의 권리와 책무를 인식하게 하는 교육이다(김다원, 2016: 20). 세계시민교육의 출발은 글로벌 교육으로 볼 수 있다. David Hicks는 글로벌 교육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기원한 학습 분야로 보았다. 이 분야는 사회운동과 비정부기구가 도래하면서 나타난 상호의존, 환경, 인종주의, 평화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다(Standish, 2013: 246). 이 교육은 서로 생긴 모습과 언어, 그리고 생활양식이 다른 지구상의 여러 사람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교육적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이경한 외, 2017: 7).
글로벌 교육의 지지는 1980년 이후 글로벌 토대를 갖춘 회사들의 성공과 함께 교육을 국제 인식의 차원으로 본 정치인, 기업가, 정책입안자로부터 이루어졌다. 이것은 해외 회사와 편히 일을 할 수 있고, 해외시장과 문화에 민감한 졸업생들을 찾는 다국적 사용자들이 있는 미국에서 특히 이런 사례가 많았다(Standish, 2013: 246). 그 결과, 미국의 주지사, 시장,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들은 학교에서 글로벌 교육을 지지하는 선도의 자리에 합류하였다. 또 하나의 축은 비정부기구(NGO)이다. 비정부기구는 글로벌 교육을 시민교육으로 발전시키는데 선도에 섰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옥스팜(Oxfam)이다.
글로벌 교육은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사회로의 전환으로 세계시민성에의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Wintersteiner et al, 2015: 4)은 시민교육의 개념을 글로벌 사회로 확장함으로써 세계화에 부응하고, 평화교육과 인권교육의 윤리적 가치를 채택하고, 글로벌 교육이 제공한 ‘글로벌 사회’ 관점을 강조하고, 세계시민성의 개념을 통하여 시민교육, 평화교육과 인권교육을 글로벌 스케일에서 통합하고자 한다. 세계시민교육은 유엔과 유네스코를 통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에 보급되었다. 2012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글로벌교육 우선구상(GEFI: 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에서 “교육은 우리가 지구촌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하나로 결합되어 있으며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하고 이에 대한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강순원 외, 2017: 305). 그리고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 21세기의 도전을 위하여 학습자를 준비시키기(Global Citizenship Education: Preparing learners for the challenges of the 21st century)’(2014), ‘세계시민교육: 학습주제 및 학습 목표’(2015) 등을 출판하면서 세계시민교육을 학교교육에 보급하려고 노력하였다.
세계시민교육은 기본적으로 세계시민성을 가진 세계시민을 육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먼저, 옥스팜은 세계시민은 ‘더 넓은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아는 사람, 다양성을 존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 세계를 보다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장소로 만들려고 행동하려는 사람,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갖는 사람’(Oxfam, 1997: 2)으로 정의한 후, 책임감 있는 세계시민성의 핵심 요소로 ‘지식과 이해’, ‘기능’ 그리고 ‘가치와 태도’(Oxfam, 1997: 3)로 제시하였다(표 1). 지식과 이해는 사회정의와 평등을, 기능은 비판적 사고 등을, 그리고 가치와 태도는 공감, 다양성의 가치와 존중 등을 역량으로서 제시하였다.
요소 | 내용 |
---|---|
지식과 이해 | 사회정의와 평등 |
기능 | 비판적 사고, 효과적으로 토론하는 능력, 사람과 사물의 존중, 협력과 갈등해결 |
가치와 태도 | 정체성 인식과 자기존중, 공감, 사회정의와 평등에 대한 소명의식, 다양성의 가치와 존중, 환경에 대한 관심과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소명의식, 사람들이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믿음 |
(Oxfam, 1997: 3)
이후 옥스팜(Oxfam, 2015: 5)은 세계시민성의 역량으로 다시 제시하였다. 세계시민성의 핵심역량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표 2).
