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성차별이나 빈부 격차,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를 글로벌 교육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UNESCO, 2015). 그리고 이러한 교육의제는 같은 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새로운 글로벌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교육이 단순히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하위 목표 중 하나가 아니라 모든 목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으며, 특히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세계시민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UNESCO, 2016).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학교, 시민사회단체, 정부기관, 국제기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사례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에서 다루는 세계시민의식이란 무엇이고, 교육경험을 통해 어떻게 의식이 변화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다(박환보 외, 2016). 세계시민의식은 초월적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초국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다중정체성(multiple identities)을 갖춘 세계시민을 추구하는데(박경희, 박환보, 2016; Jefferess, 2012), 이러한 다소 추상적인 기풍으로 인해 세계시민의식의 특징과 변화를 면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실천 사례들은 세계시민의식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를 당연하게 설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교육의 효과성을 세분화하거나 명확하게 제시한 사례는 많지 않다. 또한 일부 세계시민교육의 효과를 밝히고자 했던 선행연구들은 교육 참여 전후의 의식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세계시민의식의 변화는 인지적인 측면의 지식 습득을 넘어 가치관의 형성 또는 새로운 가치관으로의 변화가 요구되며, 이는 개인 특성이나 이전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박경희, 박환보, 2016). 따라서 청소년의 세계시민교육 참여 경험이 세계시민의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개인 배경 및 경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박환보, 2017).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을 일반적인 한국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과 비교함으로써 세계시민의식의 차이를 알아보고,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들의 개인 배경과 경험을 살펴보았다. 세계시민의식은 관점에 따라 강조되는 가치가 다르기도 하고, 세계시민의식을 구성하는 하위 요인들이 지향하는 가치도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학습자의 특성과 경험에 따라 세계시민의식 수준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는 것은 세계시민교육이 학습자 내부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면밀하게 이해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김진희, 조원겸, 2017). 이러한 시도는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2017년 A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에 참여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세계시민의식 수준을 조사하고,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개인 특성과 경험에 따라 세계시민의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한국의 세계시민교육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5). 먼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은 세계시민교육의 전담기관으로서 아태지역 교원연수 및 교사교류,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 모니터링 프로젝트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외에도 체험관 운영과 세계시민교육 특강을 통해 청소년들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는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ASPnet), 레인보우 프로젝트, 한일 교사대화,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 지속가능발전교육, 지구촌 교육지원사업 등 기존의 유네스코 사업에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을 확장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5). 특히 유네스코학교는 학교별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동아리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단위 학교 간의 세계시민교육 관련 활동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황세영, 김기헌, 2017).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미래세대 국제개발협력교육, ODA 동아리 리더 교육, 국제개발협력 글짓기 및 논문 공모전 등 주로 개발협력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ODA교육원을 통해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명시적인 교육목표로 제시하면서 지구촌체험 전시관과 연계한 세계시민교육과 체험활동을 확대하고 있다(황세영 외, 2017).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이 개발교육, 시민교육, 글로벌역량 교육의 일환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개발NGO인 월드비전은 2007년부터 세계시민교육을 시작하여 현재에는 세계시민학교를 중심으로 유아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각 학교, 학급으로 찾아가는 형태의 세계시민교육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월드비전, 2015). 