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Article

고등학교 클러스터 교육과정을 통한 국제이해교육 실천 사례분석과 쟁점: 경기도 A고등학교 ‘사회과제 연구’과목을 중심으로

김진희*, 김희경**, 박형민***
Jinhee Kim*, HeeGyeong Kim**, Hyungmin Park***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주저자), drkjh@kedi.re.kr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LK307@hanafos.com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사(교신저자), ghibli5@naver.com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Soongsil University
***Sogang University

© Copyright 2018 Korean Society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10, 2018; Revised: May 10, 2018; Accepted: May 20, 2018

Published Online: Jun 30, 2018

요약

그동안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학술적 관심과 실천 과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어온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연구와 교수학습이 일어나고 있는 교육현장의 맥락에 대한 반성적 연구는 미흡했다. 본 연구는 국제이해교육 실천사례 중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클러스터를 통한 국제이해교육 활동사례의 실제와 쟁점을 탐색하고자 한다. 저자들은 경기도의 A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실시한‘사회과제 연구: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한 경험을 기초로 수업 실제의 역동성과 쟁점을 분석하였다. 첫째 학습자 수업 참여환경 측면, 둘째, 교수학습의 구조적 난관과 도전 측면, 셋째,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 구성 및 평가틀 측면, 넷째 외부 교수자에 대한 빈약한 지원체계 측면에서 쟁점이 도출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외부교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학교현장에서 활용되는 국제이해교육콘텐츠와 실천현장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교강사들 간 네트워크 체계 구축 등 국제이해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도출하였다.

Abstract

Although different studies have been conducted regarding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few studies have explored the feature and issues on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with a form of High Cluster programme. In this regard, this study attempted to analyze practice and issues of the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in A-high school in Gyeonggi-do. The authors of this paper have participated with developing the programme and teaching for three years in person. Major findings revealed four issues; First, the high school students’ passive attitude and mundane fatigue prohibited their in-depth learning of international affairs and its contents. Second, due to heavy pressure of academic achievement for the preparation of university entrance exam,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are positioned within marginal sector in Korean high schools, which increase instructor's teaching load in order to encourage their active participation. Third, absence of diverse evaluation framework would produce confusion of outcome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in the high school. Finally, lack of support for instructors can cause low quality of education programmes.

Keywords: 국제이해교육; 교육과정 클러스터; 고등학교 실천 사례; 경기도
Keywords: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Curriculum Cluster programme; Highschool case study; Gyeonggi-do

Ⅰ. 서 론

한국사회에서 국제화, 세계화, 글로벌화 등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긴밀한 상호연관성을 강조하는 담론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기점은 1996년 OECD의 정식회원국이 되면서부터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5).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 변동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다문화’일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전지구적 글로벌화의 가속화로 국경을 넘는 유무형적 행위와 인식이 보다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적으로는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서 저임금 노동인력 부족이 산업계에 큰 난관이 되면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들이 급격히 유입되었다. 한국은 2018년 1월을 기준으로 국내 장단기 체류외국인 및 국적취득자를 합치면 230만명에 이르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하였다(2018, e-나라지표; 법무부, 2018). 최근 5년간 국내 체류외국인 수의 비율은 매년 9.2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 장기적으로 정착하게 될 결혼이주민과 그 자녀의 수 또한 각각 15만 여명과 20만 여명에 달하고 있다(행자부, 2017).

특히 공교육체제하의 일선학교현장이 다문화적 교육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일선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수1)는 전체 학생수의 1.9%인 109,387명으로 최근 5년간(2012-2017) 매년 평균 20%이상 급증 추세에 있으며, 더 나아가 다문화가정 자녀 중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약 11만 3천 명에 달해 다문화학생수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행자부, 2017).

이러한 다문화적 교육환경의 도래에 대응하여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2000년대 들어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사회 이해, 세계시민의식 함양 및 다문화 감수성 제고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들이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다문화교육 등의 이름하에 운영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다. 첫째, 교육부의 다문화중점학교사업, 아태지역국제이해교육원(APECIU)의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 육성사업과 같은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일선 교사들을 양성하여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지원하는 형태, 둘째, 일선학교차원에서 개별 교사 혹은 세계시민교육 교사연구회와 같은 교사들의 자생적 모임 형태로 기존 교육과정의 재구조화를 통해 일반학생과 다문화학생간의 다문화 인식 및 감수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 다양한 교과 및 비교과형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 개발, 운영하는 형태, 셋째, 국제계열 교육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간 교육과정 클러스터 사업2)(교육과정 공동개발 및 운영)을 통해 외부전문강사를 활용한 국제 사회 및 국제 이슈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이다(교육부, 2015).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학교현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제이해교육 확산 노력의 세 가지 유형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들이 학술적으로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심층적 논의와 실증 연구는 부족하다. 특히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을 통해 예산이 투입되어 일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반성적 연구가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본 연구는 학교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제이해교육 실천사례 중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한 국제이해교육 활동사례의 특성과 쟁점을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저자들은 실제 경기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 개설강좌 중 하나인 ‘사회과제 연구: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의 개발자이자 교수자로 3년간 참여하면서 프로그램 개발과정, 교수과정에 참여하였고, 학생들의 참여태도와 의식 변화의 과정을 목도하면서 학교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을 실천하는데 있어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장애물, 도전과제 또한 경험하게 되었다. 외부강사이자, 학술 연구자의 교차적 경험을 토대로 이론과 실제를 반성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향후 학교 현장에서 실시하는 국제이해교육의 활성화과 질 향상을 위해서 유의미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는 현장에서 습득한 다양한 자료와 감식안을 바탕으로 클러스터를 통한 국제이해교육 수업 사례의 실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것의 특성과 교육적 쟁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로써 본 연구는 글로벌화, 다문화적 교육환경이 도래한 학교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이 보다 내실 있게 안착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학습자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1. 국제이해교육 연구 동향과 논의 특성