(Oxfam, 2015: 5)
다음으로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의 핵심 개념 영역을 ‘인지적, 사회.정서적, 그리고 행동적 영역’(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5: 16)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세계시민교육의 인지적 영역에서는 지역사회, 국가, 범지역, 세계의 이슈를 비롯해 국가 및 사람들 간의 상호연계성, 상호의존성에 대한 지식, 이해, 비판적 사고를 습득함을 강조하였다. 사회·정서적 영역은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연대 및 공감, 가치와 책임을 공유하여 인류애를 함양하고, 행동적 영역은 더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지역, 국가, 세계적 차원에서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5: 16)로 제시하였다. 유네스코는 세계시민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의 연계성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에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감이 있는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한경구 외 4인(2015: 41)은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ies)을 6가지로 제시하였다(표 3).
그리고 Wintersteiner et al(2015: 11)은 세계시민의 역량을 ‘세계시민은 자신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체계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검토하고 물음을 제기하고, 다양한 시각, 수준과 입장으로 주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 세계시민은 공감, 갈등 해결 능력, 의사소통 기능, 다른 조건의 사람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능력, 그리고 협력과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타인과 협동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사회적 역량을 가진다.’로 제시하였다.
세계시민의 핵심역량은 세계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지침과 방향성을 제공해준다. 옥스팜과 유네스코는 세계시민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각각 ‘지식과 이해, 기능, 그리고 가치와 태도’와 ‘인지적, 사회·정서적, 그리고 행동적 영역’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둘의 구분은 용어의 차이이지 내용적 차이를 갖지는 않고 있다. 즉, 지식과 이해는 인지적 영역, 기능은 행동적 영역, 그리고 가치와 태도는 사회·정서적 영역과 일치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경구 외(2015)와 빈터쉬타이너 외(2015)의 주장도 분류하면 앞의 분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을 지식, 가치와 태도, 기능으로 분류하였다(표 4).
<표 4>를 중심으로 볼 때,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을 보면, 지식은 ‘다양한 시각, 다양성, 상호의존, 상호연계’를, 가치와 태도는 ‘공감, 감정이입’을, 그리고 기능은 ‘비판적이며 창의적인 사고, 의사소통, 참여, 행동과 실천’을 공통요소로 들 수 있다. 핵심역량에 관한 공통요소를 중심으로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을 보면, 지식에서는 다양한 세계의 상호연계와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 가치와 태도에서는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 능력, 그리고 기능에서는 비판적이며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 참여 능력을 요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가 지역 글로벌 차원에서 능동적 역할을 스스로 떠맡으며 세계의 어려운 문제들에 맞서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관용적이고,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그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역, 2014: 27).
세계시민교육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관점1)을 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관점은 다양하게 주장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Andreotti(2006) 를 들 수 있다. 그는 세계시민교육의 접근방법을 소프트 세계시민교육과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으로 제시하였다(표 5). 소프트 세계시민교육은 글로벌 시민, 상호의존성, 상호 연계성을 강조하는 반면,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은 권력, 의견(voice)과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았다. 소프트 세계시민교육은 제3세계가 가지고 있는 가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서, ‘개발’, 교육, 자원, 기능, 문화, 기술 등의 부족을 가난 문제의 본질로 보았다. 그리고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은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문제로 보고서, 이런 불평등과 부정의를 가져온 차이를 제거하고자 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Pashby와 Andreotti(2015)는 ‘소프트 접근방법은 보편성과 통합을 목표로 하는 세계시민성에 대해서 자유적 개인주의와 성과주의적 이해에 토대를 두고 있는 반면,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은 글로벌 문제가 되고 ‘제3세계’ 문제로 이해되는 것에는 ‘서구’와 ‘북반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게 하는 후기식민주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Pashby and Andreotti, 2015: 14)고 설명을 더하였다.