또한 현직교사를 위한 세계시민교육 교원연수와 각 교육기관에의 파견을 위한 강사양성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여러 주체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는 가변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이성회 외, 2015), 끊임없이 교육의 본질에 대해 논의하고, 그 논쟁과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Davies et. al, 2005).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 분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학교 내에서 이루어진 교육 활동의 효과 분석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며,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세계시민교육이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 함양과 어떠한 관련을 맺는지 실증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다소 부족하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와 관련한 연구는 주로 참여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이라는 목표 달성정도와 프로그램 운영상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수행되었다(김옥순, 2011; 신인순, 김옥순, 2012; 송민경, 2014; 강규원, 오정훈, 2015; 김기헌 외, 2015, 심희정, 2015; 김호순 외, 2016). 이러한 연구들은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서 세계시민의식 수준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났음을 밝히고, 보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교육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학습자를 충분히 고려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함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연구의 관심이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의 참여 효과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참여 이외에 세계시민의식과 관련이 있는 개인 배경과 경험 등 학습자의 특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의 연구(박환보, 2017)에서는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세계시민교육의 효과를 검증했으나, 학교교육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시민교육 실천 사례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국제사회는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시민의식 구성요인들을 구분하여 세계시민의식의 실태를 진단하고자 하였다. Oxfam(2015) 은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세계시민의식을 개발하기 위하여 지식과 이해, 기술, 가치 및 태도를 핵심요소로 설정하였으며, UNESCO(2015) 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 및 사고 기능을 강조한 인지적 영역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치, 태도 및 사회적 기능을 말하는 사회·정서적 영역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이슈와 문제들에 대해 실천과 참여를 강조한 행동적 영역을 제시하였다. 또한 국제시민교육연구(ICCS)에서는 성 인지, 국가 및 역사의식, 이민자에 대한 태도, 국제관계 이해 수준에 대하여 24개국의 약 3800개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의 자료를 토대로 세계시민의식을 측정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된 세계시민의식 구성요인과 관련하여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연구자 | 구성요인 |
---|---|
Morais, Ogden (2011) | 사회적 책임, 자기인식, 간문화적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지식, 시민단체 참여, 정치적 발언, 세계시민 활동 |
Reysen, Miller (2013) | 세계에의 관심, 다양성에 대한 인정, 사회정의, 지속가능성, 타인을 도우려는 실제적 행동, 행동에 대한 책임 |
Schulz et al. (2017) | 성 인지, 이민자에 대한 태도, 국가 및 역사의식, 국제관계 관심 |
윤철경 외 (2010) | 사회정의 및 평등, 환경 보전 및 지속가능한 발전, 타문화 수용 및 다문화 감수성 |
신인순, 김옥순 (2012) | 인간의 보편적 가치, 다양성에 대한 가치존중, 세계문제에 대한 흥미와 관심, 문제해결에 대한 참여의지, 세계지향성 |
김태준 외 (2016) | 성인지, 이민자에 대한 태도, 국가 및 역사의식, 국제관계 관심, 글로벌 의사소통 |
주로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가치와 태도 및 실천이 강조되고 있으며, 세계시민의식, 세계시민성, 글로벌 시민성 등이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Morais와 Ogden(2011) 은 책임, 역량, 참여의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 자기인식, 간문화적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지식, 시민단체 참여, 정치적 발언, 세계시민 활동의 7가지 구성요인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실천을 강조한 Reysen과 Miller(2013) 는 세계에의 관심, 다양성에 대한 인정, 사회정의, 지속가능성, 타인을 도우려는 실제적 행동, 행동에 대한 책임 등 6가지의 친사회적 요인을 세계시민의식의 구성요인으로 주장하였다.
세계시민의식의 구성요인을 탐색한 국내 연구 중 윤철경, 박선영, 송민경(2010) 은 Oxfam의 정의에 기초하여 사회정의 및 평등, 환경 보전 및 지속가능한 발전, 타문화 수용 및 다문화 감수성에 대해 지식 및 이해, 가치 및 태도, 실천 및 실천의지 등의 3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측정도구를 개발하였다. 또한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있어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장애요소들로 연고주의와 가족주의, 반도 민족적 방어심리, 경제력 중심의 인간관 등이 있음을 파악하고 이러한 내적 저항요인들을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신인순, 김옥순(2012) 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 다양성에 대한 가치존중, 세계문제에 대한 흥미와 관심, 문제해결에 대한 참여의지, 세계지향성 등의 5가지 영역에서 세계시민의식 차이를 비교하였다. 김태준 외(2016) 의 연구에서는 ICCS 연구를 확장하여 한국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을 성인지, 이민자에 대한 태도, 국가 및 역사의식, 국제관계 관심, 글로벌 의사소통 등의 5가지 요인으로 구성한 바 있다.