최근 학교현장에서의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주요 연구동향을 살펴보면, 국제이해교육관련 프로그램의 이행 실태 및 효과성에 대한 일련의 연구(박환보, 2017; 이선영, 2016; 최종임, 김영순, 2016; 정지현, 김영순, 장연연 2015; 최문성, 김순자, 2013), 교사주도의 교육프로그램개발 및 적용사례에 대한 연구(김다원, 이경한, 2017; 박순용, 강보라, 2017; 박애경, 2017; 장인실, 전경자, 2013; 이정은, 김정원, 2012)들이 수행되었다. 여기서는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이 학교교육 환경과 교육적 요구에 맞게 추진되어야 하며, 핵심주체인 교사들의 관점에서 창의적 교육프로그램 공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국제이해교육 전반의 유연한 교육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들은 교원 역량 강화 지원, 행정지원체계의 강화, 학교관리자와 학부모들의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인식강화 등 내실있는 운영 방향에 대한 제언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연구나 담론이 개방화 및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인해서 최근 갑자기 주목받아 흥행을 타는 ‘트랜드식’이 아니라, 1980년대에도 국제이해교육의 교육과정 방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982년 ‘고등학교에서의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이영춘의 연구는 문교부령 제 350호로 공포된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국제이해교육 관련 내용을 추출하여 지도방향을 제시하였다. 사회과 교육과정 중 국제이해교육을 반영한 주제는 다음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이영춘, 1982: 9).

  1. 국제이해교육의 필요성

  2. 제외국의 전통문화

  3. 세계의 경제동향

  4. 변해가는 국제정세와 세계의 긴장

  5.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

  6. 세계평화를 위한 우리나라 역할과 활동

여기서 2번 항목에 있는 ‘제외국의 전통문화’는 국제이해교육이 전통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가진 문화적 양식과 특성을 탐구하는 교육으로 이해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문화 이해와 더불어, 국제 정치와 경제 동향에 대한 이해도 교육과정에서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4년에 발표된 강환국의 논문도 <사회과>에 반영된 국제교육과정을 분석한 연구이다. 여기서는 국제교육과 세계교육개념의 이론을 정의하고, 제 6차 사회과 교육과정에 반영된 국제이해교육 관련 내용을 검토하였다. 국제이해교육의 정의와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정립하고 있다(강환국, 1994: 35).

하나의 세계, 하나의 지구에서 하나의 인류로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길러내려는 교육을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이라고 할 것이다. 인간이해교육, 세계이해교육, 다문화이해교육 등을 포함할 수 있는 국제교육은 국가 간의 상호의존성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함으로써 평화로운 인류의 세계를 이룩하는데 공헌할 수 있는 교육이다.

이처럼 20세기에 쓰인 이러한 연구물들은 현재에도 국제이해교육의 본질과 교육과정 상에서 가르쳐야 할 핵심가치를 여전히 함축하고 있고, 일정 부분 공유되고 있다. 이와 같이 역사적 궤적 속에서 교육연구자들이 규명하는 국제이해교육의 철학과 콘텐츠는 오늘날 연구자들에게 뿌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과의 중요 영역인 지리교육에서도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이경한(2010) 은 지리교육을 국제이해교육의 일환으로 상정하고, 지리교육의 텍스트인 지리교과서는 국제이해교육에 관한 콘텐츠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지리교육 앞에 ‘세계’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세계지리교육이 여러 나라에 대한 ‘정보를 넘어서 동등한 위치에서의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관한 바른 이해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교육과정상의 교수학습 맥락에서 국제이해교육을 조명한 연구와 달리, 김현덕(2007)김진희(2011) 의 연구는 비교교육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국제이해교육과 유관 다문화교육의 개념적 관계 및 특성을 분석하였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다문화교육과 국제이해교육을 논의한 김현덕(2007) 은 역사적으로 다른 배경에서 출발한 두 개의 교육 개념이 반목과 대립관계를 거쳐 왔으나, 국내문제와 국제문제의 상호 연관성이 깊어지면서 최근에는 상호 교차하는 영역이 많다고 주장하였다.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속한 한국과 호주의 국제이해교육을 비교 분석한 김진희(2011) 의 연구에서는 세계화 및 민주주의와 깊은 관련을 가진 국제이해교육이 각 국가의 특수한 정치사회적 현실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지만 - 즉 한국은 한반도 통일과 평화교육을 강조하고, 호주는 원주민 및 소수자 인권 강화에 방점을 두는 등- 공통적으로 세계문제와 국제 이슈에 대한 학습을 강조하고 있고 간문화이해 능력을 함양하는 비판적인 교육이라고 분석하였다.