Andreotti(2006)의 세계시민교육 접근방법을 받아들인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2017)은 세계시민교육을 ‘온건한(soft)’ 혹은 자유주의/신자유주의 패러다임과 비판적 패러다임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온건한 패러다임은 공정무역을 통해, 자원·재화·용역·기술·지식의 형평한 분배와 교환을 통해, 그리고 남반구 국가들이 북반구 국가들을 ‘따라 잡도록’ 도와주는 해외원조를 통해 국가 간, 사람들 간의 상호의존관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반면 비판적 패러다임은 경제·정치·사회·문화적 권력과 구조적 폭력이 관계를 형성하고 의존성 및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7: 16). 그러나 온건한 패러다임은 전지구화가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보는 반면, 비판적 패러다임은 기업 주도의 전지구화와 고삐 풀린 성장 및 소비주의로 인해 전지구화의 이득이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이를 통해 북반구 국가들과 남반구의 엘리트 집단들만의 혜택을 보고 있으며, 국가 간, 국가 내에서의 양극화가 확대되고 환경이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한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17: 16).
Wintersteiner et al(2015)은 Andreotti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여 세계시민교육을 개인-인본주의 접근방법과 구조적-정치적 접근방법으로 제시하였다(표 6). 개인-인본주의 접근방법은 인간성이 상호의존과 세계적 상호연계성을 증진시키고, 구조적-정치적 접근방법은 시민으로서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비판을 강조하였다. 그들이 분류한 개인-인본주의 접근방법과 구조적-정치적 접근방법은 Andreotti (2006)가 사용한 소프트 세계시민교육과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을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장의선 외 4인(2015)은 세계시민교육을 신자유주의적 접근, 급진적 접근과 변혁적 접근으로 분류하였다(표 7). 신자유주의적 접근방법은 전통적인 경계와 지역적인 한정성을 초월하는 공간을 창출하려고 하는 시민을 강조하고, 급진적 접근은 관계나 지구적 유대 의식을 경제적 세계화에 대한 헤게모니의 부산물로 간주하고, 변혁적 접근은 지역적 경험과 공유되는 전 지구적 경험 사이의 연계를 통해 사회적 정의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장의선 외, 2015: 20)
여기서 신자유주의적 접근은 경제적, 문화적 세계화에 대응하는 세계시민교육으로서 개인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경쟁체제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다음으로 급진적 접근은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국가, 집단, 개인 간 힘겨루기에서 나타나는 빈곤, 환경, 아동 노동 등 부작용을 정의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최종덕, 2014: 104, 장의선 외, 2015: 20에서 재인용). 그리고 변혁적 접근은 지역 혹은 국가를 가로질러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분할, 동일한 지역, 국가 공동체 내에서 발견되는 불균질함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시티즌십을 단지 국가 정체성과의 대립함으로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과 특수, 글로벌과 로컬의 차원에서 조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장의선 외, 2015: 21).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연구자들의 분류를 살펴보면, Andreotti는 소프트 세계시민교육과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으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2017)은 온건한(soft) 혹은 자유주의/신자유주의 패러다임과 비판적 패러다임으로, Wintersteiner et al(2015) 은 개인-인본주의 접근방법과 구조적-정치적 접근방법으로, 그리고 장의선 외 4인(2015)는 신자유주의적 접근, 급진적 접근과 변혁적 접근으로 분류하였다. 이들의 분류는 그 용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Andreotti의 분류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프트 세계시민교육, 온건한(soft) 혹은 자유주의/신자유주의 패러다임, 개인-인본주의 접근방법, 신자유주의적 접근’을 동질의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비판적 세계시민교육, 비판적 패러다임, 구조적-정치적 접근방법, 급진적 접근’을 또 하나의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전자의 분류는 개인, 온정, 인본주의, 자유 등의 키워드로 특징을 보이고 있어서 이를 신자유주의적 세계시민교육으로 명명할 수 있다. 그리고 후자의 분류는 ‘비판, 구조, 급진, 권력’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어서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으로 명명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시민교육은 국가나 다른 집단 소속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에게 공통적 속성으로 강조되는 도덕적 이해로서 이해되고 있다(Cabrera, 2010: 13). 신자유주의자들은 글로벌 인간 사회에서 모든 개인 간에 연계적, 실천적 혹은 잠재적 연대를 강조한다(Cabrera, 2010: 13). 반면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은 개인을 사회 역사적 조건을 만들고 유지시켜온 것들을 분리시켜 불평등을 드러내려는 경향을 가진다(Pashby and Andreotti, 2015: 12).