이상의 선행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구성요인으로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이해, 다양성 존중 및 보편적 가치와 태도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참여 의지 및 실천 등을 강조한다.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표 2>와 같이 다양하게 논의되어 왔다.
연구자 | 연구대상 및 영향요인 |
---|---|
이은경 외 (2015) |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등학생 -성별, 학교급, 거주지역, 생활만족도 |
박환보 외 (2016) |
-ICCS 2009 조사 참여 38개국의 청소년 -성별, 시험언어, 부모 학력 및 직업, 부모의 정치적 관심, 부모와의 대화, 교사와 학생의 관계 |
이정우 외 (2016) |
-한국, 인도의 중·고등학생 -대중매체, 부모님과의 대화, 책, 학교 교과 수업, 수업 외 활동 |
김태준 외 (2016) |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학교급, 성별, 학업성취도, 가정의 경제수준 |
박환보 (2017) |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한 초·중등학생 240명 -성별, 해외경험, 학업성취도, 가정배경 |
황세영 외 (2017) |
-전국 5개 권역 초등 4-6학년, 중·고등학생, -학교급, 학업성취도, 해외여행경험, 세계시민의식 활동경험 |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개인 특성 중에서 성별, 학교급 및 연령, 학업성취도, 생활만족도 등이 언급되었다(김태준 외, 2016; 이은경 외, 2015; 지은림, 신광식, 2007). 개인 경험 중에서는 대중매체를 통한 세계시민사회 접촉 경험, 해외여행 경험, 세계시민의식 함양 활동 및 프로그램 참여 경험, 교과수업 외의 학생활동 경험, 세계시민사회에 대한 인식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박환보 외, 2016; 이정우 외, 2016; 지은림, 신광식, 2007; 황세영 외, 2017).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 수준을 다룬 이상의 선행연구들은 연구마다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성별의 경우에는 대부분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국내외 정치사회적 관심 정도에 있어서는 상반된 결과가 확인되었고(Schulz et al., 2010; 박환보 외, 2016), 성인에게서는 통계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박경희, 박환보, 2016). 학교급에 따른 세계시민의식의 차이는 지은림, 신광식(2007) 의 연구에서 중학생 집단과 고등학생 집단이 유사한 경향을 보이며, 대학생 집단에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황세영 외(2017)도 초등학생 집단이 중·고등학생 집단보다 세계시민의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김태준 외(2016) 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세계시민의식이 낮은 경향을 보임을 확인하였다. 이 외 학업성취도와 관련하여 학업성취도가 높을수록 세계시민의식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대학생의 경우에는 그러한 차이가 상쇄됨을 밝힌 연구도 있다(김태준 외, 2016).
청소년의 경험과 관련하여, 이정우 외(2016) 의 연구에서는 인터넷, SNS, 텔레비전 등과 같은 대중매체가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김태한(2013) 은 대중매체 중 인터넷 및 온라인의 효과를 강조하였다. 해외여행 경험은 세계시민의식과 유의한 관련을 맺는다고 보고한 박환보(2017) 의 연구와 달리 황세영 외(2017) 의 연구에서는 학교급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봉사활동 경험 유무에 따라 세계시민의식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한 김보민, 박인전(2016) 은 봉사경험의 빈도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가족 간 의사소통이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기여하는 정도는 국내외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한 대화를 자주할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박환보 외, 2016), 이정우 외(2016) 는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과정에 따른 대화 시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모와의 대화의 영향력이 적게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은 개인의 특성과 경험 및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방면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연구마다 영향요인들의 유의성이 다르게 나타나 청소년들을 단일 집단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여러 특성을 고려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선행연구들에서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에 미치는 영향요인으로 주로 논의된 성별, 학교급, 학업성취도, 외국어 능력, 대중매체에서의 세계시민의식 접촉 경험,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 경험, 해외방문 및 거주 경험, 가족 간 의사소통을 설정하고, 각 요인의 영향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 살펴본 연구대상은 A 시민단체가 2017년 11월에 개최한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에 참가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이다. A 시민단체는 청소년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2008년에 설립된 단체이며, 세계시민의식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거나 발표하는 대회를 설립 이래로 매년 개최하여 왔다. 