2. 중등교육과정 국제이해교육 연구 논의와 방향

김다원과 이경한의 연구(2017)는 그동안 국제이해교육이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는 방식과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학교교육과정에서 국제이해교육은 주로 사회과, 도덕과 등의 수업에서 전개되고 있고 비교과 영역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 특별활동의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김다원, 이경한, 2017:89). 교수 학습의 주체로는 주로 수업교사, 자원교사가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의 취약한 전문성과 교육 역량은 도전 사항으로 지적되었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살펴보는 고등학교에서 추진하는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은 수업의 자원을 내부 교사가 아니라, 외부전문가를 활용하여 운영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의 국제이해교육 방식과 상이하므로 연구의 의의가 있다. 한국의 경쟁적인 입시체제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고등학교에서의 국제이해 관련 교육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과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진시원(2005) 의 연구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의 국제정치교육의 내용과 교수학습의 개선책을 비판적으로 논의하였다. 최근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중층적 연계가 심화되므로 중등학교의 정치교육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국제정치교육은 고교 졸업 이후 국제사회 문제와 쟁점을 다루는 교과를 학습할 기회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더욱 교육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부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국제 계열 전문교과 교육과정>의 가이드라인을 발표(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24])함으로써 중등교육 과정에서 국제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방향을 세부적으로 제시하였다. 교육부가 2015년에 고시한 교육의 목적과 내용은 아래와 같다(교육부, 2015: 4).

국제 계열 전문 교과는 중학교 사회 및 고등학교 사회과 선택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국제 사회 이해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혀 국제 사회 현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세계 시민(글로벌 사회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지님으로써 국제 전문 인재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교과이다. 국제 계열 전문 교과는 국제 사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문화와 타문화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형성하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나라 및 국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국제 사회(세계) 시민으로서의 가치와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국제관련 교과가 체계적인 지침이나 교육적 가치를 일관성 있게 담고 추진되기 보다는, 각 학교급 혹은 교사의 개별 역량에 의존해서 추진되고 있는 혼돈을 줄이고, 국제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 및 한국 사회 이해 영역, 국제 사회 현상에 대한 통합적 관점 형성 영역, 국제 사회 탐구의 실제 영역 등 국제 계열 전문 교과 11개 과목3)을 구성하였다. 각 교과마다 성격, 목적,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방향이 제시되어 있지만 이것이 적용되는 방식은 학습자의 이해, 교실 내부의 역동, 교사의 역량 등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이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는 ‘사회과제 연구’라는 수업으로 실시된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 실천사례를 소개하고, 주요 특징과 쟁점을 분석하였다.

Ⅲ.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의 실제 및 특성

1. 배경 및 맥락

학교교육 내에서 정규 교과수업 뿐만 아니라 비교과형 창의적 체험활동과 같은 교육 활동은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데 목적을 둔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심성보, 2011). 서론에서도 언급하였듯이,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질적인 변화로 빚어진 글로벌화의 확장과 다문화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다문화 감수성과 시민의식 함양은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김진희, 2016).

그렇지만 한국의 고등학교가 처한 고착화된 교육환경과 풍토는 대부분 대학 진학과 입시 성과 도출에 맞춰져 있는 구조적 난관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국제사회에 대한 배움이 고등학생 수준에서 깊이 있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김진희, 임미은, 2014). 학생들에게 ‘국제이해’는 ‘하면 좋고, 안 해도 문제없는’ 선택적 교양이라는 변방의 영역에 속해있다.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모집 비중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학생부종합전형과 수시모집 선발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세 역시 현재 교육부의 입시 정책 속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 추세에 발맞춰 공교육 학교에서의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본 연구의 사례인 A고등학교는 일반 공립고교이면서 혁신공감학교4)라는 특수성을 부여받게 되었고 이에 더하여 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받는 예산지원으로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활성화하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인 A고는 교육과정 클러스터의 필요성과 교육 목적을 <표 1>5)에서 정리하고 있다.