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은 신자유주의적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이 불의의 세계 환경에 놓인 국가, 지역, 문화들 간의 힘과 영향력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강순원 외, 2017: 306)데서 연구하였다.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은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이 ‘문제점 해결을 위해 모두가 동참하는 윤리적인 글로벌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서구 중심의 식민지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세계에 대한 주류집단의 관점을 탈식민지화 하는 방향으로’(강순원 외, 2017: 306)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을 주요용어, 접근방식, 핵심역량, 저개발 원인, 철학적 기초, 접근방법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였다(표 8). 이 관점은 지리교육과정을 분석하는 기준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Ⅲ. 세계시민교육 관점으로 본 지리교육과정
지리교과는 세계를 가르치는 교과로서 세계적 차원(global dimension)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인식하고 있다(Standish, 2013: 244). 그래서 본 장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으로 지리교육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고등학교 세계지리와 여행지리의 교육과정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으로 과목의 성격, 교과역량, 내용요소, 학습요소, 평가방향 등을 분석하고자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제시된 세계지리 과목의 성격은 ‘세계지리는 현대 세계의 주요 특징인 세계화와 지역화의 흐름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국가나 지역들이 자연환경, 문화, 경제, 정치의 제 측면에서 얼마나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지 파악하고, 공간적 다양성과 지역적 차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공존을 위한 협력을’ 이해하고, ‘때로는 차이로 인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표 9)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계지리의 성격은 먼저 다양성과 차이라는 기준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차이로 인한 갈등’을 알게 하고 있다. 전자는 ‘다양성’, ‘차이’ 등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후자는 ‘차이’, ‘갈등’ 등을 강조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차이의 가져온 원인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시민교육의 비판적 관점을 소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 2015: 174)
세계지리의 성격에서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은 교과역량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다(표 10). 세계지리 과목의 교과역량은 앞에서 살펴본 세계지리의 성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세계지리의 교과 역량은 ‘다양한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의 특징과 이에 적응해 온 각 지역의 여러 가지 생활 모습을 파악하고, … 지구촌의 주요 현안 및 쟁점들을 탐구한다.’와 ‘상호 협력 및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 지역 간의 갈등 요인 및 분쟁 지역의 본질과 합리적 해결 방안을 탐색한다.’이다. 전자는 ‘체계적, 종합적 이해’, ‘다양한 특징’, ‘여러 가지 생활 모습’, ‘지구촌의 주요 현안 및 쟁점 탐구’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는 지리적 다양성의 이해로 압축할 수 있다. 반면에 후자는 ‘상호 협력’, ‘공존’, ‘갈등 요인’, ‘분쟁지역의 본질’,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갈등 요인’, ‘분쟁지역의 본질’, ‘해결방안’을 교과역량으로 제시함으로써 세계지리 과목의 성격에서 소극적인 비판적 관점을 보다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 2015: 175)
세계지리의 영역과 내용요소를 살펴보면, 8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역별로 3-5개의 내용요소로 구성되어 있다(표 11). 8영역은 도입 1영역, 계통지리 2영역, 지역지리 4영역, 주제통합 1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통지리 영역은 ‘세계의 자연환경과 인간 생활’과 ‘세계의 인문환경과 인문 경관’, 지역지리는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활 모습’과 ‘최근의 지역 쟁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으로 보면, 세계지리는 다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목이다. 다양성 중에서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세계지리 영역은 특히 세계시민교육과 관련이 깊다. 이의 대표적인 영역은 ‘세계의 인문환경과 인문 경관’이고, 성취기준은 ‘세계의 주요 종교마다 공간적 전파 과정과 종교 경관의 상징성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한다.’(교육부, 2015: 181)이다. 이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교수학습방법 및 유의사항에서는 ‘주요 종교를 포함해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들이 공감하고 문화 다양성에 대한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안내하여야 한다.’(교육부, 2015: 183)고 강조한다.