그 중 2017년에 개최된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은 시도교육청 및 2개 대학과 협력하여 토론대회와 발표대회를 확대 통합한 교육 사업이다. ‘더불어 사는 세계시민’을 교육 비전으로 하고, 세계시민 되기, 세계시민교육이 학교에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세계시민교육 실천사례 발표대회, 학생 및 교사 대상 세계시민교육 워크숍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참여 대상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및 해당 연령의 청소년을 비롯하여 학교 내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담당 교사이며, 청소년 390명, 교사 257명 등 전체 647명이 참여하였다.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 구성 프로그램 중 실천사례 발표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환경, 공공외교를 비롯한 세계시민교육에서 다뤄지는 이슈 중에서 한 가지를 자유주제로 선정하여 토론, 프레젠테이션 등의 형태로 발표를 준비하거나 웹툰, 시네마 등의 문화콘텐츠 결과물을 제작하는 학습활동을 수행한다. 학습활동은 4학년 이상 초·중·고등학생 각각이 3~5명 내외의 발표 팀을 구성하여 2~4개월 동안 정기적인 학습동아리 형태로 활동한다. 또한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을 주관한 A 시민단체는 지역 교육청의 협조를 통해 학교 내 담당 교사가 교육 참여 청소년들의 동아리 학습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교사의 지원을 장려하고 있으며, 대회 참여를 위한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온라인으로 참가 매뉴얼을 공유하여 참가 청소년들의 이해와 참여 적극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병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동아리 형태의 학습활동을 경험한 전국의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의 응답 결과 중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262명의 응답을 분석에 사용하였으며, 응답율은 87.3%다. 연구대상의 개인 배경 특성은 <표 3>과 같다.
개인 배경을 살펴보면, 여학생이 62.4%로 남학생 37.6%에 비해 많이 분포하였고, 학교급은 고등 60.2%, 초등 22.0%, 중등 17.7% 순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취도는 상에 해당하는 학생이 68.6%로 가장 많았고, 중은 29.0%, 하는 2.4%로 학업성취도가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어 능력에 있어서도 외국인과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청소년이 52.0%, 외국인의 대화를 이해하는 수준이 32.4%, 학교에서 배운 정도의 외국어 수준을 가진 청소년이 14.1%로 외국어 능력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개인 경험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 경험은 1년에 가끔 하는 경우가 40.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매월 하는 경우가 39.9%, 거의 못하는 경우 11.1%, 전혀 못한 경우 8.7% 순으로 나타나 입시제도에 따라 자원봉사를 권장하면서 대체로 자원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외 방문 경험은 5번 이상 방문한 청소년이 36.8%로 가장 많았고, 1~2번 방문은 26.9%, 전혀 방문하지 않은 청소년은 22.5%, 3~4번 방문한 청소년은 13.8% 순으로 나타나 해외 방문 경험이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25.7%이며, 거주 경험이 없는 청소년은 74.3%로 연구대상의 해외 거주 경험의 비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을 측정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차년에 걸쳐 국제시민교육연구(ICCS)의 일환으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청소년 사회참여역량 조사에서 개발한 세계시민의식 측정도구를 활용하였다. 이 세계시민의식은 5개 하위요인인 성 인지, 이민자에 대한 태도, 국가 및 역사의식, 국제관계 관심, 글로벌 의사소통으로 분류되며, 총 13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각 문항의 응답방식은 ‘매우 그렇다, 그렇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의 4점 리커트 척도로 구성하였다.
측정변인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EFA)과 내적일관성 검증을 하였다. 요인분석 결과에서는 각 문항들이 5개 요인으로 분류됨이 확인되었으며, 요인적재량은 .546에서 .916까지 나타나 수용기준 ±.4 이상에 부합하였다. 내적일관성을 확인하는 신뢰도 검증 결과에서는 하위요인별 Cronbach's α계수가 .596에서 .870까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서 최종적으로 사용한 세계시민의식 측정변인은 <표 4>와 같다.