표 1. 운영의 필요성 및 목적
1. 필요성
가. 학생들의 진로에 관한 수요가 다양해짐에 따른 교육과정의 대응 전략 필요
나. 인근 학교와 공동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보
다. 단위 학교 간 네트워크 강화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
라. 사교육 의존도 완화 및 공교육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교육과정 혁신
2. 목적
가. 학교 간 다양한 교과목 개설을 통한 학생 교육과정 선택권 강화
나. 학생중심형 진로 맞춤 교육과정을 위한 단위학교 간 네트워크 체제 구축
다. 일반고등학교 내에서의 단위 학교별 교육과정 특성화 및 다양화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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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배경으로 A고등학교는 2015년 클러스터 ‘사회과제 연구’과를 개설하여 세계정세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여러 세계적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창조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심화학습을 진행한 것이다. 학습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수업은 일반 교육과정으로 구획화된 수업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심화형 선택과목이며, 국제사회 문제와 이슈에 대한 토론과 비판적 사고를 펼치는 것이 중요시된다. 또한 세계의 변화와 세계 문제를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심층 연구하면서 다양한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어 나아가 책임 있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안목과 소양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진로탐색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6)

교육과정 클러스터는 A고등학교와 인근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1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 가운데 서류접수와 면접을 통해 선발된 총 13명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2015년에는 A고, B고, C고, 2016년에는 A고, B고, D고, 2017년에는 A고, B고, E여고 학생들이 교육과정 클러스터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학생 선발 과정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자는 개입하지 않았고, 이들 학교가 상호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된 맥락은 교육청과 각 학교장 관할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별 학교의 담장을 넘어서 관심과 역량이 있는 부천지역 학생들의 클러스터를 정책적으로 유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업 시간은 주1회 토요일 오전 시간(9시-13시)7)을 배정하여 교수학습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외부강사의 팀티칭 강의, 탐구주제별 보고서 쓰기, 팀프로젝트 발표 및 토론, 독서 감상문 쓰기, 체험학습 등의 다양한 활동에 노출되었고, 교육의 콘텐츠 역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세계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과 비판적 이해를 담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인류 공동의 문제해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교육적으로 도모하였다.

2. 클러스터 수업 활동의 모습
1) 강의 구성과 개요

본 강의는 2015학년도 1학기에 4명, 2학기에 3명, 2016학년도 1학기에 2명, 2학기에 3명, 2017학년도 1학기에 2명, 2학기에 3명의 외부 교수자8)가 참여했다. 2015년도에는 별도로 정해진 주교재를 선정하지 않았고 교수자들이 따로 주제 관련 이론 수업을 위한 각종 온라인 및 오프라인 자료를 준비하였다. 교재의 틀에서 자유로운 대신, 교수자는 국제정치 및 국제관계 이해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클러스터형 수업에 맞출 수 있도록 했다. 국제이해교육의 주제를 형성하는 ‘세계화와 세계문제’, ‘인권’, ‘평화’, ‘환경’, ‘발전과 저발전’ 등의 주제를 다양하게 설계하여 강의계획을 담았다. 아울러 ‘난민 이슈’, ‘이민자’, ‘불평등과 격차’와 같은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국제사회 및 국제 문제 중심의 ‘사회과제’를 탐구하는 방법론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활동을 디자인하였다. 예컨대 모둠별로 탐구할 주제를 찾는 방법, 각 개인 및 팀의 토론과 발표 내용 및 태도에 대한 컨설팅 제공, 탐구주제 보고서를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방법, 각 수업에서 배운 성찰일지를 리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수학습 과정을 실시하였다. A고등학교는 연간 최소 102시간(수업 일수는 총 34일)을 확보하는 심화선택 교과목으로 본 클러스터 강좌를 개설한 만큼, 학생들의 지적인 관심과 국제사회에 대한 심화된 인식을 이끌어내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하여 교수자는 오리엔테이션 및 과제연구의 의미와 방법을 설명하는 데 2주간의 집중 시간을 할애하였다.

2) 수업 사례 및 흐름

클러스터 사회과제 연구 과목은 지난 3년 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수업 사례 내용과 이슈는 적지 않게 쌓여있다. 매년 수업의 콘텐츠는 바뀌었지만 교육내용의 주제는 크게 국제정치 이슈, 국제경제 이슈, 국제문화 및 문화다양성 이슈, 국제기구 및 시민사회단체, 국제환경을 설정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환경’ 주제를 다룬 수업을 하나의 예시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수업은 고등학교 사회탐구(세계지리) 과목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9)을 주제:‘환경,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계하여 시도한 수업으로 교수자가 클러스터 수업을 준비, 진행하는 데 있어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했던 사항들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 ∎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수업

    주제 :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1)

  • • 일시 : oooo년 oo월 oo일 1차시(50분)

  • • 학습목표 :

    • 1. 해당 주제에 대해 개념과 논점을 정의할 수 있다.