지역지리 영역의 내용요소에서는 ‘민족(인종) 및 종교적 차이’,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활 모습’, ‘다양한 지역 분쟁’, ‘지역 쟁점’ 등이 다양성과 그의 쟁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주제통합 영역인 ‘평화와 공존의 세계’의 내용요소는 ‘경제의 세계화에 대응한 경제 블록의 형성, 지구적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 협력과 대처,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한 지구촌의 노력들’들이다. 이 중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한 지구촌의 노력들’의 성취기준은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지구촌의 주요 노력들을 조사하고, 이에 동참하기 위한 세계시민으로서의 바람직한 가치와 태도에 대해 토론한다.’(교육부, 2015: 191)이다. 이를 통해서 보면, 세계지리 과목의 영역과 내용 요소는 세계의 다양성을 다양한 측면으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양성의 콘텐츠는 경관, 종교, 민족(인종), 생활 모습 등의 차이이다. 그래서 세계지리 과목의 세계시민교육은 다양성의 이해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지리 과목의 영역은 4-9개의 학습요소로 구성되어 있다(표 12). 학습요소 중에서 세계시민교육과 관련성이 높은 학습요소를 추출해보면, ‘종교 경관, 민족(인종)의 공간적 다양성, 종교의 공간적 다양성, 지역 분쟁,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세계문화유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시민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습 요소를 앞의 <표 8>에서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으로 분류하였다(표 13).
신자유주의적 관점 | 비판적 관점 | |
---|---|---|
학습 요소 | 세계화, 지속가능한 환경, 종교 경관, 종교의 전파, 인구 이주,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활 모습, 민족(인종)의 공간적 다양성, 종교의 공간적 다양성, 자원 개발과 환경 보존, 국제 난민, 세계문화유산, 경제의 세계화 | 지역 분쟁, 사막화에 따른 지역 문제, 지역 분리 운동,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
세계지리 과목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가진 학습요소로는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활 모습, 민족(인종)의 공간적 다양성, 종교의 공간적 다양성, 국제 난민, 세계문화유산 등을 들 수 있다. 이 학습요소들은 기본적으로 세계지리의 교과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생활양식의 차이, 다양성의 이해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비판적 관점을 가진 학습요소는 지역분쟁, 지역문제, 정의로운 분배이다.
세계지역의 다양성이라는 실존 위에서 일어나는 지리적 쟁점이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의 분쟁이나 저개발 문제를 식민지 경험이나 민족(인종) 및 종교 차이 등과 관련지어 추론하도록 한다.’(교육부, 2015: 190) 수준으로 비판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의 근본 원인이 강대국의 식민 경험과 계층, 권력 등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상에서 세계지리 과목을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으로 보면 기본적 으로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지 리 과목의 학습요소는 신자유주의적 학습요소가 비판적 관점의 학습 요소보다 양적으로 월등히 많다. 그래서 세계지리 과목은 전반적으 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지향하면서 비판적 관점을 보완하면서 세계 시민교육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세계화와 지역화의 두 흐름이 가져온 현대 세계의 공간적 다양성과 변화상을 알아보고, 세계 여러 국가와 권역에서 보이는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의 특색을 파악하며, 다양한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각 국 가 및 권역의 사람들이 창출한 여러 가지 생활 모습, 문화 경관, 경 제활동, 정주 체계, 이웃 국가나 다른 지역과의 관계, 미래의 지속가 능한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지역적, 지구적 쟁점을 이해하는 것 을 주요 내용으로’(교육부, 2015: 175) 한다는 내용 구성 지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새롭게 등장한 진로 선택 과목인 여행지리는 지리교과가 추구해온 교육목표와 여행이라는 주제를 결합시킨 과목이다(표 14).