본 연구에서는 Shultz 외(2017) 가 ICCS 연구에서 제시한 세계시민의식의 영향요인을 중심으로 하고, 국내 선행연구(박환보 외, 2016; 이은경 외, 2015; 이정우 외, 2016; 지은림, 2007; 황세영 외, 2017) 결과를 수렴하여, 세계시민의식의 영향요인으로 총 10개의 독립변인을 설정하였다. 먼저 개인 배경변인으로는 성별과 학교급, 학생 역량 변인은 학업성취도와 외국어 능력으로 구성하였고, 개인 경험 변인은 대중매체에서의 세계시민교육 관련 접촉 경험,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 경험, 해외 방문, 해외 거주 여부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의 주요 관심 변인인 가정환경 및 분위기는 가족 간 의사소통, 가족 간 국제문제 관련 대화다.
이 중 개인 배경의 성별과 개인 경험의 해외 거주 여부는 더미변인으로 구성하였는데, 성별은 남학생을 0으로, 해외 거주는 거주 경험이 없는 경우를 0으로 더미처리 하였다. 그 외 변인들은 연속변인으로서, 학교급은 초, 중, 고등학교로 구성하고, 학업성취도는 상, 중, 하의 3단계, 외국어 능력은 알파벳만 아는 수준에서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4단계로 구성하였다. 대중매체 접촉,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 해외 방문, 가족 간 의사소통, 가족 간 국제문제 대화는 빈도의 정도로 측정하는 변인이므로 선행연구를 토대로 빈도수를 부연하여 제시하면서 4점 Likert 척도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탐색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우선 연구집단과 비교집단 간 세계시민의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 선정한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과 한국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평균값을 바탕으로 집단 간 차이검증(t-test)을 실시하였다. 다음으로, 연구집단의 개인 특성들과 세계시민의식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개인 배경, 역량, 가정 분위기의 3개 영역별 영향요인들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위계적 회귀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영향의 정도와 유의성을 살펴보았다. 이상의 연구자료 분석은 SPSS 22.0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Ⅳ. 분석결과
연구집단으로 선정된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한국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수준을 기준으로 평균값을 비교하였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은 17개 시·도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0,222명이며, 이 중 본 연구에 참여한 262명의 연구대상과 학교급이 동일한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평균값을 확인하여 비교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 <표 5>와 같다.
전체 한국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은 4점 기준으로 평균 2.868로 중간 수준이었고,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은 3.221로 상위 수준에 해당하며, 전체 청소년에 비해 .353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값을 비교한 t검증 결과, 두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t=-14.766, p<.001).
세계시민의식의 하위 구성요인별 두 집단의 수준을 비교한 t검증 결과에서는, 전체 청소년과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 간 수준이 모든 요인들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성 인지(t=-14.150, p< .001), 이민자에 대한 태도(t=-9.864, p<.001), 국제관계 관심(t=-15.967, p<.001), 글로벌 의사소통(t=-13.362, p<.001)은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이 유의하게 높았으나 국가 및 역사의식(t=3.579, p<.001)은 일반 청소년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평균값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한국 청소년은 글로벌 의사소통(2.972), 이민자에 대한 태도(2.959), 국가 및 역사의식(2.956), 성인지(2.787), 국제관계 관심(2.534) 순으로 높았고,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은 성인지(3.467), 글로벌 의사소통(3.455), 이민자에 대한 태도(3.363), 국제관계 관심(3.313), 국가 및 역사의식(2.825) 순으로 나타났다. 각 집단 내에서 구성요인 간 평균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으나, 일반 청소년은 국제관계에 대한 관심이 .438 차이로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데 비해,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은 국가 및 역사의식이 다른 구성요인에 비해 .642 차이로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들의 개인 특성과 경험을 살펴보고자 선행연구를 토대로 10개의 영향요인을 설정하고, 세계시민의식에의 영향력을 확인하였다.