    • 2. 질문에 대해서 자신의 사고와 의견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

  • • 학습자료 : PPT강의자료, 인쇄물 읽기 자료(『엄마의 말뚝』중 발췌부분), 온라인 youtube 영상 자료

  • • 학습개념 :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공유지의 비극

*개념에 다가가기
1. 환경이란? .......
2. 내가 생각하는 환경권이란 무엇인가? .......
*비판적 질문하기
1. “왜 사람들은 공중목욕탕에서는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을까?”
2. “소비하며 아끼는 방법은 없다. 물(환경)을 아끼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맥락적 읽기
이렇게 사먹는 물이니 겨우 먹는 데나 쓸 정도였다. 엄마는 비가 올 때마다 내 집으로 떨어진 빗물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항아리마다 그릇마다 빗물을 받아놓고 빨래도 하고, 세숫물로도 쓰게 했다.
세숫물에 장구벌레가 가득 들어 있어 내가 질겁하면, 엄마는 체에다 받쳐서라도 그 물을 쓰게 했고 쓰고 나서도 한 방울도 버리지 못하게 했다. 세숫물로 다시 발을 씻고, 발 씻은 물로 걸레를 빨고, 걸레 빤 물은 괴불마당 구석에 있는 나의 꽃밭에 뿌렸다. 물의 완전한 이용 과정을 엄마는 아침마다 엄숙한 얼굴로 감시했다.
- 박완서,『엄마의 말뚝』중 -
*정리: 열린 토론과 성찰 활동
개인 및 팀별 토론+교수자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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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시 수업과 관련하여 모두 네 가지 단계의 활동이 제시되어 있다. 우선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에 대해 그동안 학생들이 획득한 지식을 검토하고 다양한 지식을 구성하기 위해 개념에 다가기는 활동을 하였다. 환경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환경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결국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판적 질문하기를 통해 환경이 우리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학생들의 인식을 더욱 키우고 타교과와 연계하여 주제 내용이 담긴 글을 책에서 발췌하여 읽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복합적인 능력을 다양화하였다. 정리 활동에서는 1차시동안 진행된 학습주제에 대해서 열린 토론과 성찰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지식 면에서 학생들이 알아야 할 권리와 의미를 제시하여 주고, 가치 면에서 국제적인 환경 이슈를 국내 문제로 인식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지켜나가야 할 책임감과 협력과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고, 실천면에서 학생들은 세계시민으로서 글로벌 환경 이슈를 학습하고 로컬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권리와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틀을 가두지 않고 토론을 하며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교수자가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수업에서 특히 글로벌 공공 자원인 ‘물’ 문제 내용을 다루어봄으로써 기대했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식과 통계 자료를 암기하고 전달받는 수동적인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물’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서 고등학생들이 각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환경이라는 거대담론과 자신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내적동기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둘째, 수업에서 단순히 물 문제 내용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 궁금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말하고 아울러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고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경험을 가질 것을 독려하였다. 셋째, 교수자는 수업을 통해 학생이 고등학생 수준에서 자신과 주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한편, 물 문제에 대해 지구촌 구성원들이 모두 당면하고 있다는 글로벌 관점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의 여러 측면을 고민하고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이 궁극적으로 청소년들이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기에, 일반 수업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을 깊이 있게 배우는 즐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교수자는 클러스터 사회과제 연구의 기본 취지와 방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수업 단계마다 학습자의 열린 사고와 참여를 독려하였다.

3) 학습자의 목소리

클러스터 과제연구 수업의 가장 큰 강점은 학생들이 국제사회의 연결 체제와 상호관련성을 이론과 지식으로만 멀리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인 고등학생 ‘나’의 일상과 관련 있는 이슈로서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는 세계문제의 중요한 이슈를 다양한 정보와 토론을 통해 다각적으로 판단하고 비판적 사고를 형성하는 데 있었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교수자의 교육적 목표를 학습자가 어떻게 자신의 인식망 속에서 지식과 태도로 재구성하고 이해하는 가가 더욱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수자는 국제사회 및 국제관계에 대한 한 학기 단위의 수업을 마칠 때마다 학생들의 소감과 수업에 대한 느낌을 공유해 달라고 학생들에게 요청했다. 공식적 수행 평가의 틀로 접근하기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열린 장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성찰일지 속에 표출된 다양한 자료들은 수업 주제에 대해서 학습자들이 표현하는 단어와 감정을 내용 및 빈도에 따라 추출한 열린 코딩(open coding)을 통해서 3가지 측면에서 도출되었다(Creswell, 2013). 그것은 단계별로 ‘혼돈’- ‘새로운 학습’, 그리고 ‘새로운 변화’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도출되었다. 이는 학생들이 교육과정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을 역동적인 학습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혼돈과 낯섦>

# “이런 형태의 수업이 처음이라서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어렵고, 처음에 많이 헤매게 된 거 같아요”

# “국제사회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내용을 배워 어려웠다”

# “학교 공부도 많은데 클러스터 수업에 발표하고 토론하고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게 힘들었어요”

<깨짐과 배움>

# “그동안 어려웠던 세계문제에 관한 필수적인 지식을 배우고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 “학교 수업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점들을 클러스터를 통해서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변화>

# 프로젝트 토론을 할 때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과정이 처음엔 떨리고 어려웠는데, 이제 자료 조사 능력도 좀 올라간 것 같고 국제문제를 보는 시각도 조금씩 얻은 것 같아요

# “1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동안 저를 많이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었어요”

# “매번 발표 때에도 항상 참석해주시면서 첨삭지도 해주신 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 글쓰는 방법도 알 것 같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토론하는 경험도 해서 이제는 달라질 것 같아요”