(교육부, 2015: 257)
여행지리 과목의 성격에서 세계시민교육과 관련이 깊은 것은 ‘우리 주변, 우리나라, 다른 문화권, 전 지구의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삶과 관계는 어떻게 존재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이해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토대로 공감 능력, 비판적 사고력, 사회참여능력을 길러 개인과 공동체가 ‘공정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이 세계시민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행지리 과목의 교과 역량에서 세계시민교육과 관련이 깊은 역량은 ‘나. 국내 및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별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 특성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모습을 이해하고 존중.배려 그리고 소통과 공감하는 태도를 기른다.’(교육부, 2015: 258)이다. 여기서 ‘지역별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 특성’, ‘다양한 생활모습’은 세계의 다양성과 상호연계에 대한 이해를, ‘존중.배려, 소통과 공감’은 세계시민교육의 가치·태도 목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행지리 과목의 영역과 내용 요소(표 15)를 보면, 매력적인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 영역의 ‘지구환경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다채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여행 영역의 ‘문화지역, 세계 문화유산, 문화 전파와 변동, 촌락여행과 도시여행’, 인류의 성찰과 공존을 위한 여행 영역의 ‘인류의 공존과 봉사여행’, 그리고 여행자와 여행지 주민이 모두 행복한 여행 영역의 ‘책임 있는 여행, 공정여행, 대안여행,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이 세계시민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과 관련이 깊은 성취기준은 ‘지구환경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매력적인 자연환경, ‘세계 각국 다양한 문화’, ‘축제나 문화의 성립 배경과 의미’, ‘봉사여행’, ‘상호협력’, ‘책임 있는 여행’, ‘공정여행’, ‘대안여행’이다. 여행지리의 내용은 여행이라는 기본 특성상 문화상대주의를 바탕으로 타지, 타인의 삶이 가지는 다양성의 이해에 초점을 많이 두고 있다. 그리고 봉사여행은 온정주의의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여행지리 과목은 여행의 대상으로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의 다양성을, 그리고 여행 방법으로서 책임 있는 여행, 공정여행, 대안여행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세계시민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여행지리는 여행자로서 세계의 다양성 이해와 여행자로서 책임, 공정과 대안의 가치와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여행지리는 세계시민으로서 여행을 하면서 세계 환경과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면서 여행자로서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여행지리 과목의 내용 요소를 보면, 거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표 16). 다양성을 이해하는 과정으로서 여행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책임감 있는 여행을 제시하고 있다. 봉사 여행, 공정여행과 대안여행이라는 내용 요소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 주민과의 일체화를 가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타인과 타문화에 대한 편견 등을 갖지 않는 정도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다. 이것은 교수학습방법의 유의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표 17).