영향요인 투입은 먼저 1단계에서는 개인 배경에 해당하는 성별, 학교급을, 2단계에서는 학생 역량에 해당하는 학업성취도, 외국어 능력을 투입하였으며, 3단계에서는 세계시민교육 관련 경험으로 대중매체에서의 세계시민의식 관련 접촉 경험, 자원봉사 활동 정도, 해외 방문 정도, 해외 거주 유무를 투입하였다. 최종 4단계에서는 가족 간 의사소통 정도, 가족 간 국제문제 대화 정도를 투입하여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 <표 6>과 같다.
모델 1에서 모델 4로의 설명량(R2)이 증가함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모델 4의 모형을 채택하였고, 모델 4에서 투입된 10개의 영향요인들은 세계시민의식을 24.3% 설명하며, 개인 배경은 10.3%, 학생 역량은 5.3%, 세계시민교육 관련 경험은 7.0%, 가정 분위기는 1.7%의 설명량(R2)을 증가시킨다.
4번째 회귀모형의 세계시민의식 영향요인 분석결과, 성별, 학교급, 대중매체 접촉, 해외 방문, 가족 간 의사소통이 유의한 영향을 미치며, 학업성취도, 외국어 능력, 자원봉사 활동, 해외 거주, 가족 간 국제문제에 대한 대화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먼저 성별과 관련하여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의 세계시민의식이 유의하게 높았으며(β= 2.343, p<.05),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세계시민의식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β=-3.417, p<.01). 세계시민의식과 관련한 경험 요인 중에서는 대중매체 접촉이 많을수록(β=3.209, p<.01), 그리고 해외 방문 경험이 많을수록(β=1.973, p<.05) 세계시민의식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분위기 및 환경과 관련해서는 가족 간 의사소통 정도가 많을수록 세계시민의식이 유의하게 높아졌다(β=2.162, p<.05). 통계적 영향력이 확인된 요인들 중 가장 영향력이 높은 요인은 학교급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대중매체 접촉 경험, 성별, 가족 간 의사소통, 해외 방문 순으로 나타났다.
4개 모형의 단계적 변화에 따른 영향요인의 유의성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별은 개인 역량이 투입되면서 유의성이 감소하였고, 3단계에서 개인의 경험 요인들이 투입되었을 때 유의성의 감소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학교급에서는 대체로 일관되게 유의한 영향력이 확인되었으나 개인 배경과 역량이 투입된 2단계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이 나타났고, 이 후 개인 경험과 가정 분위기가 추가 투입된 단계들에서는 영향력이 약간 감소하였다. 학생 역량에 해당하는 외국어 능력은 개인 역량과 경험 관련 요인 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가정 분위기가 투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통계적인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청소년들의 역량 외에 다른 영향요인들이 세계시민의식 성장에 더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중매체 접촉 경험은 학교급과 함께 유의성이 높게 확인된 영향요인이면서 가정 분위기가 추가로 투입되었을 때 상대적 유의성이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난 해외 방문 경험은 단계에 따라 영향력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으며, 유의성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의 특징을 이해하고, 세계시민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청소년들의 경험과 특성을 확인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학습활동이 이루어지는 동아리 형태의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세계시민의식과 영향요인들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은 일반 청소년들에 비해 대체로 높은 수준임이 확인되었다. 하위요인별로는 성 인지, 이민자에 대한 태도, 국제관계 관심, 글로벌 의사소통은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이 높게 나타났지만, 국가 및 역사의식은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의 국가 및 역사의식은 나머지 4개 구성요인과의 평균 비교에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세계시민의식 수준 비교 결과는 한국의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이 국제이슈에 대한 이해나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태도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국가 및 역사의식의 성장에는 기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시민의식은 개인의 정체성을 지역정체성, 국가정체성, 세계정체성과 같이 각 개인이 속한 사회집단과 관계 속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다중정체성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복합정체성을 갖춘 세계시민의식 함양이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했다(강순원, 2010; 박경희, 박환보, 2016). 그러나 본 연구 결과는 현재 한국의 세계시민교육은 세계시민과 한국의 국민이라는 정체성 형성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에는 대중매체 접촉 경험과 가족 간 의사소통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 경험 중에서는 대중매체를 통한 세계시민의식 함양의 영향력이 가장 높았으며, 이러한 결과는 가정이나 학교 외에 외부세계를 경험하는 통로로서 대중매체가 청소년에게 매우 중요한 외부 환경임을 시사한다. 