이처럼 본 강의에 대해서 학습자들이 체감한 변화에 대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그동안 학교교육과정에서 만나지 못했던 외부 전문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교수방법을 실시하고, 팀티칭 강사진이 유연하게 정한 국제이해 수업 주제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 만족을 표하고 자기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내용을 배워 어려웠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어렵고”, “학교 공부도 많은데 토론하고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게 힘들었다”라는 대목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학습자들이 클러스터 수업에 참여하고 지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도전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의 교육생태계는 여전히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본 수업이 변화를 이끄는 데는 구조적 장벽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국제관계 및 국제사회에 대한 내용을‘정보’로만 습득하며 주입식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클러스터 수업을 통해서 학습의 방식에 균열(disjuncture)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이다(Jarvis, 2007). 본 수업에서 다른 세계의 상호의존성 이해와 국제문제에 대한 논리적 시각의 강화, 문화간 상호 이해력 증진을 위해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관련 주제에 대한 다각적인 주장과 논거를 찾고 의견을 피력하는 학습 경험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 된 것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진행된 수업에서 초반에는 ‘낯섦 - 갈피를 못잡기- 어설프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참여하기 - 말과 글을 통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기’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학습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4) 평가 방향

국제이해교육은 국제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학습하고, 정치, 경제, 사회, 환경, 정보의 세계 간 상호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평화, 인권, 평등, 정의, 생명 등의 인류의 공영을 위해서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세계적 가치와 이슈를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이다(정두용, 2000). 이처럼 국제이해교육은 단순히 하나의 학문 영역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이해를 위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간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종합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특성을 가진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평가체제나 평가 방법이 그동안 심도있게 연구되거나 개발되지 않았다.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 강좌에서도 본 강좌에 특화된 평가 방법 및 평가 틀은 부여되지 않았다. 다만 A고등학교에서는 다른 클러스터형 교과와 마찬가지로 평가의 기본 방침을 정해주고 이에 대해서 교수자와 의사소통하는 과정은 거쳤다.

평가는 학생들이 클러스터 활동을 통해 습득한 지식수준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학업 성취의 정도를 구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 교과의 평가에 대한 기본방침을 살펴보자면, 2015-16학년도의 경우 1, 2학기 지필평가(선택형) 20%, 수행평가 80%를, 2017학년도의 경우 1. 2학기 지필평가(서술형) 30%, 수행평가 70%를 실시하는 것으로 기술된다. 서술형 평가는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논술형 글쓰기를 평가하는 넓은 틀이 되었고, 수행평가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방식과 태도, 읽기와 탐구활동을 통해 형성된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참여와 협력, 갈등 해결과 의사소통 능력을 과정적으로 교수자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큰 틀에 추가하여 본 수업에서 교수자들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국제 정치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교육부, 2015: 91). 이는 교육부의 국제 계열 전문교과 평가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개인별로 혹은 소집단별로 자신들이 선정한 연구 주제, 예컨대 국제 난민, 글로벌 경제 격차, 여성 인권, 의료 격차, 국제 NGO 활동, 이주민과 인종차별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가 진행되었다. 국제 정치, 경제, 사회에 관련한 단순한 역사적 지식보다는 그것의 형성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학습자가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지식의 되새김 과정에서 소화하는 가를 평가하는 것은 다면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평가 방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글로벌 이슈와 연결된 사회탐구의 기본기, 즉 기초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교수자의 부담은 더욱 컸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이해교육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 능력, 비판 능력, 문제해결력을 갖추는 것은 보다 중장기적인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가 방법 역시 이를 고려하여 설계될 필요가 있다.

Ⅳ. 교육실천 과정의 쟁점과 이슈: 거시적 학습환경과 미시적 교수학습 맥락

본 절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실시한 교육과정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과정의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았지만, 이 사례가 함의하는 거시적인 학습학습에서부터 미시적인 교수학습 맥락까지 교육실천 과정의 쟁점을 분석하였다. 즉 한국사회에서 고교 학습 환경이 가진 특수성 안에서 국제이해교육 사례를 분석하였고, 그 속의 구조적인 난관을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육실천 과정에서 성과평가의 문제와 교육행정 수준에서 포착되는 민주성에 대한 논의를 도출하였다.

1. 학습자의 수동적 참여와 피로감이 높은 고교 학습 환경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 경험한 첫 번째 난관은 학생들의 수업태도와 교수자의 교수방식간의 간극이었다. 교수자들은 수업진행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내용의 특성상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나 사례가 추상적이고,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힌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은 되도록 지양하고, 토론중심 수업, 탐구주제발표, 탐구주제별 보고서 쓰기 등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학습자 참여 중심의 수업활동을 구성하였다. 그러나 프로그램 운영 초반에는 참여학생 대부분이 이러한 형태의 수업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수동적 자세를 견지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이후 교수자의 지속적인 독려와 지도, 피드백 등으로 자발적 참여와 역동성을 띄기 시작하면서 학년말에는 학년 초와 달리 역동적인 수업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수강생이 바뀌는 과정에서 3년간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왔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교수자들에게 자신들이 지금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교사주도의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상당히 낯선 경험이었음을 토로하였다. 더 나아가 3년차인 2017년도에는 수업일정이 평일 저녁시간(이전 년도까지는 토요일 오전에 진행)으로 바뀌면서 주중 학교 및 학원수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로도가 높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수업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교수자들에게 학습자들의 적극적 수업참여와 수업 몰입도를 높여 나가기 위한 중요한 방편으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 내용 전달을 위한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수법의 개발노력 또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도전적 과제를 안겨주었다.