신자유주의적 관점 | |
---|---|
내용 요소 | 지구환경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문화지역, 세계 문화유산, 문화 전파와 변동, 촌락여행과 도시여행, 인류의 공존과 봉사여행,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 책임 있는 여행, 공정여행, 대안여행 |
- 학습 내용을 선정할 때, 사례 지역이 편중되거나 특정 가치가 편파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도록 공정성에 유의한다. |
- 학생들이 학습 활동 중에 특정 문화나 지역, 지구촌 문제 등에 대해 왜곡, 편견, 선입견, 차별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문제 제기를 통해 해당 문제를 토론하고 공공선의 입장에서 바람직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
(교육부, 2015: 263)
교수학습방법의 유의사항에는 세계시민교육의 요소를 가지고 있든 데, 그것은 ‘사례 지역이 편중되거나 특정 가치가 편파적으로 다루어 지지 않도록 공정성’, ‘특정 문화나 지역, 지구촌 문제 등에 대해 왜 곡, 편견, 선입견, 차별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문제 제기를 통해 해 당 문제를 토론하고 공공선의 입장’, 그리고 ‘다양한 가치 및 관점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 및 이를 기반으로 한 바람직한 의사 결정 능 력’이다. 그러나 여행지리 과목은 대체로 편견을 가지지 않고서 타문 화를 소비하는 여행자로서의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Ⅳ. 결론: 논의를 대신하여
세계시민교육은 세계화로 형성된 글로벌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으로는 지식에서는 다양한 세계의 상호연계와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 가치와 태도에서는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 능력, 그리고 기능에서는 비판적이며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 참여 능력을 요청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을 실현하기 위하여 세계시민교육은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상호의존, 다양성, 공감 등의 주요용어를 사용하고 차이의 이해와 존중을 강조한다. 반면 비판적 관점은 사회정의, 공정성, 인권, 비판 등의 주요 용어를 사용하고 차별의 원인과 해결을 위한 구조적 측면의 분석을 강조한다.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으로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을 분석하였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과목이다. 두 과목은 세계시민교육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다양성의 이해를 주요 학습 내용으로 담고 있다. 두 과목은 다양성을 문화다양성을 넘어 자연환경의 다양성을 다루고 있어서 다양성의 지경을 확장해주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 과목은 타문화와 타환경의 다양성의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은 내용면에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가지고서 세계시민교육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즉, 경관, 문화지역, 종교, 문화유산, 지속가능성, 책임 있는 여행, 공정여행, 대안여행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세계지리 과목은 지역 분쟁, 사막화에 따른 지역 문제, 지역 분리 운동,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등의 비판적 관점도 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비판적 관점은 세계지리에서 분쟁, 지역문제, 분리, 분배를 구조적 측면에서의 비판적인 이해를 강조하면서, 이의 해결방안으로 정의의 실현을 제시하고 있다. 여행지리는 여행의 불공정과 부정의도 살펴보도록 유도하고 여행자의 책무성, 공정과 대안을 강조하지만 여행의 특성상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은 다양성의 이해를 교과서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학교 수업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중요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리 과목은 타자의 입장에서 다양성을 관조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객관화함으로써 다양한 경관, 문화, 환경, 지역문제, 여행 등에 대한 심층적이고 구조적, 비판적 이해를 소홀히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지리과목이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주로 가지고 있어서 비판적 관점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다양한 경관, 문화, 환경, 지역문제, 여행 등에 숨어 있는 구조적, 정치경제적 측면, 역사적 배경 등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때 문화의 다양성을 보다 제대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 비판, 구조 등의 비판적 관점과 함께 지리적 현상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은 세계시민교육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비판적 관점은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여행지리 과목에서는 과목 특성상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거의 전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지리과목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기본 토대로 하면서 비판적 관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리교과는 비판적 관점을 과목의 내용을 중심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교사의 수업방법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사가 지리교육과정을 비판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수업활동을 구안하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세계지리와 여행지리 과목은 세계시민교육의 비판적 관점을 지리교사의 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판적 관점에서의 세계지리 내용의 재구성 방안(한희경, 2011), 지리교육과정의 재개념화(김갑철, 2016), 정의로운 지리교육과정 구성하기(김갑철, 2016)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리고 비판적 시민성교육의 관점에서 본 커피와 공정무역(최정숙, 조철기, 2009),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조철기, 2013) 등이 그것이다.
지리교과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지리적 현상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비판적 측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리교과는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을 균형 있게 콘텐츠를 구성하여 역량 있는 세계시민을 육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리교사는 비판적으로 지리교육과정을 재개념화하고 지리교과서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학생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세계 다양성의 이해와 세계 쟁점에의 비판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변혁적 학습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