또한 가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한 청소년일수록 세계시민의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부모와의 대화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지만(김태한, 2013; 박환보 외, 2016), 본 연구 결과는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 내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나 가정의 의사소통과 같이 청소년을 둘러싼 제반 환경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개인 배경과 경험 중에서는 성별, 학교급, 해외 방문 경험이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성별과 관련하여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의 세계시민의식이 높았고, 이는 선행연구들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김태준 외, 2016; 박환보 외, 2016; 이은경 외, 2015; Schulz et al., 2010). 다만, 성별이 세계시민의식에의 유의한 영향요인이면서 경험, 가정의 분위기 등이 고려되면서 영향력이 감소되었는데, 연령의 증가, 다양한 경험이 누적되면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감소한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관련하여 성인의 경우는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역할로 인해 성별에 따른 세계시민의식의 차이가 없다는 선행연구(박경희, 박환보, 2016)가 이러한 결과들을 연계하여 설명해준다.
학교급과 관련해서는 초·중·고등학교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세계시민의식이 낮아졌으며, 이는 김태준 외(2016), 박환보 외(2016), 이은경 외(2015) 의 결과와 일치한다. 학령기 청소년은 학생으로서 학교급 별 당면해야 하는 과업이 세계시민의식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전체 영향요인 중 학교급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대학 입시라는 당면 과업이 인류애를 비롯한 사회보편적 가치의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청소년 역량에 해당하는 학업성취도와 외국어 능력은 세계시민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본 연구대상의 경우, 학업성취도가 상위인 청소년이 68.6%, 외국어 능력 수준이 상위인 청소년은 84.4%로 높은 분포를 보였기 때문에 주요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가정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외국어 능력은 가정환경 및 분위기와 관련된 요인이 고려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영향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여러 경험들과 가정 분위기에 의해 영향력의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청소년이 처한 가정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외국어 능력의 차이가 세계시민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경험과 관련하여 청소년의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이 세계시민의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의 선행연구(김보민, 박인전, 2016) 결과들과는 다소 상반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의 자원봉사 활동은 세계시민의식을 성장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밝혀졌는데(김정화 외, 2010; 도승자, 2012; 박경희, 박환보, 2016), 성인과 청소년의 자원봉사 활동이 그 활동 목적과 과정, 경험 후 교육적 측면에서의 참여자의 변화가 동일한지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 경험과 관련하여 교육, 연수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 방문한 경험은 영향요인으로 나타났으나 장기간 해외에 거주한 경험은 영향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았는데, 외국인으로서의 타지에 거주한 경험들에 대한 의미를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대상인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들 중 25.7%가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청소년들의 이주민 또는 외국인으로서의 경험들이 그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그리고 세계시민의식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학교와 가정은 청소년들이 제한적으로 경험하는 사회 환경이면서 가치관, 의식 형성에 결정적이고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본 연구결과에서는 가족 구성원 간 의사소통 정도는 세계시민의식을 높이는 영향요인으로, 가족 구성원 간 국제문제에 관한 대화 정도는 영향요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또래, 교사, 부모, 형제 등 주변 사람들과의 정서적 연대와 교류가 중요함을 설명하는 동시에, 무엇을 나누느냐 보다는 어떻게 교류하느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 이슈, 지리적 배경 지식 등도 선행될 필요가 있으나 더불어 사는 지구촌 이웃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체득하게 하는 풍토 조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운영 중인 세계시민교육 참여 청소년을 선정하여 세계시민의식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해당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의 특성과 영향요인을 일반화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다만, 각각의 세계시민교육이 운영된 이후 학습자의 세계시민의식 변화를 실증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함을 제안한다.