2. 교수학습의 구조적 난관과 도전

김다원과 이경한의 연구(2017:89)는 학교에서 국제이해교육은 교사의 개인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 수업은 공교육 체계에 속해있는 일반 교사가 아니라, 박사학위를 가진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빙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교수자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교교육에서 강의식 교육은 받은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국제사회 탐구형 수업과 토론식 교수학습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학습과정의 어려움은 배가될 수 있었다. 즉 개인 학습자의 역량이 아니라, 교육구조적 측면에서 보자면 과도한 양의 공교육과 사교육을 받고 있는 오늘날 고등학생들에게 클러스터 수업은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클러스터 강의가 주1회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학생들의 일주일의 일상은 빈틈없이 공부 스케줄로 채워져 있었다. 아침부터 오후 내내 이어지는 정규 수업을 마친 후 귀가하여 휴식시간을 갖기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원이나 독서실로 직행하고 있었다. 즉 자유로운 사고가 생성될 수 있는 ‘여백’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들의 학업 강도를 감안할 때 자발적으로 선택형 교과에 참여하여 선발된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클러스터 수업이 기존 수업과 크게 다를 바 없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교과수업으로 전락하는 딜레마도 존재하였다.

결국 교수자들은 학습자인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과제연구 수업=과도한 지식 수업’이라는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노력과 근본적인 교육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귀결점에 이루게 되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공교육 체제에서 다소 익숙지 않은 외부 교수자의 팀티칭 강의, 주제별 수업 자체에 자기주도적 자료 수집과 비판적, 창의적 토론이 필요한 수업은 또 다른 다면적인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교수자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수동적인 수업이 아닌 함께 탐구하고 비판적 사고를 고양하는 국제이해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 교수자는 학생들이 내놓는 의견과 다양한 질문의 실타래를 논리적으로 풀어주고, 열린 토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클러스터의 모든 학생들은 팀티칭 강의 이외에도 개인별, 모둠별 탐구주제를 정하여 조사 및 탐구를 통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하고 제출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수행할 탐구주제를 정하고 나면 이를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 영상, 사진, 모든 종류의 자료를 종합하고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학생들의 연구보고서 작성은 자료 읽기와 분석능력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클러스터 수업에서 탐구주제 활동과 같은 수행평가는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제출하는 연구보고서나 단순한 쓰기 능력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별 혹은 모둠별 탐구주제 활동에 대한 평가는 ‘클러스터 과제연구와 평가 계획의 기본방향과 방침’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과정중심의 평가를 실시하였다.10) 하나의 글이 학생들의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조직하고 표현하는 단계를 거쳐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 즉 연구보고서가 완성될 때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참여와 협력, 의사소통 과정을 모두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습자의 열린 사고를 유도하기 위한 교수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며, 동시에 교수자에게도 수업 과정의 단계마다 적절한 피드백, 컨설팅, 첨삭지도, 토론 독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교육적 에너지를 투입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라 하겠다. 예컨대 클러스터 과제연구 강의에서 팀티칭 교수자가 진행하는 수업은 학생들의 탐구주제 활동과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수의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함께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수업 준비와 진행은 교수자가 끊임없이 학생들이 내놓는 의견이나 질문들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등학생 수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줄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된다고 할 것이다.

3.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한 평가프레임 부재

연간 102시간이라는 수업시수는 수업방식이 팀티칭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수자가 직면한 난관 중 하나는 바로 프로그램 내용 및 평가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 가였다. 교수자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이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해왔으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학기 초 프로그램내용을 전체적으로 기획, 구성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들은 기존 관련교재나 참고서적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면서 학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큰 주제영역들을 선별하였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교수방법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지식전달 위주의 강의식 수업을 지양하고, 되도록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과정, 예를 들어 일부 수업시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발표 및 토론 주제자체를 찾도록, 더 나아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에서 주제를 정하고, 수업발표 내용으로 활용하도록 구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매년 학생들의 수업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수업내용이 너무 광범위하다거나, 일부 수업의 경우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이러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접하면서 교수자들은 고등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보다 다양한 국제이해교육 교재 및 이와 연동된 평가틀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현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이해교육관련 교재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이해교육원에서 발간한 출판물이 유일하다. 향후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이 학교현장에서 경쟁력있는 교육과정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보다 학교교원과 외부교수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국제이해교육 교육프로그램 및 평가틀의 개발과 보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외부 교수자에 대한 빈약한 지원체계

학교교육 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의 활성화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의 지원체계와 협조적인 교육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국제이해교육에의 열정을 가진 개인 교사, 국제 이슈를 통섭하는 출중한 소수의 교사는 교육생태계의 변방에 머물게 된다. 이들이 구조적 난관을 겪지 않도록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국제이해교육의 위상 강화가 요구되고, 교사의 단기 이벤트식 연수가 아니라 다문화 및 국제이해에 대한 감수성을 배양하는 평생학습형 연수기회 확대, 그리고 수업자료 보급과 인프라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김다원, 이경한, 2017; 김진희, 임미은, 2014).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이해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활동해온 교수자들의 입장에서 1년 단위의 장기프로젝트로 국제이해교육프로그램이 클러스터 교육과정의 한 교과목으로 3년 동안 지속되어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것의 운영 과정 속에서 교수자들이 경험한 또 하나의 장애요인은 외부교수자에 대한 빈약한 지원체계였다. 먼저,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을 전반적으로 기획, 운영하는데 외부교강사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7년도의 경우 단위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 클러스터수업을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교육청의 운영방침이 일방적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수업운영, 평가방식, 수업일정 등이 담당 교육청이나 학교 측의 입장과 관점만이 반영될 뿐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을 실질적으로 기획, 운영하는 외부 교수자들의 생각과 관점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어 교수자들은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실제, 기존 교수자중 한 명은 갑자기 교육청의 통보로 바뀐 일정조정에 실패하여 수업을 맡을 수 없게 되었다.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A고등학교 역시 관할 교육청의 방침을 일방적으로 준수할 수밖에 없고, 일선 학교는 클러스터 수업을 통한 교육성과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운영상 측면에서 교육청-학교-클러스터 수업 담당 교수진은 여전히 정책 결정과 수용과정에서 탑다운(top down)식 일방적 의사전달체계에서 민주적 소통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던 한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Ⅴ. 결론: 국제이해교육에의 시사점

지금까지 수업사례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수강생들의 국제문제에 대한 다각적 인식 및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전환은 지난 3년간 클러스터형 국제이해교육 수업에서 도출된 교육적 성과라 할 수 있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자 입장에서 수도권 지역의 고등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점 역시 가르침의 보람과 교육적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 현재 일선 학교의 정규교과목이 아닌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비교과 활동 형태로 학교현장에서 장기적으로 가르치는데 있어 어려움과 한계들 또한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앞으로 학교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안정적으로 안착되기 위해 반추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을 장학하고 있는 교육청 담당자들은 그 교육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의 중요한 주체중 하나인 외부교수자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고려해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 클러스터수업을 통해서든,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통해서든 학교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교강사들 간의 네트워크 체계가 구축될 필요성 또한 확인하게 되었다. 3년 동안의 수업의 과정 속에서 교수자들은 교재구성, 수업진행, 교수법 등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다른 교수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학교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의 질 향상과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즉 국제이해교육의 이론과 실제가 어떠한 격차를 가지는지, 학교 수업과정의 역동성은 무엇인지, 학습자가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배움을 심화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환경 개선의 방향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국제이해교육 교육프로그램 및 평가틀, 교수법 등 교육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를 위해 국제이해교육학회 차원의 성찰과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과 노력은 향후 국제이해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교과든, 비교과든 다양한 방식으로 질적으로 향상된 형태로 전개될 수 있는 점진적인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이해교육이 국제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변방의 교양 교육 수준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사회에서 학습자의 융복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글로벌 협력과 참여적 시민성을 내재화하는 통섭적 교육으로서 중심적 위치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Notes

1)여기서 다문화학생은 국제결혼가정의 국내출생자녀 및 중도입국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전체 다문화학생 중 중도입국자녀와 외국인 가정 자녀의 수는 약 20%정도를 차지함.

2)경기도교육청에서 2012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교육과정 운 영 시스템으로, 인근 지역 학교 간에 교육과정과 교과목 프로그램을 상호 공 유·활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질적인 교육과정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지원 체계 이자 학교 간 공동운영 교육과정을 의미함.

3)국제 정치, 국제 경제, 국제법, 지역 이해, 한국 사회의 이해, 비교 문화, 세계 문제와 미래 사회, 국제 관계와 국제기구, 현대 세계의 변화, 사회 탐구 방법, 사회과제 연구

4)혁신학교를 실천하고자 희망하는 학교를 말함.

5)A고등학교, 2015-16학년도 교육과정 클러스터 활동 자료집 참조

6)A고 홈페이지에는 교육과정 특성화학교의 일환으로 자연계(이공계) 진로·진학 을 위해 과학중점학교를, 인문계 진로·진학을 위해 클러스터 및 주문형 강좌 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림창으로 게시하고 있음(2018년 1월 19일 추출). 부천시는 2016년 10월 경기도교육청(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부천지역 고등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 특성화 시범지구’지정 협약을 맺었 음.

7)2015-2016년과 달리 2017년에는 화요일 오후 시간(6시-9시)로 수업 요일과 시 간, 시수가 변경되었음.

8)본 논문의 저자들은 국제이해교육학회 내부에서 파생된 연구공동체인 미우 (MIU) 소속 연구자들로 관련 이론을 공부하고 수업사례를 분석했음.

9)고등학교 사회탐구 과목(세계지리)에서 ‘물 부족 문제’나 ‘물 자원을 둘러싼 분쟁’을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개의 경우 이러한 ‘물’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내용은 단편적이고 얕은 편임.

10) A고등학교 2017학년도 2학년 클러스터 과제연구(사회)와 평가 계획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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